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대자보는 학생회관은 물론 식당,강의실앞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붙었다.
또한 자고 일어나면 매일같이 새로운 소식이 줄줄이 나붙어 대자보를 읽지않고 지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대자보는 볼거리만 딴세상이 아니었다.
그 내용을 보면 너무도 무시무시 하여 밖에 나와서는 그 누구 한테도 한마디 아는체를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충격…
충격이란 말도 내게는 어쩌면 사치스런 표현이지 싶다.
아마도 '공포'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10.26으로 우리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공포를 안겨 주었던 박정희 대통령.
후일 들은 이야기 이지만 우리 장모님은 박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그만 기절을 하여 병원으로 실려 가셨다 한다.

그런 대통령이 대학 안 에서는 하루 아침에 하느님 같은 존재에서 진작에 타도 했어야만 하는 그런 '원수'같은 존재로 전락해 있었다.

당시 국민학교에 들어 가자마자 구구단과 함께 외워야만 했던 '국민교육헌장'.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1968년 12월 5일 대통령 박정희'.

또한 산토끼 노래에 맞춰 개사를 한 10월 유신을 미화한 노래...'10.17유신은 김유신과 같아서 삼국통일 하듯이 남북통일 하구요…'.

이렇게 본능적으로 하늘같은 존재로만 알고 있었던 그런 대통령이 이곳에서는 '역적'이 되어 있었다.

이때만 해도 교과 내용중에 교련이 있어서 교련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도 많았다.나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anomie'에 사로잡혔을 것이라 생각된다.

정말이지 이때의 충격은 26년이 지난 지금도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 하기만 하다.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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