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

마음을 비우고 걸으면 분명히 땅은 참 감촉 좋게 만나진다. 사람이 걸으면서 땅의 촉감을 느낄수 있다는 것은 참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특히 고뇌가 많은 사람일수록 걸으면서 비움의 경지를 만나야 한다.
언젠가 그 때도 선거가 있을 때였다.

한 후보가 여기 가서도 만나지고 저기 가서도 우연히 눈에 띄었다. 새벽산에 가도 그는 거기서 만나지고 차를 몰고 가는 길목에서도 그는 걸으면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었다. 선거운동원들도 없이 그렇게 걷고 또 걸은 길의 걸음이 얼마나 될까, 좌우지간 그는 의원님 소리를 듣게 되었다.

다른 기관의 단체장에 도전해서 표를 구하는 이를 만난 적도 있다. 이름깨나 있는 이에게 무슨 좋은 소리라도 듣고자 이리 저리 묻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은연중에 심기가 불편해서 하늘에 물어보지 왜 이사람에게 묻는가라고 했다.

“ 왜 이 사람에게 묻느냐? 일일이 운동화신고 뛰어다니면서 논두렁에 가서 일하고 있는 민심에게 듣고 과연 하늘이 나를 부르고 있는지 응답을 들으라”고 강하게 말한 적이 있다.

그 이후 그가 하이힐이 아닌 운동화로 승부한 모습을 보았다. 표를 얻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표심의 향방이 어디로 갈 것인지 분석도 하고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이리저리 모양새를 잡아보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은 비움의 상태를 추구하는 자세가 가장 바람직한 자세일테다.

어려운 일 일수록 집착이 도리어 해가 될 때가 더 많다.사람이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하늘이 하실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더 용량이 큰지 웬만큼 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은 알아차릴 수 있다.

옛날의 검객의 고수들은 진검승부를 펼칠 때 바람소리와 발의 감촉을 느끼려 했다고 한다.
마음을 다 비우고 밀려드는 번뇌와 집착 욕망을 버리고서야 먼 산의 바람소리를 알 수 있고 긴장 속에서도 발을 싸고 드는 감각을 받아낼 수 있다.

많이 걷다보면 발에도 눈이 달린다. 일명 어디를 가려서 밟아야할지 가는 길을 발이 먼저 안다.
머리로 알아서 사는 일은 한계가 있지만 발이 본능을 넘고 걸어가게 하는 길은 그것이 어디로 도달하게 하더라도 옳은 길이다.

소위 정치라는 제단에 몸과 마음을 다 바칠 제물이 되려고 하는 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제물이 되지 않고 제주가 되려고 하는 자는 아무리 화려한 공약을 펼치더라도 자신의 공약을 스스로 거짓말에 물 말아 먹듯 하게 될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를 속이는 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속여서 될 지언정 그릇이 되지 못하면 그릇에 치여 죽을 일이 된다.

일전에 선거에서 어렵게 이긴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길이 아닌 길, 자신이 먹어서 될 밥이 아닌 밥을 먹으면 체하거나 탈이 나고 만다.
민심은 속일 수 없는 천심이기 때문이다.

한 토막의 찬사도 없이 자욱도 없이 사라질 각오를 하고 언제라도 툴툴 털고 일어날 각오에 자신을 맨 자만이 이름표를 달고 나와야 한다.

누구나 선수일수는 없다. 사람의 관계나 권력이나 지도자나 허겁지겁 먹고자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릇이 되어야 밥을 담든지 국을 담든지 담길 것이다.하물며 사람들의 마음일까!

납득할 수 있는 고집이어야지 혼자만 왕이 되려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이리저리 눈치보면서 되려한들 표를 받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받아서 되었다한들 자신도 다른이들도 후퇴시키고 걸림돌이 되고야 만 사례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정말로 표는 얻는 것이 아니라 줍는 것이다. 엎드려야 줍지 뻣뻣하게 서서는 결코 줍어지지가 않는다.
겸손하게 하늘 앞에 엎드려 귀를 열 듯이 비움의 상태로 듣고 겸손하게 나락을 줍듯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줍는 일이 표를 얻는 일이다.

건방지게 낮은 것들에게서 뺏듯이 표를 가져간 자들은 언제라도 허망한 일들을 벌일 수 있다. 사람 나고 정치가 있어진 것이다. 무대에 있을 시간보다 그 이후의 삶에 시선을 둘 일이다. 속고 또 분한 마음을 달래지 못한 민심들에게 날이면 날마다 달라고만 해서야 되는가!

땅에 떨어진 민심을 하나하나 주워서 가슴에 챙길 자만 시민들을 위한 대리인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일이다. 시민들의 대리인의 뺏지라는 것을 알면 권력의 맛에 탐이나서 불나방처럼 달려들지 않을 것이다.

좁디 좁은 마당에 이 사람도 아는 사람, 저 사람도 어쩔 수 없는 인연의 사람이다. 도데체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민망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아침결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후보들의 문자홍보에 치여 욕이 저절로 나온다고 한다. 그동안 뭐했다고 나온다느냐고,

욕을 먹을 일이 많은 이들을 위한 잔치판이 정치 판이 되어서는 안된다,
살리고 또 살려낼 생명의 축제가 되어야 할 일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최고라고 자신하며 출사표를 내놓지만 꾀나 권력의 욕구가 아닌 평상시에 자신의 이웃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난 이후에 산바람도 하늘구름도 밀어다 그 자리에 세워주는 이들이 좋은 성정을 가지고 펼쳐나가야 할 무대가 정치이어야 한다.

입만 빠른 사람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믿음직한 우리의 이웃, 그 누군가! 자욱도 없이 사라질 각오를 한 채 순교자적인 자세로 시민들을 섬길 그 사람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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