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의 종이신문 - 미래신문

한겨레신문 박화강이란 최고참기자가 한겨레를 떠나며 남긴 글에 적지 않은 한겨레기자가 울었다고 한다. 한겨레신문의 경영난이 악화되어 자기 자신부터 사표를 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구성원들이 ‘슬픈 감동’으로 화답한 것이다.

종이신문의 퇴조 속에 조선일보 같은 막강한 신문사도 명예 퇴직제를 실시하는 등 차가운 구조조정의 칼날이 언론사를 향하고 있다. 지하철 등에서 배포되는 무가신문과 인터넷광고시장의 상대적 도약이 종이신문의 목줄을 죄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김포라고 예외는 아니다. 나름대로 지역신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른 바 신통치 않은 수익모델이 언론사관계자들의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특히 ‘가캄보다 ‘이익’을 더욱 중시하는 21세기 신자유주의질서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주요 시스템인 지역 언론으로 하여금 무력감을 느끼게 만드는 엄혹한 현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공익적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사이비언론’의 오명에서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자 노력하는 김포 언론사들의 처절한 생존 몸부림이다. 무가지로 서비스되는 배달방식에도 불구하고 광고수입은 일천하며 구독료수입은 어림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각종 부대사업을 벌이지만 이 역시 신통치 않다. 그래서 손쉬운 경영방침이란 것이 고작 기자들을 비롯한 직원들의 급여지급을 유보하는 형편임을 대다수 시민들은 모르고 있다.

물론 이렇게 사정이 어렵게 된 1차적인 책임은 이들 신문사들에게 있다. 종이신문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비무환의 경영혁신이 부족했던 사실은 ‘기존의 지역신문이 어차피 어려웠다’는 변명으로 갈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포의 신문사들은 과감한 경영혁신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장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언론사는 통폐합될 필요가 있다. 이 예민한 문제를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쉬쉬한다고 있는 현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만들어진 신문사가 자율적으로 통폐합되고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하는 것은 지역 언론이 해당주주 몇몇의 소유가 아니라 시민모두의 재산이란 공익적 가치관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공익적 정체성을 명확히 할 때 김포의 언론은 보다 폭넓은 시민의 참여를 통한 문제해결 가능성을 비로소 열어놓는 것이다. 자칫 시장원리에 의한 자연 조절방식을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김포를 위한 그간의 축적물을 소모적으로 청산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

이렇게 언론사들이 공익적 정체성을 가지고 자율적인 경영혁신에 나선다면, 이제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시스템인 이들 지역 언론을 살리는 일에 시민들이 외면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지역 언론이 해야 할 일을 중앙언론사 등이 대신해줄 수 없으며, 민주화의 심화과정에서 필수적인, 지방화를 통한 세계화를 지향하는 핵심적 기구가 지역 언론이란 생각을 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성숙한 시민의식’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으로는 연 4~5만원에 불과한 지역신문을 유료로 구독해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넘쳐나는 정보를 돈 주고 사는 어리석은 경제활동이 아니다. 비록 시청율은 낮더라도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하는 수준 높은 교양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국민들이 시청료(이는 KBS를 보기 위해 내는 돈이 아니라 공영방송육성을 위해 재원마련을 시청료로 규정한 한국방송공사법에 의거한 국민 분담금 개념이다)를 납부해 공영방송을 운영ㆍ유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시스템이자 공익성이 강한 지역 언론을 위해 시민들이 갹출하는 분담금으로 여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보다 재정적 여력이 있는 시민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제’(귀족의 의무, 가진 만큼의 사회에 대한 도덕적 의무)차원에서 신문사 경영위원회에 참여하여 월 운영비용을 십시일반으로 갹출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월 10만원도 좋고, 20만원도 좋다. 다다익선이다. 비교적 부유층에 해당하는 인사들이 부담되지 않는 범주내에서 자기역할을 할 때 나름대로 존경받는 지역인사가 되는 것이고,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의 ‘귀족’이다. 천박한 부자가 아니라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품격 있는 귀족이 많은 김포사회는 그만큼 행복한 공동체인 것이다.

이 밖에도 지역 언론을 살리는 지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 속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문사들의 자율적인 통폐합과 같은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여기에 시민적 참여를 통해 공익적 기관인 지역 언론을 살려내는 일에 너나 할 것 없이 벽돌하나 쌓는 심정으로 나설 때, 김포공동체는 사람 살만한 풍요로운 마을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에 언론사제위와 시민 여러분들의 숙고를 요청하면서, 슬픈 감동을 만들어낸 한겨레신문의 마지막 창간위원이었던 박화강 기자(57세)의 다음과 같은 희생과 헌신의 변을 인용하고자 한다.

“배가 풍랑 앞에서 기우뚱거릴 때는 배를 가볍게 해야 합니다. 이때 그물 던질 힘이 없는 늙은 어부가 내리는 게 순리입니다”

김석수 pwk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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