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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
가끔 사람들은 힘들면 떠날 생각을 한다.

김포에서 10년을 살고도 정이 안 든다며 떠나고 싶다는 사람, 사업이 잘 안되고 실직한 상태에서 멀리 떠나고 싶다고 웅크린 가장, 결혼 생활에 하도 치여서 정말 파산을 내고 싶다는 여성도 만난다. 또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얼마나 갈증난 사람인지, 훌훌 떠나버리고 싶은 심사야 다를 바 없을 때가 많다.

괴로움이 극에 달한다고 느낄 때 사람은 떠날 생각을 한다. 생을 떠나 죽음의 세계로.

또는 자신의 현실을 떠나 멀리 가고픈 생각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돌아오면 그 자리다. 잠시 환기를 위해 떠날 수는 있지만 자신이 살면서 저질러 놓은 일의 수습은 본인만이 할 수 있다.

아무도 없이 혼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혼자 있을 때 그야 말로 “고통의 만리장성”을 쌓고 도망가고픈 이들이 얼마나 많으랴.

그러나 나는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자신이 살아 온 인생을 정비하고 이어서 살아보자는 쪽이다. 그래서 버릴 것도 없고 실패도 없다는 생각이다.
어떤 이들은 아니다 싶으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딱 돌아서 버린다. 과감하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온갖 고통을 다 당하면서도 미련하게 붙잡고 버텨보는 쪽이다. 소위 좋은 날이 올 지 아닐지, 전혀 모르면서도 그래도 믿어보는 쪽이다.

한 가지 일에서 마침표를 찍지 않거나 해석을 못하고 지나가서 될 일이란 없다는 쪽이다.

“고치고 배우면서 이어나가자”는 미련한 생각으로 산다.
다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한 인생을 끝을 보겠다는 각오로 사는 인생이야말로 독하고 확실하게 살 수 있는 삶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나 또한 너무도 잘 안다.

하지만 혀를 깨물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리면서도 붙잡은 인생의 가닥을 놓지 않겠다는 가혹한 승부야말로 이 세상에 온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너무 힘들 때는 나보다 먼저 산 사람들을 만날 일이다.

인생을 살면서 구비구비 숱한 경험들을 통해 얻어진 말 한마디 마디로 마음을 닦아주고 위로해 주는 이들을 만나기를 즐겨하면 황금보다 귀한 생명수를 얻는 거다.

확실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의 이야기는 과장된 펌푸질도 없고 쓸데없는 거품이 빠져있다.

그들이 건네주는 이야기들은 그가 유식하든 아니든 자신을 지탱해온 인생이 담겨진 것이기에 어쨌든 성공적인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듣는 일이 부족한 시대를 살면서 빨리 선택하고 빨리 결정지으려는 경향을 갖는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인생은 굉장한 작품인 거다.

일전에 한 사람이 김포에서 사는 이름 난 부자 중의 한 사람 이름을 대며 말했다.

“아무개 씨 같으면 무슨 걱정이 있겠수?” 다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그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요? 그 이의 입술도 자주 부르터 있습디다”
어찌 보면 우리는 모두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시장에 나서면 몇 발자국 떼어놓으면 아는 이들을 만난다.물론 이러저러한 인연과 기억 때문에 그 편에서 안 만나고 싶은 이들도 있을지는 몰라도 살아서 만나는 모든 이들은 그래서 반가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제113호 4면/2001.7.23일자>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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