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확실히 사랑이와 희망이는 달랐다.
희망이는 5일장에서 사온 개였다. 다소 숨죽고 기죽은 모습으로 자신의 반경을 넘어가려하지 않는 습성이 있었다. 그런데 한 달여 지난 후 사랑이는 아는 분이 상자에 안고 왔고 꽁짜가 안된다기에 5만원을 지불했다. 사람의 한 주먹만한 꼬맹이 아기강아지였다.

그런데 사단이 난 것은 그 어린 것의 눈을 본 순간이다. 나는 상대방의 눈을 통해 많은 것의 느낌을 알게 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그 어린 것의 눈을 보니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어서 그만 강아지를 받아든 지 1분도 안돼 이름을 사랑이라 부르고야 말았다.

그런데 희망이라고 부를 때의 느낌과 사랑이라고 부를 때의 마음이 전혀 다르더라는 것이다. “희망”이보다는 “사랑”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넓고 환하고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경험이었다.

어딘가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사랑이는 벌써 주인의 사랑을 의심치 않고 바지자락을 붙잡고 늘어졌는데 어린 생명의 몸짓이 사뭇 싫지 않았다. 사무실에 오는 이들도 희망이와 사랑이중에 유독 작은 강아지인 사랑이에게 눈길을 빼앗겼다. 그래서 처음에 묶었던 그 강아지 목줄을 슬그머니 풀게 되어 자유롭게 오가며 자라게 되었다.

서슴없이 산책에도 따라오고 어디든지 경계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영역을 즐기며 사는 사랑이를 보면 마치 인간의 세계를 들여다보는듯 신기했다.

두려워서 자신의 영역 안에 갇혀 있는 희망이의 천방지축보다는 작지만 작은 몸짓을 끊임없이 해가며 영역을 익혀가는 사랑이의 모습은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결국 그릇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사랑이는 그렇게 부르는 순간부터 의미가 되고 역시 사랑을 움직이는 행동을 했다.
왜냐하면 희망이는 대체로 무엇인가 새로운 곳이면 뒤로 도망가려는 몸짓을 했지만 사랑이는 언제나 거침이 없이 전혀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고 어디든지 그대로 따라 나서거나 저것이 참 영물이고 엄청난 꾀돌이다라는 생각을 할 행동을 보였다. 사람이나 다른 생명이나 의심없이 믿는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같은 동물인데 희망이에게 미안했다. 사람의 시선을 모두 사랑이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이 데리고 산책을 나가도 조금 더 큰 희망이는 사람들이 피하고 사랑이에게는 달려왔다. 아주 작은 생명은 모든 이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나보다.

우리는 보다 더 평등한 시선으로 사랑하자며 과자를 줘도 희망이와 사랑이에게 같은 동량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과자 하나를 주어도 먹는 폼이 달라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더 귀엽다.

그런데 어젯밤까지도 함께 아롱거리던 사랑이가 아침결에 보이지 않더니 점심때까지 아무리 이름을 불러보아도 나타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사랑이 어디갔느냐고 희망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녀석이 없는 동안 사실 세수도 않고 그렇게 마음이 허전한 정도가 아닌지라 안절부절 아무것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사람은 역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인가보다.

사랑이라는 말만 떠올려도 그렇게 웃음이 입가에 돌고는 했는데 적어도 하루에 몇 번이나 사랑이라는 이름을 불러댔을까는 수도 없다. 녀석을 통해 이찬란한 봄에 사랑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불러보는 호사를 누려보았던 것일까?
‘그러게 강아지는 묶어 놓을 수 밖에 없다’든지, ‘마음을 빼앗기고 사랑한 것이 문제’라는 등 마음속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린생명을 누군가가 가져갔을까라는 상상속의 죄도 지었다.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밖으로 일하려 나가려던 것도 접고 가만히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꿈결같이 사랑이가 돌아왔다. 적어도 12시까지는 안달을 하게 하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꼬리를 치며 녀석이 돌아왔다.

그옛날 개구쟁이 아들녀석이 골목에 나갔다가 없어져 애가타서 미아신고를 해야하나 울상이 되어 이골목 저골목 돌아다니며 찾았는데 나중에사 스스로 집을 찾아 돌아왔던 기억이 났다. 그때 그녀석도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흙투성이로 돌아왔고 내내 속이 탔던 것은 에미만의 스토리였다.

어쨌든 뛰어나가 사랑이 녀석을 씻기고 드라이로 말리고 먹을 것을 주고 난리를 쳤다.
새까맣게 되어 돌아온 녀석은 어디에 갔다 왔노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좌우지간 돌아온 그 모습은 그대로 감동이었다. 할 수 없이 같이 살기 위해 목욕시키고 밥주고 복숭아꽃 그늘의 사랑이 집에 있도록 경계를 정했다.
자유를 오래 얻었던 탓에 사랑이는 한참을 깽깽대더니 이내 봄볕을 등에 받고는 휴식에 들어갔다. 때로는 사랑에도 경계는 필요하다. 헤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녀석의 앙증맞은 귀여움을 잃고 싶지 않아 서둘러 영역밖으로 못 나가도록 한 일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랑을 잃고 싶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하루 하루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걱정은 현실을 더 잘 맞이하기 위한 방법이나 수단 일 때만 의미가 있다. 걱정을 한다고 바꿀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걱정은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대신 필요한 것이 배짱이다.

소심함을 넘어서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나 환경은 없다.
결국은 너무 계산이 앞서지 않고 무슨 일이든지 의심하지 않는 배짱이 필요하다.

그렇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오대양 육대주를 가슴가득 품는 상상을 하면 국가와 문화의 경계도 없는 신나는 기운이 자신을 찾아온다.

정말 어려운 시절 고등어 자반에 쌀밥을 그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 두어가지 반찬만 있어도 그렇게 행복했었다.

솔직히 지금은 절대적으로 없어서 못먹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덜 먹어야 하는 시절이다.
누구나 하루세끼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배에 넣을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알아서 욕심이 줄어든다.
또 누구나 한 번은 죽고야 만다고 생각하면 배짱이 생긴다.

안 죽을 자가 없으니 늦고 빠름 이외에는 평등하다는 것이 그렇게 안심이 된다.
결국 상황을 초월한 감사는 모든 것을 이리 재보나 저리재보아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훈련이 아닌 것들도 없다. 현실을 바라보면 잘못된 믿음에 빠지지만 않으면 극복이 가능하다.
캔터키치킨의 창업자는 실패를 거듭하다가 실업을 하니 아이들과 많이 있을 시간이 주어졌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치킨을 해주니 그렇게 맛있게 먹었단다.

그것이 장사로 나서서 대박이 나게 되었다 . 우리들의 삶은 궁한 즉 통한다고 좋은 아이디어는 곧 궁할 때 통하는 것들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살아날려고 머리를 쥐어짜는 과정에서 직감처럼 무엇인가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가 태어나서 다음 세상으로 돌아갈 때가지 이렇게 저렇게 경험되는 것들은 결국은 훈련과정이다.

생각나는 것들을 다 실험해보고 가야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면 좋은 생각은 가능한 한 다 실현해보아야 한다.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면역이 생기고 어떠한 경우에도 민들레 같은 생명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사람도 품고 세상도 품는다.

이즈음 봄이면 민들레가 나오고 작은 잎새들이 삐쭉삐쭉 세상에 머리를 내어민다.
봄을 지나 여름을 건너고 가을이 되어 열매를 맺기까지 그 작은 풀잎들에게 얼마나 많은 비바람이 다가올지 셀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도 누구나 자신에게 오는 바람을 피할 수는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산을 받쳐서 쓸 수 있는 지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슬퍼하거나 열등의식에 빠질 이유는 없다.
정말 배짱 좋게 살다가 가는 거다.

일찍이 김수한 추기경은 자신이 신부님이니 특별한 능력이 있으리라는 추측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며 신비한 체험이 없었노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우리가 가지면 얼마나 가지고 갈 것이고 누리면 얼마나 누릴 것인가를 생각하면 지상에서의 삶에 그렇게 열등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상황의 늪에 안 빠지는 복을 누리려면 좀 배짱이 필요하다. 한 번 소심해지면 자꾸 소심해지며 배짱이 늘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동일하게 염려와 불신이 사라진다. 성공하려면 우선 배짱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그런 감사한 마음의 크기만큼 좋은 일들이 꼬리를 이어 나타난다.

때로는 머리로 재는 것보다 배짱으로 밀고 나간 일이 더 잘 되는 일들도 있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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