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 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몸이 많이 불어 났네요."
"그러게...혼자 살면 다 이렇게 돼."
"무슨 소리죠?"
"마누라가 죽었잖아."
"……"

오랫만에 만난 ‘山사람’ 박한서씨. 2004년 4월 아내가 돌연사 한 이후 그동안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버섯 농사 현장을 떠났다고 했다. 3년이 지난 요즘에서야 그동안의 어수선했던 주변이 정리되어 간다고.

"일 너무 많이 하면 절대 안됩니다. 그때 그때 즐면서 살아야지 나중에 후회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집사람과 극장 한번 같이 가지 못하고 일만 했는데…"

1979년 김포종고 농업과를 졸업하고 지난 86년 산림조합에 입사하면서부터 버섯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산림조합에서 버섯교육을 받으며 집 주변에서 실제 재배를 하면서 버섯을 이해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극성스런 그의 성격으로 인해 그는 점점 버섯의 매력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당시 버섯 교육을 하던 사람들도 저만큼 버섯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교육과 함께 실제 재배를 하면서 느꼈던 이론과 현실과의 괴리감. 이러한 상황 인식은 그를 훌륭한 버섯강사로 만드는 가장 튼튼한 밑거름이 됐다. 산림조합에 입사를 하기 전 그는 버섯에 대해 전혀 아는게 없었다. 그가 입사를 하던 그 시절엔 산림조합에서 임업 부산물을 이용한 버섯 재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던 때였다.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박씨는 계속해서 버섯 교육을 받으면서 이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집 주변의 산에 표교목을 깔았는데 한참 버섯이 피어날 때면 일을 도우러 온 사람들로 인해 온 산이 하얗게 덮여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당시 수확으로 하루 1백만원을 벌어들였었다고 하니 버섯농사의 인기를 짐작할 것 같다.

이후 버섯에 대해 자신감을 얻은 박한서씨는 이후 김포 전역을 돌면서 버섯 강의를 했다. 버섯에 대한 연구도 계속 되어 영지, 천마, 상황버섯까지 하게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늘어난 버섯 농가들로 인하여 산림조합에서 버섯 경매까지 했었다고 한다.

“수입개방의 중심에 농민 있었다”

하지만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했나. 호황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당시 100여 가구에 이르렀던 버섯농가가 지금은 표고 2~3농가, 느타리 10여 농가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문제는 수입개방인데 그 개방의 중심에 바로 우리 농민들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씨에 따르면 버섯 기술이 발전하면서 포고도 원목이 아닌 톱밥 배지에서 생산이 되게 되었는데 나중에 보니 유통업체 에서 기술있는 농민들을 중국에 보내 그곳에서 톱밥 배지를 만들어 다시 국내로 들여 왔다는 것.

"결국 국내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려 버린 거죠. 1/3 가격에 들어오는데야 버틸 재간이 있었겠어요?"

표고야 그렇다 치더라도 느타리 버섯은 저장성이 약하기 때문에 개방이 되어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씨는 코웃음을 친다.

"버섯이 문제가 아닙니다. 느타리 버섯 종균이 배양된 배지 자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완전 배양된 배지를 들여와 3일이면 버섯을 수확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 월간화보 -김포-에 실린 박한서씨의 산림조합 시절.

검단면이 인천으로 편입되면서 인천사람이 된 박한서씨. 아내의 사망과 함께 그동안 표고를 생산해오고 있었던 월곶면 포내리를 떠나 검단에 살면서 아이들을 돌보아야 했던 박씨는 지금도 검단에 사무실을 내어 산과 관련된 인허가 일을 하고 있다.

지금도 눈을 감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돋아나고 있는 버섯 싹들이 아른거린다는 박씨는 그의 고향인 검단 대곡동 두밀마을에 언젠가는 버섯과 함께 도시 사람들이 직접 찾을 수 있는 체험장을 반드시 만들고야 말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쥔다.

"저는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게 참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집 주변을 활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그런 생태체험장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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