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2005년 정부 예산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끝났다. 3분의 2에 달하는 여야 초선의원들이 ‘당리당략’ ‘정쟁’보다는 국민을 위한 민생국회를 다짐했지만 첫 정기국회에서 처리한 안건은 10건 중 1건. 여야 모두 새마음 새출발을 다짐했건만 “경험은 초선, 행태는 3선”이라는 구태를 답습했다. 왜 그랬냐고 의원들에게 물으면 당연히 한나라당은 ‘이회찬 총리와 열린우리당, 정부’ 때문이라고 할 것이고,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한나라당’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 사이 각종 민생법안도 처리가 미뤄졌고 경기침체와 불황, 추위에 겨울을 맞아야 할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갔다.

김포시의회가 내년 예산안을 심의한다. 국회와 김포시의회의 닮은 점이 있다. 선수는 초선이요, 자리는 시의회인데 권위는 국회를 닮았다. 그래서 반말 비슷한 명령조의 말이 오간다. 집행부는 아무리 답을 가르쳐줘도 하지 않는 구제불능 집단이다. 이 모든 것이 집행부와 시장 책임이다. 시의회가 보기엔…

의원이 하라면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김 시장과 집행부가 딴청만 피운다. 이제는 “알았다”는 대답도 않고, 자꾸 물으면 우문에 우답할 수밖에 없으니 그만하잖다. 의회더러 선(착한 것, 좋은 것)을 독점하지 말잖다.

아마도 17대 국회 같았더라면 예산 심의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전 시장’ ‘시장 직무대행’이라는 말이 나왔을 게다.

21만 시민이 시의회를 그대로 지켜봤다면 계란을 던지고 싶었을 게다. 집행부의 잘못을 질타하는 수준을 넘어 ‘네’라는 대답을 강요하는 시의회나, 의원들이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눈 감고 고개를 젖히는 집행부를 봤다면 말이다.

의회와 집행부간의 줄다리기를 보면 답답할 따름이다. 의회도 시민을 위하고, 집행부도 시민을 위하는데 정작 시민은 염증을 느낀다.

시민이 바라는 것은 집행부의 선심성 예산도 아니요, 시의회의 권위도 아니다. 진정으로 바른 정책, 21만 시민이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정책을 바라는 것이다. 때문에 서로 정책을 제안하고 마땅히 토론해야 할 시정질의는 정책토론의 장이 되어야지 인신공격성 발언이 오가는 형식적 자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각종 사업과 민원이 들끓는 김포시에서 집행부의 권위도 시의회의 권위 챙기기는 시민들이 보기에 형식적 다툼일 뿐이다. 아버지의 권위가 윽박지른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요, 어머니의 권위가 경제권을 갖고 있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다. 가정에서 부모의 권위는 대화하고 한발씩 양보하는 미덕에서 생기는 것이다.

집행부나 시의회나 권위를 달라고 조르지 말 일이다. 권위는 달라고 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행부는 미래발전위원회에 혁신분권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을 상정했고, 시의회도 자문단을 구성하는 조례안을 상정했다. 집행부도 혁신하겠다는 의지이고, 시의회도 정책생산을 통해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이왕에 혁신하기로 했다면 이번 의회에서 혁신에 대한 정의를 운운하거나 남이 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구태라고만 비판하는 소모전은 중단돼야 한다. 시의회에서의 혁신은 집행부와 시의회가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더이상 소모적인 논쟁으로 서로에게 고개돌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집행부와 시의회라는 두바퀴를 끌기 위해 집행부는 시의회의 끈을, 시의회는 집행부의 끈을 한 방향으로 끌어야 할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심재식 기자  js@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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