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소비심리가 실아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해외 이민들은 재산을 국내에 남겨두지 않는다. 시중의 부동자금은 수백조원에 이른다. 모두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오죽 답답했으면 국가 경제를 주관하는 재경부가 국민들에게 해결책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할까. 이지경이 된 데에는 여러 경제적 측면의 이유들이 있겠지만 경제 문외한이 보기에는 반드시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경제의 어려움은 정치적 대립과 사회 분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독재 비민주 상화에서 비약적 경제 성장을 거듭하여 왔다. 그런데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언로의 막힘이 뚫리고 권위주의의 폐단이 해결되면서 응집력이 떨어졌다. 너무 가벼운 언동으로 대통령의 바람직한 권위마저 땅에 묻히고 말았다. 

정치권은 정략적 이해만 앞세우고 국가 경제가 망신창이가 되어도 자기 책임은 없다. 모두 정부 탓이고 정치 탓이지 어느 누구도 자기 책임을 논하는 자 하나 없으니 이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고질병이다.

소모적 정쟁은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고 국민정서를 거칠게 만들어 사회 전체가 다툼의 분위기로 치닫게 한다. 총리마저 격한 표현으로 투쟁을 부추긴다. 도피성 이민이나 유학이 증가하는 것도 배경에는 이러한 사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깔려 있다.

이런 분열과 갈등은 개혁입법과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정점에 다다른다. 보수와 진보 세력간의 대결이 위험수위를 넘으려는 순간 헌법재판소의 판정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조선시대의 경국대전을 들먹이며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를 근거로 삼은 헌재의 헌법 해석은 객관적 논리가 결여된 느낌을 준다.

충청권은 여야,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판정에 반발하고 있다. 재판관들의 보수적 성향이 반영된 판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시합에서 분쟁이 일어나 심판들이 합의하여 최종 판정을 내렸다면 미흡한 판정일지라도 따라야 할 것이다.

국민의 70%가 그것을 지지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여야의 대화 부재와 대립 일변도는 건강한 사회의 암과 같은 병리이다. 부부간에 불화의 원인도 성격차이나 고부갈등으로 돌리지만 결국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고 막힌 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과거 독재시대에서의 언로의 강제적 막힘과 같이 상대를 억압하고 배제한 해결책은 해결책이 아니다.

모든 대립에는 흑백논리가 깔려 있다. 찬성 아니면 반대, 선 아니면 악, 아군 아니면 적군과 같은 이분법적 대립은 필연적으로 분열과 편가르기를 낳아 타협의 여지는 없고 투쟁 일변도가 된다. 다양한 의견의 온건한 목소리는 그들 양극단의 큰 목소리에 묻혀버리고 만다. 그들은 선명하고 나머지는 회색분자가 되고 만다. 

자기주장만 남발하고 상대의 주장은 수용하지 않는 평행선 형 대화는 나를 내세우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야만 치료가 가능하다. 심리치료 기법에서 역할(입장)바꾸기가 그것이다. 상대가 되어본다는 것은 상상으로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심리극에서 직접 역할을 맡으면 가능하다. 정권의 교체는 이러한 입장 바꾸기의 좋은 사례이지만 탓하기만 익숙하고 반성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여야가 바뀌었는데도 상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삿대질하며 시비만 일삼는다. 정권의 잘못은 언론의 비판과 입법부의 견제를 받아야 하지만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야당의 반대는 대안 제시가 뒷받침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현재의 분열상황에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국민은 이제 그것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성숙해 있다.

사회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긴요하다. 중간의 타협과 절충만이 양극단을 화해시키는 길이다. 현 정권은 권력을 잡고 있는 이상 아무리 발목을 잡힌다 해도 힘 있는 자이다. 과밀한 수도권의 개선 방향도 옳고 악명 높았던 국보법 개혁도 옳지만 그 과정이 너무 급진적인 데 문제가 있다.

권력자는 보다 겸허하게 여론에 귀 기울여 너무 앞서 나가고 싶은 마음을 제어해야 한다. 대통령은 여당의 당수가 아니고 국가 원수이다. 양쪽의 첨예한 대립을 무마시키고 국론을 통합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상대를 배제하지 말고 인내를 가지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다음 정권들이 이어서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좋은 설계도를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고 열매는 차기 정권에 넘긴다면 아름답지 않겠는가.

최훈동  mirae@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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