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2016 년 1월 한 달이 지나니 며칠 앞으로 까치 까치 설날이 다가왔다.
늘 진짜 설날은 이 날만 같다.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설레고 겨울 얼음을 타던 썰매, 집안네가 다 모여앉아 큰 집에서 먹던 설날떡국, 온갖 그립고 더 신선한 느낌의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

올해도 다시 한 번 새 마음의 셀레임을 어린 시절로부터 불러온다. 양말 한짝이라도 설빔이 있던 설날이 얼마나 좋았던가 라는 생각을 한다.

더구나 봄이 오는 길목에서 다가오는 명절은 오늘은 부족해도 앞으로는 더 나아지겠거니하는 더할 나위없는 소망이기도 하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결코 아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새날이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새 기운으로 다시 또 새로워 질수 있는 것이다.
어릴 때 어른들은 꼭 떡국을 먹으라 권하셨다.

설날 떡국은 한 살 더 먹는다는 기념비적 음식이기에 한 입 넣으면서 마음이 달랐던 기억이 난다. 정말 떡국을 먹어야만 크는 줄 알았던 순진한 손가락으로 숟가락을 꼭 잡았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는 그렇게 나이라는 것을 많이 먹고 싶었고 빨리 크고 싶었다.
크면 그렇게 좋을 줄 알았다.

지금에사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이상 나이든다는 것의 의미에 얼마나 숙연해지는지 모른다.

한 살 한 살 더디 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사람노릇을 잘하라는 것, 그리고 때로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룬 것이 아주 작아 부끄럽기도 하다.

아무에게도 함부로 예단하거나 돌을 던지기가 어렵다. 즉각 즉각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도 알고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세상만물이 도와야만 가능하다는 것에 겸손해진다.
이제 쉰 여섯 그릇쯤의 떡국을 먹을 차례에 와 있다.

같은 상에 둘러 앉아 숟가락을 드셔야 할 어머니 아버지는 더 이상 떡국을 드시지 못하시지만 추억 속에서 그 분들과 만날 것이다.

하루를 천 날 같이 그렇게 감사해야 할 이유이다.
옆에 계시고 나눌 수 있을 때 정도 사랑도 나누어야 하리.

요즘은 좋은 세상이라 언제든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설날 떡국의 맛은 여느 떡국과는 사뭇 다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이 값이라는 것이 더 더욱 느껴진다.
젊은이들은 이것 저것 자세히 물으면 호구 조사하는 것 같아 싫어한다니, 덕담 이외에는 이것 저것 궁금하다고 마구 묻는 것도 삼갈 일이다.

우리가 떡국 한 그릇 먹고 무탈하게 사는 것은 누구나의 바램일 것이다. 그래도 한 해를 사는 동안 골리앗으로 상징되는 거대한 두려움이나 헤쳐 나아가야 할 숲 앞에서 우리들은 이게 끝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를 만난다.

누구나 삶을 살면서 골리앗이라는 무게에 무겁게 눌리기도 하고 두렵고 심히 떨리는 지경이 있다.
기업을 하는 이들 중에 큰 신뢰가 가는 분이 있다.

그렇게 이게 끝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그 순간 어디를 보는가로 인해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런 것을 보면 절망은 끝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가장 위험한 순간에도 깊은 자기신뢰와 믿음은 능치 못할 일이 없게 하는 사례들이 수없이 많다. 인간승리로 대별되는 수많은 사람살이 덕분에 또 용기를 잃지 않고 한 템포 한 케이스의 삶을 완성해 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단지 자신 안에 어떤 힘이 머물고 있는지 모르는 것만이 안타깝다.
자신은 본인이 아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의 저장고이기도 하다.

누구보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들이 좌절을 넘어 새해 떡국 한그룻 맛나게 먹고 힘내기를 바란다.
어떤 이는 천년이 가도 끝이 안날 한으로 머물고 어떤 이는 하늘의 구름을 타고 다시 날아오른다.

하루가 천날 같고, 천날이 하루 같은 일이다.
가끔 우리는 그렇게 영원할 것 같던 거대한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음을 본다.

하물며 풀잎과 이슬 옆에서 숨 쉬고 사는 우리들은 하루 아침이 영원일 수도 있음을 자주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설날의 아침 반가운 소식의 한 해를 기대하며 만수무강의 떡국은 빼놓지 말고 드시라!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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