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눈을 뜬 순간부터 상대방의 눈빛과 마주한다.
이른 아침결 산비둘기를 바라보는 순한 눈빛에서 출발해서 한 낮에 이르러 마주한 어떤 이의 눈빛까지 우리들의 소통은 눈빛으로부터 출발한다.

기운이 쇠한 눈을 바라보는 일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세상이 살기 좋다면 눈빛이 더욱 반짝반짝 살아있는 모습을 만나리라.
같은 사람일지라도 상황에 따라 눈빛은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살아 있는 듯이 살 때는 결코 눈이 빛을 잃는 법은 없다. 사람을 만나 무엇인가를 도모할 때는 결코 눈빛의 선선함을 놓치지 말 일이다.

사람들은 가끔 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특별하게 별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그 사람과 내 눈빛이 부딪쳤다는 분명한 느낌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 것 뿐 인가! 그 사람이 정말 내 말을 듣고 있는지 아닌지 그냥 분위기를 맞추어주고 있는지도 눈빛은 다 담고 있다.

때론, 전혀 악수조차 나누지 않았지만 위부터 아래를 쓱 훑어보는 눈빛이야말로 참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수 년 전 인도에 갔을 때 그 잊지 못할 살인적인 눈빛이 기억난다.

사람을 그냥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뚫어져라 바라보던 낯모를 이의 눈빛은 전혀 가볍게 지날 수 없던 무엇이었다. 차라리 어떤 두려움조차 느낄 만큼 마주치는 데도 그렇게 피할 생각도 없이 뗄 기색도 없이 쳐다보는 그 눈 빛은 차라리 무서움이고 칼날과도 같았다.

그날 공교롭게도 지갑을 잃어버렸었다.
신의 눈빛을 대신한 엄마의 눈빛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눈빛이다. 어떤 그 무엇도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담아내고도 인내의 한계를 모르는 눈빛이다.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엄마의 눈빛을 자식들이 먹고 자란다는 것을 안다. 행여 화가 담긴 독기어린 엄마의 눈빛에 아이들은 기가 죽고 심하면 아파버린다. 반대로 아무리 아팠던 상처도 따스한 눈빛의 치유를 통해 건강함을 회복하기도 한다.

근자에 한 사람의 꽤 이름 있는 이의 눈빛을 보고 계속 그의 눈빛이 잊혀 지지 않아 곤란해 한 적이 있다.
정말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과 믿음이 가는데, 이상하게 그의 눈빛이 너무 슬프게 느껴졌다. 똑 부러지고 어느 것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준수한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너무나 슬픈 눈빛의 주인공이었다.

그가 목표로 하는 산을 그가 오를 수 없다는 것은 그 눈을 마주한 순간에 안 일이다. 그의 내면의 그 무엇들이 그렇게 많은 슬픔으로 빛을 발하는 것일까!

불타는 눈동자가 되어 달려가도 모자랄 그 순간에 그다지 아픈바다를 닮은 슬픈 눈을 하고서야 어찌 원하는 곳에 가 닿을 수 있겠는가!

무엇인가 비젼을 가진 사람들의 눈빛을 보면 싱싱하고 눈이 반짝반짝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큰 수술을 하거나 죽음직전의 사람의 눈빛을 보면 검고 깊은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휑한 빈 공간 같은 눈동자로 변한다.

사람이 살지 못 살지를 보자면 눈빛을 보면 안다.
세상이 무너져도 솟아날 듯이 생생한 눈빛들과 만나고 싶다. 너무나 크고 작은 부딪침에 절망하는 요즘 정말 사람들을 평화로 사로잡을 빛나는 눈빛을 만나고 싶다.

어제는 오랜만에 쌍무지개를 만났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선 자리에서 찍어 올린 아름다운 무지개들을 쏘아 올렸었다.
어쩜 그것은 요즘같이 죽음으로 얼룩진 세상을 비추어주는 하늘의 은혜로운 신의 눈 빛이 아니었을까?
비가 오는 그 시간에 무지개는 떠올랐다. 아주 찬란한 쌍무지개로.

딸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마구 셔터를 눌러대면서 어찌나 행복한지, 결국 우리의 최후의 행복의 빛은 무지개가 아닐까싶었다.
자신이든지 타인이든지 그 내면을 재볼 수 있는 것은 눈빛이다.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미소보다 더 속일 수 없는 것이 눈빛이다.
아무리 예쁜 얼굴의 주인공일지라도 눈빛이 처연한 사람과는 무엇인가 희망을 도모하지 말일이다. 인간이 숨겨놓은 창 그것은 바로 눈빛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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