유연함과 웃음으로, 평생 공직사회 이끌어

신광철행정국장을 만나면 내내 웃을 수밖에 없다. 잠시 대화를 하는 순간에도 한마디한마디 툭툭 던지는 말 자체가 그리도 웃음이 터지게 한다. 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라 볼 수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해맑은 웃음이 있고 긴장을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이 있다.

“저는요, 체구가 작아서 권위적이면 ‘독사’소리나 듣지, ‘사자’라는 소리는 못 들어요” 이 말을 할 때도 연신 17살 소년 같은 천진한 웃음이 함께 배어나왔다.

“웃음이 많아서 위엄과 품위를 지키라고 아랫사람들이 말하지만 분위기가 좋으면 좋잖아요. 분위기와 일은 분리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조직 개편 할 때  좀 덜 바쁜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좀 덜 바빠야 분위기도 올리고 그래야 일도 잘 됩니다. 좋은 분위기와 유머가 있는 직장 분위기에서 창조적인 그 무엇이 나와도 나오지 않나요?” 이 사정 저 사정을 잘 살피고 소위 욕 안 먹고 잘 사는 공무원으로 유명한 신국장은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본인이 말하는 그는 그의 부친이 50세에 낳은 귀한 막내요, 외아들이다. 본래는 김포가 고향이지만 부친은 고향을 떠나 황해도 평산에서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고 6.25때 예성강의 줄기를 타고 다시 김포로 와서 정착한 독특한 실향민이었다고 한다.

‘양촌 면장’ 시절엔 어르신 화투판 뒷돈
사표 던져놓고 ‘마누라와 의논한 끝엷

남북이 분단되면서 ‘외갓집이 없는 사람’이 되어 자랐다는 신 국장은 그 부모가 다시 김포에서 터전을 잡기까지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야하는 그 고단함의 의미와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여러 형편을 잘 살피며 자랄 수밖에 없는 성장과정을 거쳤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있는 곳은 경직됨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소위 싫다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신광철 국장이다. 이 사정 저 사정을 잘 살피고 조정하는 데도 타고난 감각과 지혜를 가졌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 가지는 유연함이 돋보이는 탁월한 사람이다.

어떤 문제를 가지고 찾아온 민원인일지라도 그와 차 한 잔을 하는 사이 긴장이 해제된다.
늘 빠르고 노른자 부서로 엘리트승진을 해온 실력파이면서도 유연함을 가진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사람이다. 결재를 위해 그의 방문을 연 직원과 서로 웃기부터 한다. 부하직원일지라도 행여 행정상 보고서를 보고 수정을 요할 땐, “미워서 고치는 것이 아니다”며 자세한 마음의 배려와 격려를 놓치지 않는다. 그것도 특유의 그 천진한 미소와 함께. 

35년이나 고향 김포의 행정 현장을 누비며 속속들이 김포시 행정의 등불을 밝히는 역할을 해 왔다. ‘양촌면 면장님’ 시절에는 골목골목 누비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고향땅을 밟으며 소위 현장 행정을 펼쳤다. 중앙부서나 도청에 있는 부서 사람보다 일 못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내왔다.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소위 지지 않겠다는 확고함을 가지고 요직을 비롯해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해 임해왔다.

그 시절 재미난 일화 한토막. 어느 마을에 갔더니 도대체 면장인지도 모르더란다.
오히려 “누구셔?”라고 묻더란다. “이 동네 면장이예요” 하면서 둘러보니 어르신들의 작은 화투판이 벌어져 있더라나. 머쓱하고 무색해진 이들이 “고발한 것인가?”묻자, 웬걸, 각각 만원씩 화투판 뒷돈을 대주고 웃으며 돌아섰단다.

그는 늘 그렇게 자유롭게 사는 이다. 어떻게 35년동안 한 길을 갈 수 있었냐고 물었더니 “상황변화가 생겨서 주머니 속에 사표를 써 놓았다가도 못낸 적이 있어요. 발령이 나버린다던지, 윗사람한테 제출하니 윗 계장 누구와 의논했냐 물어요, ‘마누라와 했습니다’라고 말하면 옛끼! 하면서 사표를 던지더라구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스트레스가 날아갈 만큼 웃게 만든다.

김포시청의 인사파트 등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그에게는 인맥이 없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2년만 있으면 떠나가는 임명직 군수시절이었거든요. 무슨 표를 의식할 이유도 없고 인맥이 아니었어요”

행정관료, 35년을 거치면서 여러 풍상이 그만을 비켜갔을 수는 없지만 늘 딱딱함은 없다. 그것은 집에서나 밖에서나 마찬가지다. 매주 수요일이면 반드시 분리수거를 하러 온갖 집안의 쓰레기를 들고 분리수거 통 앞에 서서 정말 고민한단다.

“제대로 하려고 어느 통에 집어넣을까 신중하게 선택해서 넣습니다. 분리수거 하나도 쉬운 것이 아니잖아요. 아내와 딸 넷과 살면서 분리수거하는 날은 오랫동안 내 몫이거든요. 그래도 시 공무원인데 분리수거 아무렇게나 하면 안 되니까요”

위로 두 딸은 시집보내고 아래로 두 딸과 아내와 사는데 정말 딸만 넷 만들기가 얼마나 고충스러웠겠냐며 웃는다. ‘나는 역시 투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말에 듣는 사람이 또 웃음이 폭발한다.

신광철 국장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어찌나 웃었는지 옆방의 직원들이 그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내 들었다는데, 기자는 정말 통쾌한 웃음과 엔돌핀이 마구 솟아나오는 것 같았다. 느긋한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시청 고위공무원 신광철 국장의 방에는 소탈하지만 화사한 꽃그림이 두 점이 있다. 또 우리네 고향 동산 어디에나 있을 다정한 소나무가 그려지고 스레트 지붕이 정다운 그런 시골정서를 나타내는 그림도 한 점 있다. 난 화분이 몇 개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소박함이 있다.

요즘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내와 함께 교회에 한 달에 서너번(?)도 간단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가고, 둘째는 목사님말씀이 하나도 틀림이 없잔아요? 저는 끝까지 ‘성도’지요 성경의 뜻은 다 알지는 못해도 성경책이 내 마음에 있다 이겁니다. 마음씀씀이를 성경처럼 하겠다 생각하고 삽니다” 신광철 국장이 하는 말은 모두 웃음이 나오고 그리고 또 자유롭고 되돌아보면 음미가 되는 말들이다.  

“아내는 맨날 밖에서 웃고 다닌다고 하지만 사회생활이 힘든 일이 없다면 거짓말이지요. 상대편이 진심을 안 받아주고 곡해할 때가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언젠가 알 것이다 믿고 운명으로 믿고 하나하나 물 흐르듯이 푸는 거죠. 내가 먼저 풀어야 스트레스 안 받아요. 우리가 어느 시장님 모시러 시험치고 들어온 것 아니잖아요. 그러니 업무는 업무만큼, 자기 이념은 이념대로, 소신은 소신대로 구분해야죠” 그의 말에는 공무원으로 일생을 경주해온 사람이 가지는 자부심이 있어 좋다. 

중앙부서나 경기도의 공무원들을 대하는 그의 속내 또한 늘 외유내강이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인간적 예우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과 품위, 철학을 갖고 살아왔다. 모자르거나 넘치지 않게 여러 시장을 모셔온 김포시 공무원 중 영향력 있는 핵심으로 잘 살아오고 있다.

소위 윗선과 아랫선, 중간자로서의 역할 또한 자연스러움으로 유도한다.
“윗사람으로 나서기보다는 아랫사람을 배려하고, 부족한 것 같아도 받아주고 키워주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견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정권은 사람을 바꾸지만 시정은 사람이 안 바뀌거든요. 한쪽으로 치우친 것 같은 행동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지어낸 것 같지 않은, 겉돌지 않고 몸에 착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모습같다고 할까? 결코 크지 않은 체구에 맞는 적당한 인생의 그림을 안성맞춤으로 살아온 신광철 국장은 늘 시청에서 가장 근거리에 있는 아파트에서 이른 아침 상큼하게 걸어서 출근한다.

때로는 옆 동산인 북성산을 산책하며 살아온 인생과 살아갈 인생도 음미하며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뒤처지지도 않는 걸음을 사뿐 사뿐 걷는다. 행여 아는 이라도 만나면 먼저 짖궂게 깜짝 놀라게 해 마주보고 웃음보를 터뜨리게 하면서 말이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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