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인생은 허위개념이 아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미덕이 있다.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결코 얻어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초봄의 겨울과의 부딪침을 깨고 나와 여름의 폭풍우가 변덕을 다 이기고 나서 얻는 결실과 같은 것, 저절로 가을 산책길에서 만난 밤 한 톨과의 만남과 같은 기쁨과 같은 것들은 작지만 큰 기쁨이다.

그 무덥던 여름이 지나면서 붉게 물든 고추를 조르라니 햇볕에 말리면서 시간이 허락한 빨간 빛깔에 탄복했던 것들이 예전엔 깊이 모르던 행복이다.

무덥던 여름이 가고 가을의 문턱, 가을 잎새들은 초록을 지나 각자 원숙의 색을 입어가고 있다.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멋진 선물들이 어떤 메시지보다 감동적이다.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한 계절이 되고 또 그것은 사계절의 조화로 한 해로 영글어간다. 한 해 한해 세월 따라 다르게 몸이 변해가지만 한 해 한해 천하의 지혜를 깨닫는 것도 시간이 허락하는 미덕이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원숙함이란 일시적인 능력이나 재능 따위가 아니라 시간과 더불어 흘러간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며 德이다.

청춘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많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잦아들고 결핍 또한 없어지는 장년기, 노년기에 이르는 일은 아름다움을 넘어 원숙함에 이르는 시간이다. 자신과 더불어 화해하는 시간이며 그동안 마음의 온갖 욕망과 야망들이 실컷 전투를 벌이고 난 후에 얻는 평화의 시간이기도 하다.

점점 가진 것이 너무 없다는 갈급함에서 이제는 너무 많다는 깨달음과 청빈과 자유 온갖 깨달음.
자식들에게 있어서도 살아있을 때 줄 것을 주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들이 내 흔적을 다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자 버릴 것과 줄 것이 구별되고 정리가 되더라구요”

시간과 천지만물은 모두 이치를 터득해가도록 이끌어준다.
세월의 흐름은 젊은 시절에 가질 수 있는 쾌락다음의 시간을 허락해준다.

젊은 시절 쾌락에 휘둘리며 끌려 다녔던 시간을 부러워하기는커녕, 그것을 졸업한 자신의 현재를 고마워하게 된다. 마치 잔인한 주인에게서 도망쳐 나온 것처럼 막 거기서 빠져나온 뒤의 환희를 알게 되기까지, 젊음만 지속되었다면 정말 몰랐을 가치들이다.

가을은 익어간다. 억지로 꼭지를 따려해서는 비틀어야 할 일들이 저절로 익은 감꼭지 떨어지듯 자연히 그렇게 된다.

산다는 건 흐름과 리듬을 따라가는 일이다.구름도 바람도 날도 달도 해도 흘러간다. 젊음에 열광할 일도 노년을 두려워할 일도 아니다.

인생의 길목에서 얻은 갖가지 참담한 일들과 희생을 넘어서면 ‘관용’이라는 면류관을 얻게 된다.
결국은 마지막의 우리들의 가슴은 작은 관용이 아니라 더 큰 관용을 위해 나아가는 은혜속에 있어야 한다.

왜 은혜이냐 하면 내가 노력해서만이 얻는 것이 관용이 아니라 세월과 내가 부딪끼면서 얻고 부서지며 배우고 둥글어진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누가 가르쳐서 되는 일도 아니며 모든 것들에 저항하기도 하며 버티고 닦이며 배운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며 불에 달군 송곳 같은 뜨거운 아픔에 고통을 당했어도 지친 몸 이끌고 언덕을 올라 우여곡절 인생의 짐을 내려놓고 신성한 위로를 보낼 수 있는 것, 청춘이라면 참 그 깊은 맛, 잘 모를 그것이다.

삶의 끔찍한 부분까지 다 알지만 더 깊은 구도의 길로 나아가며 흔적을 지워나가 하얗게 만들 수 있는 여유는 세월이 가져다 주는 든든함이며 미덕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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