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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매임에서 놓임으로
   
▲ 유인봉 대표이사

거실에서 한 쪽 창문을 바라보니 아직도 하얀 눈이 가득한 산이 들어왔다.
다른 창으로 보니 산길 양지바른 곳에는 이미 눈이 다 녹았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눈 아래 누워 있다가 부드러워진 모습으로 젖어 있는 영락없는 봄이다.

두 눈으로 ‘이미 와 있지만 아직은 다 오지 않은 봄’을 동시에 만나고 있다.
같은 곳에서 눈길만 달리 바라보아도 그렇게 다른 모습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떨리고도 끌리는 신비의 자연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꼭 10년을 살았다. 사람을 더 보기보다는 눈뜨면 만나는 첫 대상이 산기슭, 나무들이 내는 소리를 듣게 되는 이 곳, 사람들이 가지런하게 기획한 도시보다는 헐렁하고 대략 자연의 숨결에 따라 한 숨결을 같이 나누듯 살면서 11번째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풀 한포기도 강제로 뽑지 않고 억지로 나뭇가지도 내 멋대로 자르지 않으려 했다.
그냥 같이 공존하고 산다는 느낌으로 언제까지 이 산 기슭에서 살게 될지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니 정복과 다스림의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단지 이른 아침 눈을 뜨면 늘 그곳에서는 무엇인가 마음을 놓이게 하는 유연함을 주었다.
늘 상  한 가지에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음을 자연은 날마다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 같다.
날마다 새로워진 상태의 해방과 자유와 놓임 가운데 우리가 있어야하는 이유이다.

물론 우리는 날마다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산다.
다 채워지지 않은 순간을 살지만 뭔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복이 있다고 했다.
조금 부족한 것을 새로운 변화의 동력으로 삼아서 날마다 얽매이지 않고 변화함으로서 밝음 가운데 놓이는 체험이 새봄과 더불어 이루어지면 좋겠다.

하루 일상을 살면서 새로운 감격은 늘 시작될 수 있다.
신기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모든 것은 신기한 일로 이어진다.
오늘 ‘이 사람을 만난 것도 신기한 일’이고 ‘작고 큰 감사’로 이어진다.

‘살아있는 하루’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마치 이봄에 개구리가 겨울 땅속을 열고 밝은 세상으로 나오듯이 그렇게 활짝 연 마음으로 새봄의 시작을 향기롭게 할 일이다.

우리의 인생은 다 각각의 체험된 하루의 연속이다.
나의 그릇만큼 하루가 담겨진다.

그 하루의 소중한 삶이 어두운 속박과 노예의 삶이 아닌 진지한 체험의 밝음으로 가득하면 좋겠다.
때로는 ‘왜 진작 이것을 알지 못했을까’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밝은 환희심이 들때 가 있다.

감격에 겨워 저절로 노래가 나오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용솟음쳐 나오는 힘을 만날 때가 있다.
슬프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눈물이 저절로 흐르는 순간의 이완됨.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들과 마음을 이리저리 얽매이고 산다.
바깥세계의 너른 들판, 끝없는 신작로, 나무, 산 등을 쳐다보면 비로소 얼마나 겨울처럼 얼어붙어버리듯 경직되게 살아왔던가를 알게 된다. 정말 기쁘면 환희의 찬가와 어깨가 들썩임이 저절로 나온다.
어린아이는 그저 벙글벙글 잘도 웃는다.

어른은 그리 못할 뿐이다.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온 새봄을 통해 우리내부에서 겨울이 녹아내리고 용솟음치는 자연의 시냇물소리를 들어볼 일이다.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 마음, 의롭고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마음의 근원을 만날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인간적인 제약, 고독과 절망, 고난과 유혹을 통해 넘어지고 좌절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계절처럼 다시 어린아이와 같이 마음을 청결하게 하고 삶의 희망과 용기의 싹을 틔우는 새봄을 바라보고 있다.

날마다 작은 것들 속에서 행복할 수 있으면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환희를 나눌 수 있다.
또드르 또르르 흐르는 작은 계곡의 물소리들, 작은 새소리들이 나뭇가지위에서 명랑하게 울려 귓가에 닿을 때, 이른 아침 밝고도 힘차게 떠오르는 햇살이 내 눈과 마주칠 때 혹은 작은 다람쥐 두 마리가 신나게 나무 위를 오르내리는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갑자기 무겁게 짓누르던 어깨위의 근심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짐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얽매였던 것들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진다.
간혹 우리는 우리의 기대, 소원, 필요 등으로 눈앞이 가려서 사물의 실상과 사람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산다. 그것이 얽매임이다.

이런 것들에서 놓여가고 점점 줄여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요 인생의 부단한 연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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