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옷 안 입으려 평생 오로지 한복사랑 

김포시에서 개최되는 좋은 행사나 공연에는 언제나 참석하고 좋아하는 이들이 출연하는 무대에는 빠짐없이 찾아가서 응원도 하고 덩실 덩실 춤도 추면서 분위기를 돋우기도 하는데 보는 이들이 모두 “아버지!”라며 환호를 하는 통에 이미 유명세를 탄 지 오래되셨다.

“어화둥둥 내 사랑아!” 춤사위도 그리 환하고 흥에 겨운데, 김포에서 제일 좋아하는 이는 “윤소리”이고 그의 공연이 있는 곳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찾아가서 너무나 꼬옥 쥐고 있어서 녹아버린  사탕이나 과일 하나라도 주고 와야 마음이 좋으시다.

아침 9시면 곱게 차려입은 한복차림으로 자신이 정한 스케줄에 따라 바삐 움직이는데 대부분 걷기를 통해서 가고 싶은 곳에 도착한다.

“지금까지 일본식민지 시대에 권했던 양복 안 입으려 한복만 입어왔어요. 양복 안 입는다고 일본 헌병에게 따귀를 두 대나 맞았었소. 밥그릇조차 다 빼앗겼던 그 기억이 생생하지. 21살에 장가들고 23살에 고향 옥천에서 상경해서 장사란 장사는 모두 해 보았어 방죽회사 철공장, 징용에 끌려가지 않으려 가죽공장에도 다녔었지”

김정암 할아버지의 삶은 이미 100년의 무게와 기억을 저장한 거대한 역사 그 자체이다.
웃는 모습이 그렇게 맑기만 하신 김정암 할아버지의 나라사랑은 “한평생한복입기”를 통해 실천되었다.

여름에도 모시 베옷을 곱게 차려입은 할아버지의 모습은 그야말로 정갈함을 드러내는데64살에 혼자가 되신 이래  현재 영풍아파트에서 75세된 맏아들과 역시 75세된 맏며느리가 같이 살고 있다. 공부도 잘했고 서울시청에서 공무원으로 16년을 지냈던 큰아들자랑, 무던한 
맏며느리의 솜씨를 고마워하시는데 그 며느리의 손길을 통해 늘 뽀얀 모시저고리를 입고 평생을 사셨다고.  

공기 좋은 김포에 이사 온 이래 여러 차례 돌고 돌아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이다.
하늘이 열린 개천절엔 애기봉과 조각공원에 구경을 다녀왔다.

“밥 잘 먹으면 오래 살아요. 걷는 게 제일 좋은 건강법이구요.”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을 일러주신다.

지금까지 양말이나 속옷을 직접 빨아 입는다는 것도 놀랄만한 일인데 사리판단, 또한 어김 없으시다. 또렷이 신문을 읽어 내리시고 윤소리 단장의 101살되신 어머니께 드리라고 챙기는 모습도 정겨우시다.

그래서 김정암 옹은 모든 이들이 “아버지”라 부른다.
김정암 할아버지가 나타나면 70세 넘은 할머니들이 “아버지”라며 서로 챙기는 풍경 또한 김포의 아름다운 섬김 아닌가!

유인봉  dk@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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