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어수선한 4월의 밤과 5월의 밤도 다를 바 없이 어수선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5월의 카네이션’이 낯설듯이 달라 보이는 것은 이미 노란 리본이 온 나라에 가득한 때문이다.

가족, 카네이션으로 부모 자식간에 사랑을 나누었을 그 행복함을 같이 누리지 못하고 통곡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살아있으면 부모님들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을 그 고운 손들이 생각나고 걸리고 또 걸리는 오월이다.

당연하고 상식적이고 건강해야 할 생명의 5월의 날들은 그렇게 슬프게 시작되고 흘러가고 있다.
아카시아 향기가 너무 좋다고 말만 해도 그저 미안한 시간이다.

날마다 뉴스 속에서 ‘나’는 어디가고 ‘너’만 비난하는 현실과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진실들이 사라지는 것들은 우리를 더욱 더 슬프게 한다.

삶의 절벽에서 수천 미터 떨어진 것 같은 잔혹한 느낌들을 회복하는데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깊은 감정의 상처에 아직도 흔들리고 있다. 우리들의 핵심을 꿰뚫는 분노와 절망을 넘어서려는 발버둥을 서로 치고 있는 중이다.

불안 심리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책임 있게 살려는 노력들 속에 있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 생생한 죽음에 대한 공포, 어디에도 안전지대가 없는 것 같은 불안함과 공동의 피해의식이 자꾸만 우리들 생각을 자극해대니 탈이다.

때로는 습관성 망상에 사로잡히는 일들이 허다한 요즘 우리들의 수호천사는 어디에도 없는 듯이 보인다. 오직 우리들 스스로가 자신의 수호천사이다.

성곽이 다 무너진 것 같이 보호벽 없는 인생을 스스로의 생존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누구를 꼭 꼬집는 것은 아닐지라도 분노의 숫자는 늘어가고만 있다.

이제 5월이 더 가기 전에 벗어나고 떨쳐내야 한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상대에 대한 분노이든 자신을 향한 공격이든 괴롭힘의 실체를 떨쳐내고 엑기스는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제, 다시 정신 산란한 머리를 깨끗이 감고 다시 시작할 때다.
깨진 창문과도 같았던 우리들의 모습을 새 창으로 갈아끼워야 한다.

어찌 보면 인생은 늘 새로운 시작이다.
모두가 열등의식과도 같은 절망적인 시간에 새롭게 희망을 갖자고 하는 것이 너무 어렵지만 발버둥치며 살아남아야 할 사명이 있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을 앞에 놓고 스스로 내면의 힘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으로 침몰한 마음들과 국가를 다시 건져야 한다.

더 없는 자유와 열정과 재능을 통해 넉넉하게 살다가도 좋을 아이들을 너무 일찍 보냈기 때문에 그들의 인생도 겹으로 곱으로 살아줘야 한다.

살아 남은자의 슬픔은 깨달음이 되어 에너지로 바꾸어 내어야 한다.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롭고자 하면 우리들의 깨달음을 잠시의 정서로 담아둘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만들고 수호천사라는 에너지로 만들어내어야 한다.

욕하고 떠나고 싶어하는 조국의 현실이지만 금방 우리는 안다. 더 이상 우리의 삶도 우리의 국가도 남의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떠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인으로 대한민국과 운명을 같이 할 조국의 아들과 딸들이다.

이 땅에서 사는 동안 힘들어도 꼼꼼하게 챙기고 주체적으로 살아내야 한다. 그렇게 해도 모자라는 것이 많다.
어느 곳이든 불꽃같은 눈으로 살리고 살펴야 한다.

4월 내내 5월에 걸쳐 그렇게 많이 흘려댔던 우리들의 눈물이 힘이 되고 샘이 되어야 한다. 나도 살리고 너도 살리는 에너지로. 우리는 충분해져야 한다.

적극적인 관심이 눈동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손이 千이되고 발이 萬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만인이 더 이상 떨일 없고 평화로이 살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서로가 생명을 지켜내는 수호천사이며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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