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

고통은 날것이나 다름없다. 날 것은 먹기가 심히 힘들다. 우리들의 삶 역시 날것이 아닌가?
삶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삶은 전보다 얼마나 나아졌는가를 생각할 때가 있다.

내가 태어난 1960년대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를 밑돌던 시대였다. 솔가루를 긁어다가 무쇠솥이 걸린 부엌아궁이에 불을 때가면서 밥을 해 먹어야 했던 가난한 시대였다. 그 시대의 고통은 새 것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보기가 힘들었다는 거다. 형제들이 입던 쓰던 것들을 아래 동생들이 물려받았다.

어느 추석 때쯤 추석빔이라고 어머니가 주름치마를 사주셨던 기억이 난다. 새 옷을 못 얻는 언니는 소리도 못 내고 집 둘 안으로 돌아가서 눈물을 흘렸다.

멀쓱해진 나는 주름치마를 언니한테 줘버렸다. 그렇게 가난했던 시절에는 돈 많이 벌면 행복만감인줄 알고 살았다.

지금은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다다르게 늘어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전체인구의 상위 10%가 가져가는 소득이 이 나라 전체소득에 50%에 육박한다는 보고이다.

지금까지 잘 살아야 한다는 당위감과 목표는 우리들의 모든 것에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요즘 일인당 국민소득에 해당하려면 3천만원 씩은 벌어야 한다. 일인당 국민소득의 평균값이니까.

그런데 그것에 아직 도달하기 어려운 수치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질 수 있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편 같은 것을 도저히 엄두도 못내는 이들도 많다.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엄청난 갈등과 박탈감에 시달리는 슬프고 우울한 이들이 많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보면 모두가 삶이 빠듯하다고 한다. 돈이 있으면 있는대로 행복찬가속에만 있지 않다. 분배의 부분에서 철전지 원수가 되는 이들도 있다.

그러니 아쉬운 것 없이 나름대로 “남는 인생”을 사는 이들은 별로 없어보인다.
돈이 조금 있는 이들을 만나보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상대방을 경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행여 자신에게 무엇인가 욕구를 드러낼까봐 내심 경계를 풀지 않는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쉽지 않고 자의반 타의반 선을 그어놓고 사니 그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니다.
소득이 높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시대가 분명 존재했지만 일정정도 가지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요즘 기업을 세곳에서 움직이느라 바쁜 사장님을 만났다. 새로 인수한 회사 이야기를 하기에 좋으시겠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재산이 늘어가는 것에 느낌이 컸지만 요즘 들어서는 별로 느낌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소득이 일정한 수준 이상이 된다면 그만큼 행복할 것이라는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는 가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소득, 그것은 참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은 수준 높은 삶을 살 수 있는 필요조건일 수는 있으나 결코 신성시할 일이거나 매몰 될 일은 결코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어 보람이 점점 커지는 인생이 중요하다.
아침의 해를 바라보면서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만족을 얻고 사는 이들은 오늘 조금은 소득에 부족함을 느껴도 멋진 삶의 잣대를 가진 이들이다.

우정과 이웃, 가족 같은 공동체와 성장하고자 하고 어제보다 더 커진 오늘의 생각과 삶, 그리고 미래가 행복한 일이 중요하다.

어쩌면 자꾸만 더 버는 잣대로만 삶을 잰다면 우리는 언제나 빠듯하게 때로는 슬프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옆과 앞을 보면 언제나 경쟁자들이 수두룩하니 말이다.

늘 소수를 제외하고는 내내 시달리다가 우울한 인생을 마감한다.
기본 수요를 만족하고 나서 행복도를 높이려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누구나 삶은 수시로 슬프고 고통스럽다. 일상과 인생사를 거치면서 슬픔과 고통을 길들이는 거다. 누구나 미래는 알 수 없다. 같은 하늘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며 어쨌든 숨쉬고 살아가는 현재의 시간이 핵심이다.

여유롭고 만족하는 삶, 품격있는 삶은 많이 벌기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푹 잠 잘수 있고 깨끗한 물과 밥을 맛있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소박한 이웃과 촘촘한 인생행보를 하는 아름다운 맛이 “진짜”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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