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오랜만에 아는 얼굴이 텔레비전에 나왔다.
15년 전 쯤 암 수술을 받았던 때 내 몸을 맡겼던 의사선생님이다.

고운 얼굴이었던 그 여인도 고운 선은 없어지고 그 시절을 아프게 경유한 나도 이미 꽃다운 시절은 다 간 처지이기는 마찬가지다.

당시에 나는 엄청난 충격과 문제 속에 있어야 했다. 소위 무거운 암을 들고 서 있는 여인이었으니까.
조심스럽게 그 여의사에게 물었던 말이 생각난다.

“얼마나 살아있을 수 있나요?”
“사람은 모두 죽어요”

그 한마디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더 이상 묻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좌절의 겨울부터 지금까지 재미있는 일이 아니면 신이 안난다.

신이 난 어린아이와 같이 남의 눈치 코치 별로 안보고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살고 있다.
우리는 전혀 예기치 못한 문제와 일과 소식을 접하며 산다. 경제가 극적으로 악화되기도 하고 가족과도 원하는 일들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날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일과 자신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은 언제나 우리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인생은 인내의 시험을 치르게 한다. 그런데 매사에 참을성이 없는 이들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이 가장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단다.

때로는 귀찮기도 하고 문제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때도 있다. 하지만 인생의 극한적인 문제들과 씨름하며 마침내 그 시련의 인내를 통과한 사람들이 있다.

오늘 직면한 문제도 살아있으면 무조건 좋은 거다라고 생각할 일이다. 힘든 문제일수록 풀거나 달성하고 나면 그만큼 더 자신과 일에 대한 확신과 가치는 높아진다.

고생을 했지만 그 일에 임하면서 얻어진 자신만 아는 기쁨은 그 사람 자신의 인생이 만들어낸 영롱한 진주이다.

계획에 따라 재능과 능력, 하고 싶은 마음을 합하여 일을 달성하고 난 사람의 기쁨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물결과도 같이 한 세대를 넘어 다른 세대들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물결이 된다. 죽은 사람은 결코 문제를 만나지 않는다.

일을 하니 욕을 먹지, 일을 안 하고 죽은 듯이 사는 사람은 욕도 못 먹는다.
삶은 마치 산등성이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과 같기도 하고 늘 복은 인생을 살면서 만나는 갖가지 시련과 그 무엇무엇을 통해서 오는 것 같다.

너무나 어려웠던 경험을 통해서 어떠한 견고한 기초를 세우고 미래와 희망으로 연결하는 이들의 스토리가 참 귀하고 격려가 된다.

조개속의 진주만 고운 것이 아니라 사람도 어려웠던 경험속에서 진주처럼 아름답고 신비한 빛을 발하는 존재가 된다.

늘 있을 것 같았던 주변이나 사람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처음마음으로 돌아가는 일이 날마다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문제를 만나면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심지를 견고하게 할 일이다.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그리고 급한 일 인지를 돌아볼 일이다.
급한일만 해결하며 살다보면 늘 급한 인생만 산다. 그렇지만 중요한 일들을 우선 정한대로 하나 하나 살아가다보면 중요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

옛날에는 늘 밖의 일을 우선 순위에 놓았더라도 이제부터는 우선순위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도록 할 일이다. 좌절의 순간을 살더라도 그 인생의 재미를 찾을 일이다.

비극이나 큰 역경에 처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우리는 일단 마음을 토하는 일이 중요하다. 마음에 담아두고 슬픈데 안 힘든 것처럼 하지 말아야 한다.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모든 변화의 첫 번째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워가는 것이 인생이다.

슬픈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힘들면 서로에게 자꾸만 숨으려고 한다. 하지만 숨어서 될 일이란 없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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