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칼은 불과 망치로 단련 된다


▲ 유인봉 대표이사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갑자기 낙엽 지는 모습을 보면 한번쯤은 깊은 생각에 잠기고 누구나 달콤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사뭇 진지해진다.

여름은 가난하고 덥다해도 살만하지만 바람 불고 추위가 돌아올수록 마음이 더 쓸쓸해지고 가난해지기 쉽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삶을 지켜내느라 우리는 늘 긍정의 법칙을 생각하고 노력하지만 속살이 시린 적이 더 많은 시간을 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날들을 극복하며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천 날이 되고 천 날이 모여 인생이 된다.

가끔 이제는 가슴에 별이 되어 살고 계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조용히 묻는다.
"어머니 아버지는 내 나이 때 무슨 힘으로 버티고 익숙한 웃음을 변함없이 우리에게 주셨을까!"

질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살다 가시기까지 그 분들도 하루하루 시간의 언덕을 넘는 수고와 깨달음이 정신의 약이 되고 밥이 되셨으리라.

새벽같이 내린 비에 젖은 낙엽이 누워있는 빗길을 달려 이른 출근을 하면서, 이른 아침 잠든 여섯 남매들을 먹여 살리는 사명감으로 젖은 풀길을 걸어 들판으로 향했을 그분들의 발걸음이 저절로 떠오른다.

어떤 '날카로운 날들'이 찾아와도 피하지 않고 지켜내 주신 덕에 자식들은 그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성숙해질 수 있고 각기 또 하나의 인생을 살 수 있었음이여!

하루 한 번쯤은 거울을 보듯이 부모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하루하루는 우리에게 거져 주어지지도 않지만 나날이 배움을 연속시키는 "시간의 스승"이다.

지난 시간들은 늘 우리를 보이지 않게 성숙시키는 날들이다.
앞으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의 날들도 그럴 것이다.
아프면 아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지독한 아픔이 한차례 몰아쳐도 그대로 단단한 칼을 단련하는 불과 망치가 될 것이다.

엊그제는 아들이 잠시 외출을 나왔다가 들어갔다.
그에게 있어 군대라는 것은 엄청난 수련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한마디 그리고 느낌들이 단단한 칼처럼 단련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사랑할수록 말없는 바라봄으로 격려와 지지를 보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

나를 비롯해서 어미 된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엄청난 기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단단하게 훈련되는 동안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따뜻한 방에서 등 따스하게 지내기도 죄스러웠다는 고백들이 많다.

가까운 이는 하다못해 음식점에 들어가서 군인을 보면 슬그머니 밥값을 계산했다는 이도 있다. 하나같이 큰 틀에서 보면 내 자식이고 내 아픈 살점들이다.

이미 사랑 안에는 아픔과 고통을 나눔이 들어있다.
사랑은 이리 저리 재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스스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것이 본질이다. 그렇게 사랑하면서 사랑도 크기가 달라지고 더 깊은 사랑으로 단련되어진다.

맛난 것이 내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그에게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된다. 나라의 평안과 지역의 안녕, 그리고 내 자식의 평화를 위해서 저절로 기도가 된다.

어머니들은 그렇게 단단한 기도의 칼이 되어간다.
대한민국의 힘은 어쩌면 인내와 끊이지 않는 어머니들의 기도가 받쳐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도 아이들이 집을 떠나 고생하는 동안 거의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것조차 편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절제와 인내로 아이들의 고생스런 경험의 시간을 동행하고자 하는 무의식이 작용하고 있었는지도.

인생이라는 것, 살다보면 이 고개 저 고개 '만 걸음'을 걸어야 하고 이모저모 기도하는 정성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 단단한 칼이 되어가는 것 아닐까!

도망가려고 해도 도망갈 곳이 별로 없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칼은 그렇게 불과 망치로 단련되는 시간을 거친다.
자꾸 자꾸 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돌부리에 걸렸는지, 아니면 한 눈을 팔았는지 이도 저도 아니면 불가항력의 어떤 힘에 의한 결과로 넘어졌을지라도 다시 털고 일어나고 겪어야 할 일이면 겪고 가야 한다.

자신이 넘어진 곳을 벗어나 다시 다른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지만 넘어진 이유와 원인을 다시 새겨서 연장할 수 있는 것이 더 빠른 법이다.

그 옛날 어머니는 새도 둥지를 옮기는 대로 깃털이 빠진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하던 일을 버리고 새 일을 통해 새 삶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선택한 일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어디서나 무슨 일을 통해서나 단련되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일들은 없다.
인생의 빛나는 한 장면, 결국 수많은 반복과 훈련을 통해서 나온다.

단련되고 훈련될수록 무슨 일이든 부드럽고 쉽다.
어머니들의 손 맛, 그리고 익숙한 칼 놀림의 솜씨도 가족들이 잠든 이른 시간 그 가족들을 위해 달그락 달그락 밥 짓는 손길의 정성과 반복을 통해서였다.

아직 무엇인가 익숙하지 않다면 더 걸어야 하고 더 단련되어져야 한다.
단단한 칼은 불과 망치로 단련되듯이.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