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내는 서로 각자의 역할을 이해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역할 갈등을 얼마나 잘 풀어가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부부들은 날마다 부딪히게 될 결혼생활의 현실에 대한 개념들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결혼생활을 처음 시작하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많은 개념과 태도, 행동과 취미, 생각과 몸가짐을 가지고 결혼생활에 임하게 된다. 그러면서 부부 상호간의 관계가 결혼하기 전에 기대했던 것과는 다름을 깨닫게 된다. 또한 배우자가 결혼이전과 실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환멸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차츰 서로를 배워나가게 된다.
불행하게도 유교사상에 오래 뿌리를 내린 우리 한국인의 가정들은 동반자적 결혼의 수평관계가 아니라 주종의 관계를 이루는 수직관계였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서구 문명의 도입과 사회구조의 변화로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어 수평관계로 많이 바뀌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실제 서로의 역할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긴 했지만 아직도 막상 결혼을 하고나면 연애시절 그렇게도 민주적이고 동등했던 남녀의 위치가 바뀌어버린다.
부부관계라는 소중한 인간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기본 속성이 충족 되어야하며 부부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나와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먼저 배우자를 수용해 주어야하고 배우자가 의미 있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인정해 주어야 한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게 되면 서로의 관계에서 안정감이나 중요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관계는 점차 활력을 잃게 하며 그 후유증으로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역할마저 수행하지 못하게 만든다. 또한 역할 갈등이 고조에 이르게 되면 가정폭력이 유발되기도 하며 우리 자녀에게 깊은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남편과 아내는 어느 한 쪽이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은 동등한 인격체임을 명심해야겠다.
신뢰와 믿음의 바탕위에 매사를 배우자에게 물어보고 경청하고 의논해서 결정하며 항상 배우자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어 내가 먼저 상대방 배우자의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배우자가 흠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그 인격자체를 존중해 주어야 하겠다. 배우자의 한계, 약한 부분을 체크해보고 이것을 문제 삼고 공격하기 보다는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겠다.
또한 배우자로부터 어떤 유익을 먼저 얻기를 바라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우자의 모습으로 변화시키려 애쓰고 자신의 사회적 기준과 종교적 신념 등에 맞추려 할 때 일반적으로 대화의 단절, 알코올 중독, 성 불능 등의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며 이것들은 사랑을 죽이고 부부간의 불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어 결혼생활을 파괴하게 된다. 행복은 결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남편과 아내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책임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혹은 회피하려 한다면 그 가정은 과연 어떻게 되어질까? 남편과 아내가 사랑으로 서로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잘 감당할 때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가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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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미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목회상담학 박사학위와 의과대학 가족치료연구소 가족치료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강남대학교 신학부에서 목회상담학을 가르치고 있다. 본지는 이상복 교수의 '부부간의 대화' '남편과 아내의 역할' '아름다운 성생활' '자녀양육' '중독과 가정' '중년의 위기와 예방'이란 6회 연재를 통해 가정의 가장 중요한 기본 단위인 부부 관계에 있어서의 대화, 힘의 사용, 역할, 성생활이란 주제들을 중심으로 부부의 역할을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한다.<편집자 주> | ||||||||||||
이상복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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