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욱 청년

마음 먹고 식단 조절, 지루한 몸만들기 도전

바디프로필은 몸을 관리해서 근육을 도드라지게 볼 수 있게 만들어 최상의 컨디션으로 찍는 사진이다.  

체육학과인 친구가 바디프로필을 찍는다고 운동을 봐주면서 같이 찍자고 해서 마냥 헬스에서 운동하는 것은 지루하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보통 전문 트레이너가 운동을 봐주는 PT(PERSONAL TRIANER)는 보통 100만원이상 들기도 하는데 친구가 전문가까지는 아니여도 함께 하기로 했다.

평소에도 자기관리라고 생각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왔었다. 그럼에도 몸무게는 거의 변하지 않고 몸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몸이 항상성 유지를 하는 것 같았다. 

평소에 축구나 배드민턴, 클라이밍 같이 역동적인 운동을 많이 해왔었다. 처음으로 독한 마음 먹고 식단까지 조절하면서 지루한 몸만들기에 도전했다. 

사회복무로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를 맡고 있었기에 점심엔 어쩔 수 없이 급식을 먹었다. 

그래도 운동은 꼬박꼬박 했는데에도 불구하고 몸무게와 체지방률엔 변화가 없었다. 

보통 일반인들이 바디프로필 찍을때에는 체지방률을 6~8%를 만들고 찍고, 운동 좀 하는 사람들은 3~5%까지 내려서 바디프로필을 찍기도 한다.  

체내의 지방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내 시작 기점의 체지방율은  21% 정도였다. 

대한민국 평균 남자의 체지방율이었다. 평소에 운동을 하는 사람 치고는 높은 수치다. 

소집해제 기념 축하파티는 어림도 없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다니던 학교는 4월 21일에 소집해제였고, 그 이후 제대로 식단에 돌입해야 했다.  

친구가 바디프로필 스튜디오에 6월 21일에 예약해 쐐기를 박았다. 두달간 이제 정말 시작이었다.  

정확히 두 달 남은 시점, 그 당시 체지방율은 19%였다. 운동 한 것에 비해 별로 빠지지 않았다. 

주위에 운동을 하는 트레이너 선생님들이나 먼저 운동을 해봤던 사람들은 시기가 촉박하다고 열심히 해야 한다며 위기감을 조성하기도 하고 조언도 많이 해주었다. 

조언도 다들 제각각이다. 여러 조언들을 들어가며 나에게 맞는 방법을 시도하고 검색하고 공부했다. 

식단을 제대로 시작하고 나니 체중은 미약하게 점점 빠지고 체지방율도 조금씩 줄어갔다. 

이 과정에서 평소에 간식을 많이 먹었던 나는 자린고비 마냥 간식을 사서 상자에 쌓아 두었다. 유튜브에서도 맛있는 간식 리뷰 영상도 보고 다이소, 세계과자 할인점, 노브랜드, CU, GS25 등 간식을 쓸어 담아서 내 방에 쟁여놨다.  

2개월, 오직 하루 세끼 닭가슴살과 고구마

이런 무식한 짓을 하면서도 내 식단은 오직 하루 세끼 닭가슴살과 고구마였다. 

간식을 좋아하지만 자제력은 자신 있어서 참을 수 있었다. 평소엔 하루에 두끼만 먹어왔기에 식사량은 줄지 않아서 배가 많이 고프지도 않았다.  

그저 맛있는 음식냄새가 나면 잠깐 먹고 싶어질 뿐. 

나중엔 눈과 코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정되어 있다. 

닭가슴살, 돼지 뒷다리살, 밥, 고구마, 채소, 아이스아메리카노, 카페인음료, 프로틴 바, 프로틴 음료 등 이었다. 

내가 먹었던 음식의 종류는 여기 이것이 전부이다. 이런 것들만 먹으면서 음식과 영양성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 

소, 돼지, 닭에서 어느 부위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지, 어떤 햄버거와 어떤 라면이 완벽한 한끼라고 할 수 있는 영양성분인지, 그리고 지나가다가 어떤 음식을 보면 그 음식의 영양성분을 꼭 검색해 보았다. 내 복수전공이 식품영양학이지만 그 때보다 지식이 더 많이 풍부해진 것 같다.

마지막에는 더 제한했다.

닭가슴살, 고구마, 커피만 먹으며 생활했다.

친구가 이젠 밥도 안된단다. 

고구마와 감자 둘 다 가능하지만 고구마가 GI지수가 더 낫다고 하지만 이렇게 깊숙하게 안 해도 된다. 그냥 공부하다보니 알게 된 내용이다. 

내 일상은 완벽하게 운동, 태닝, 아르바이트로 반복

어디가서 식사를 하지 못하니 약속도 잡지 못했다. 한번은 서울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나 때문에 식당도 못 들어가고 카페에서 커피만 두 잔 들이켰다. 이 때 다시 한번 깨우쳤다. 

생각보다 우리가 나가서 노는 것은 밥과 술이 다였음을. 

어디 나가서 커피만 마시고 오기엔 약속을 잡은 상대방에게도 미안하고 이동시간이 아까운 일이었다. 모든 약속들을 6월 21일 뒤로 미뤄버리고 운동과 아르바이트만 하게 되었다.  

스튜디오 촬영비 20만원에 근육의 선명도를 높히기 위한 태닝을 40만원 주고 등록했다. 

태닝은 너무 싫었다. 원래 피부가 타는 것이 싫어 여름에도 긴 팔을 입기도 하고 밖에도 별로 나가지 않아 왔었다. 하지만 기왕 하는 거 돈과 시간을 쏟아 붓는데 추가로 질러버렸다. 

피부가 하얀 편이기에 친구보다 10만원 더 주고 10회 더 구매했다. 이런 것에 큰 돈이 나가는 것이 너무 아깝고 싫었다. 

아르바이트도 닥치는 대로 했다. 내 일상은 완벽하게 운동, 태닝, 아르바이트로 반복됐다. 

이런 짓들을 한 결과 몸이 좋아졌다. 신기했다. 먹어도 안 찌고 운동을 해도 안 빠지는 줄 알았던 내 몸이 점점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동량을 크게 바꾼 것도 아니다. 

그저 먹는 음식의 종류만 바꿨다고 이렇게 된 것이다.  

자고 일어나서 공복으로 체중계에 올라가면 몸무게가 하루가 다르게 빠져 있고 몸에 복근 라인도 서서히 잡히기 시작했다.  

느낌이 좋았다. 바디프로필 촬영 당일에 맞춰서 내 기준에 괜찮은 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의 운동 좀 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촉박할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한다. 

의아했다. 이 기세로 가면 충분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 사람들의 기준점이 나보다 

높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조급해하지 않고 하던대로 하고 유산소 양만 조금 더 올렸다. 

인생에 한번 찍을까? 말까? 바디프로필!

점점 빠질수록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특히 얼굴 살이 쏙 빠지면서 흉해졌다.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내 얼굴이 바짝 말라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보고 “불쌍하다, 안쓰럽다”고 했다. 많은 걱정들을 해 주셨다. 심지어 다니는 헬스장의 트레이너 선생님은 태닝으로 피부까지 까매져서 난민 같다고 했다. 주변에서의 한마디 한마디가 거슬렸다. 내가 예민한 건가 싶기도 했다.  

점점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웬만한 여자보다 가벼운 몸무게가 되어 있었다. 

61kg에서 51kg까지 빠졌다. 생애 최저 몸무게다. 장염으로도 이렇게까지 빠져본 적은 없었다.  

그래도 몸 상태는 좋게 나왔다. 내 기준에서는 이제 몸은 마음에 들었다. 

당장 찍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인생에 한번 찍을까 말까인 촬영 아닌가! 

준비할 것이 몇 개 더 남아있다. 메이크업과 헤어 메이크업, 왁싱도 해야했다. 

촬영 시 미세한 잔털까지 다 나오기 때문에 웬만한 털도 다 미는 것이 좋다. 

바디프로필 하루 전, 수분을 다 빼야 한다. 그래야 선명도가 높게 나온다. 아침에 물 두컵 먹고 그 이후로는 수분을 최대한 절제한다. 친구와 사우나 가서 땀 빼는 것으로 수분을 다 뺐다. 

당일 날 샵에서 머리를 하고 샵을 들러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화장할 줄 아는 친구를 섭외해 메이크업을 받고 촬영에 들어갔다. 사진 작가는 바디프로필 전문 작가다. 

살면서 처음으로 모델님 소리를 들으며 작업을 했다. 인생에서 많지 않은 내가 주인공인 시간이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복근을 만든다고 찰칵하고 찍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든다. 촬영 전에 펌핑을 하고 들어간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활성화되면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펌핑이라고 한다. 

이런 행위를 통해야 근육이 더 돋보일 수 있다. 이 차이가 은근히 크다. 아무튼 찍을 땐 팔에는 힘을 꽉 주고 복근은 숨을 최대한 내뱉고 짜내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모를 수 있다. 

나도 복근이 없을 때에는 짜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자세를 하나 잡고 여러번 셔터를 눌러 찍다가 컷을 받으면 물속에서 오랜 시간 잠수하다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삼키는 느낌으로 한 컷을 마무리한다. 이런 컷들을 몇 가지 찍고 촬영을 마무리한다. 

막상 먹을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되니.

막상 촬영을 끝내고 먹을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되니 힘들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가벼운 느낌이였다. 

챙겨왔던 간식을 하나 베어 물었는데 생각처럼 그리 큰 감동은 아니었다. 평소엔 그렇게  

갈망해왔지만 막상 손에 들어오니 별거 아닌 것이었다. 

시험기간엔 무얼 해도 재밌는 느낌과 같다. 다이어트 기간엔 무얼 봐도 맛있어 보였건만. 

아무튼 바디프로필을 생각보다 잘 끝마쳤다. 끝나고 주위에서 식단을 많이 물어보고 살 빼는 방법들을 물어본다. 딱히 할 말이 없다. 너무 간단했다. 그냥 원래 먹던 음식을 닭가슴살과 밥으로 바꾼다. 나에겐 그게 전부였다. 운동은 원래 하던대로 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실한 사람들도 하지 못한 이유는 중간중간 약속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물론 시간과 여유와 돈이 있어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긴 하다. 

보통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갈 때에 약속을 잡고 서로 만날 때 무언가를 먹는데 그것이 닭가슴살이나 단백질 함유 건강식은 아닐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동의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이런 식으로 식단을 해 몸을 만들라고 아무에게나 권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물어본다면 전문가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는 성실히 도와줄 것 같다.  

많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일 것이다. 내가 많은 도움을 받은 것처럼. 

김제욱 24 청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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