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아무리 잠을 청해도 두 서너 시간도 못되어서 잠이 도로 깼다.
“엄마 말 못할까봐.. 사랑해”라는 절절한 몇 마디는 생과 사의 앞에서 소름돋는 처절한 언어였다.
도저히 이해되어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모두가 할 말이 없다.

그렇게 엄청난 문명의 혜택으로 무장하고 거대한 성 같은 큰 배가 그렇게 허무하고 빠르게 바다에 침몰하다니, 믿기지 않지만 눈앞에 벌어진 현실이다.

진도바다에서 여객선과 함께 한 수많은 안타까운 생명들의 사투가 하루 종일 전파를 타고 들려오면서 ‘또 아이들의 희생인가’라는 절규가 온몸을 타고 돈다.

온 나라가 바다에서의 생존과 귀환에 목이 마르는 시간 속에 낮과 밤의 의미는 허무하다.
잠 못 이루는 밤 한시 40분, 문을 열고 나오니 안개 낀 하늘의 달은 처연한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어미들의 가슴은 모두 다 같을 것이다. 내 자식 네 자식이 따로 없다.

우리들의 자식들이다.
천안함의 그 엄청나고 거대한 파괴 앞에 마주 서 본 적이 있다.
솔직하게 소름이 돋다 못해 머리를 옆으로 돌렸다는 것이 맞다.

천안함의 실체를 본 것은 어미의 크나큰 공포였다. 그리고 해군으로 배를 타야했던 아들을 위해 단 한시도 희희낙락했던 시간 없이 두 손 싹싹 빌며 나라와 한생명공동체를 위해기도해야 했던 시간이다. 그 모두가 평안해야 내 아이도 그럴 터였다.

뭍에서만 살던 아들은 바다를 만나기 전에는 낭만적인 바다를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검은 밤의 바다와 높은파도는” 그대로 죽음의 공포였다고 말 한 적이 있다.
‘검은 바다의 검은 공포’를 몸으로 느껴본 사람은 안다.

이 밤에 그 깊은 바다의 공포 속에 있을 수많은 안타까운 생명을 연상하노라면 온몸이 아프고 쥐가 난다.
어머니들의 실신이 이어지면서 자식과 나눌 수 없는 생명의 어머니들의 그 허망한 시간을 무엇이라 표현할까!
하루 종일 솔직히 제정신으로 살았는지 모를 만큼 어지럽고 멘붕에 빠졌다.

착한 백성들, 게다가 꽃잎 같은 생명들이 그렇게 엄청난 공포의 생사의 경계선에서 어쩌란 말인가!
곱게 피었던 복숭아꽃잎이 땅에 떨어져나리는 것조차 아이들의 모습으로 보인다.
마치 나 자신이 바다 속에 갇힌 것 같이 숨이 막히고 춥고 공포스럽다.

같은 마음이 아닌 사람이 누구일까!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참사들의 공포 속에서 확산되는 허무함과 처절함,아 4월의 꽃들앞에서 그만 기가 막힌다.

불확실성의 상황에 놓인 이 어려움이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지, 사람이 기가 막힌 일이나 할 수 없는 일에 직면하면 저절로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정말 힘들 때는 눈물조차 말라버린다.

모든 것이 정지되어버리는 생명의 그것이다. 죽은 자도 산 자도, 온 나라가 흔들리는 고통의 현실 앞에서 때로는 말이 무용하다는 것.
하지만 또 살아남은 이들의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억이 난다. 부모님이 돌아가셔 장례를 치루는 그 시간 살아있는 자식으로서 밥이 입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그렇게 이해 할 수 없는 현실이라 더 슬펐다.

나라가 온통 진도바다의 여객선에 집중된 듯이 보여도 살아 있는 어른을 비롯한 우리들의 일상은 그렇게 또 흘러가고 영위될 것이다.
뭔가는 결심하고 또 시종일관 우리들의 삶은 지속되어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삶이 꼭 노년이 되어서 마감되는 것도 아니고 영원한 것도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언젠가 하고 싶었던 말을 못하고 떠날지도 모른다. 해야 할 사랑, 원없이 하고 살아야 한다. 멈�� 거릴 시간이 없다.

“엄마 말을 못할까봐 ..사랑해”라고 말했던 그 순간을 안고 그 아이는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 상처와 흔적을 치유해가면서 다시 곱게 다른 이들의 몫까지 잘 살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갑자기 단절된 부모와 자식으로서의 아픈 인연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
살아 있는 생명들은 또 생의 행군을 지속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이 될 지라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언제나 힘차게, 그리고 입이 벌려지는 순간 얼른 말해야 한다. 사랑한다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죽음 앞에 서는 날을 소망해야 한다. 그날이 언제 닥쳐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가야 한다. 이틀 후면 그렇게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저들이 하는 짓을 저들이 모른다고 하늘에 용서를 빌던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던 그날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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