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사람이 같이 있는 것은 티가 나지 않는데 없으면 바로 ‘빈자리’가 느껴진다.

가족이나 이웃이나 팀원이나 사실 함께 있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간과한 후에 후회하는 일이 종종 있다.
시간이 갈수록 무엇을 기술적으로 더 잘해주려고 노력하기보다 자신과 인연 속에 있는 이들과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아도 그저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일된 느낌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

여름이 끝나고 그 많던 여름 모기조차 바로 자취를 감추는 때 네 식구가 모처럼 식탁에 둘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릴 때의 그 아이들의 모습과 부모보다 더 큰 모습이 되어 있는 그들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이제는 자신들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귀하다.
어린 시절에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있기로 노력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과 아쉬움은 늘 두고 두고 떠오른다.

그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밖의 일을 한다고 많이 자리를 비웠던 것을 돌아보면서 정말 꼭 그래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일면 부끄러움도 있다.

그렇게 열정을 다했던 일들은 눈에 크게 보이지 않는데 부족한 양육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연일 쑥 쑥 자라 나무처럼 눈 앞에 서 있다. 때로는 가능한 한 가족, 그리고 가까운 관계를 더 우선하며 작은 시간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애써서 노력하고 있다.

이시간이 지나면 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가족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두고 두고 서로 서로 진실을 보여주고 배우고 의미를 파악하면서 이루어가야 할 깊은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순위를 두고 그렇게 중요하다고 여겼던 성과 중심의 일들이나 관계들보다도 함께 있어야 할 가까운 이들과의 시간을 함부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일은 복잡 다난한 세상살이에서 때로는 꼭꼭 마음을 다져야 지킬 수 있다. 아니면 휩쓸려가는 시간속에 같이 떠내려갈 수도 있다.

일과 관계를 도외시할 수 없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문득 모든 것이 멈추어진 것 같은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빴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순간의 연속으로만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가장 경계해야할 일인지도 모른다.

물질이라는 것도 그렇다. 적당히 쓰고 갈 일이고 살아있는 자에게만 필요한 가치일 뿐이다.
가장 가까운 이들과 함께 있기를 노력하는 것은 다른 일과의 가치의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일이다.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고 보내며 가장 행복한 일은 좋은 이들과 함께 한세대의 경험을 잘 살릴 것은 살리고 다음세대로 이어가게 해야 한다.

인생공부는 책상 앞에서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 수없이 많다.
때로는 아버지가 가진 상처와 내가 가진 상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족과 사회에서 겪어온 트라우마도 가족이나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제대로 보고 풀 것은 풀고 안아줄 것은 안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밖으로의 성공보다 안으로의 성공,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를 실패하고 밖에서 잠시 본 사람들과의 평판 앞에서의 성공은 다르다.

타인들이 성공했다는 평가와 스스로 인생 앞에서 성공했다는 것은 다르다.
같이 웃고 같이 울고 함께 있기는 그런 의미에서 행복을 얻는 방법 중에서 으뜸이 되는 길이아닐까!

인생의 마지막 길에 함께 해줄 수 있는 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누고 진정으로 기뻐할 일이다. 화해하고 용서하며 남은 찌꺼기일랑 모두 사랑으로 태워버려야 한다.

지금의 시대는 외로움의 시대이다. 같이 웃고 같이 울 수 있는 진정한 이들과 함께 있을 수 없는 고독한 섬의 고독한 존재로 산다.

마음을 열고 서로를 확장하고 진정한 인생을 알고 느끼고 살아갈 수 있는 귀한 이들이 옆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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