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는 커플 수만큼 이혼하는 커플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쉽게 헤어지고 쉽게 잊어버리고 쉽게 남이 되어버리는 세상. 꿈꿔왔던 행복보단 가슴 아픈 시련으로 힘들어하는 이 시대 부부들에게 박경성 씨 부부는 “끊임없이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존중해주라”고 한다.

고촌이 고향인 박경성(46ㆍ대교전기건설)씨와 하성이 고향인 최영남(44)씨 부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닭살 부부’다. 아내는 아침식사로 딱 한 그릇분의 쌀을 앉힌다. 찌개와 찬 역시 딱 1인분씩만 준비한다. 알뜰한 살림꾼이어서가 아니라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남편에게 저녁식사로 새 밥과 새 찬을 주기 위해서란다. 20여년의 부부생활이면 달라졌을 법도 한데 남편은 신혼이나 지금이나 아침이면 먼저 일어나 안마로 아내를 깨우고 뽀뽀를 해준다고.

“총각 앞에서 너무 애정을 과시하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더니 “예쁜걸 어떡하냐”며 헤죽 웃고 마는 남편. ‘부러움의 비난’은 이미 친구들로부터 너무 많이 받아 이젠 가볍게 받아넘겨 준다는 남편이다. 그는 총각시절 두 살 아래였던 지금의 아내를 여전히 ‘꼬마야’, ‘이쁜아’하고 부른다. 귀여워해주고 아껴주는 남편 덕분인지 아내는 나이에 비해 훨씬 어려 보였다.

그래도 20여년의 부부생활. 일반적인 부부라면 겪어야 하는 아픔이나 시련 같은 것이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박씨 부부는 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원칙이 그런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박씨 부부가 말한 원칙은 이렇다. 먼저 잘못과 원인이 누구에게 있던 그것은 당장 중요한 일이 아니다. 같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 시간은 화를 눅여 주고 이해심을 높여 준다. 자리를 피하거나 등을 돌려선 안 된다. 상대방이 화가 누그러질 때까지 끝까지 들어주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한다.

둘째는 입장 바꿔 생각하기. 20년 이상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다 하나의 가정을 꾸려 '부부'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됐다. 평등해지기 위해선 서로가 살아왔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씨 부부는 끊임없는 대화와 서로에 대한 관심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같이 있는 시간 만들어나가기. 이 사회는 부부가 같이 있을 시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박씨는 스스로 그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회사 동료들간의 회식이나 이웃, 친구 모임에서 그는 언제나 ‘부부동반’을 주장한다. 마땅치 않아 하는 부류가 있게 마련이지만 박씨는 “이제 바뀌어야 할 때”라고 설득한다.

아내 최씨가 최근에 읽은 글 한 토막을 들려줬다. 영국의 한 철학자가 부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인데, 1년차 부부의 90%가 지금의 부부생활을 만족하고 있고 2년차는 80%, 3년차는 60%로 계속 줄어들어 10년차는 10%도 안됐다. 그러나 20년차 부부의 경우 90%가 부부생활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씨는 “10년 남짓한 부부생활을 척도로 왜 우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못할까라고 의문부호를 던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행복은 서로 모르고 살아온 20년을 극복하기 위해 20년 이상을 부부라는 이름으로 성실히 투자해온 사람만이 알게 되는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수신제가치국(修身齊家治國)’ 남편 박씨가 회사를 운영하는 마인드다. 기본이 바로 선 회사가 번창한다. 직원과 사장이 서로 존경하고 신뢰할 때 가정처럼 기쁘게 일하고 커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박씨는 6년전 고향 고촌 향산리에 전기공사 회사를 세웠다. 당시 같이 시작한 6명의 직원이 지금까지도 함께해오고 있다.

세상에 흔한 게 부부라지만 사실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박씨 부부에게 부부로 산다는 것은… 달콤한 행복만을 쫓아갈 수는 없는 것. 많은 갈등과 고민, 역경을 넘어 서로 존재의 근거가 되어주는 일일 것이다.

황인문 기자  im@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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