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우리가 사는 인생이란 '공부를 제외한 다른 능력'들인지도 모른다.
능력이 출중하다고 생각했던 선배가 있었다.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일 줄로만 알았다.
 일류대를 거쳐서 편입해 온 그를 바라보면서 촌뜨기인 대학생이었던 나는 감히 제대로 말도 못 부쳐보았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 선배가 암이다. 2년이 지나 다시 수치가 올라가면서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로 먼저 경험한 나의 이야기가 그에게는 필요했다.

이제는 50대가 훌쩍 넘은 중년으로 만나 아픔 속에 담긴 우리의 인생살이를 나누며 서로 많이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너무 진지한 인생에 몰두한 나머지 울고 웃고 발버둥치고 싶은데 참고 있는 몸을 소홀하게 다룬다. 날아갈 것 같은 심신의 상태를 유지하는데 쓰는 에너지의 양보다 겉모습을 유지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알고 보면 감출 것도 없고 대단할 것도 없는 지나온 사람살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드러내놓고 많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아픔이 그렇게 우리를 더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아무리 공부를 잘했어도, 지위가 높았어도, 공부 잘 한 사람만 편히 가는 인생길은 아니다.
인생은 시험지 위의 답을 적어내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이 이리미끌 저리 미끌하고 넘어지기도 한다.

한 가지 방법이 가능했다고 다음번에도 그 방법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삶을 살면서 공부가 어렵다하여도 항상 틀이 고정화 되어있지 않은 인생길이 더 험난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아픈 만큼 시린 만큼, 그렇게 얻어진 힘으로 인생길을 열고 또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힘들어도 참고 괜찮다고 말하거나 울지 않는 것이 좋은 답만은 아니다.
이러저러하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길을 피할 방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정면을 직시하면서 걸어가야 한다. 걷다가 아파서 흘리는 눈물과 표현은 자기를 지켜주고 방어하는 수단이다.

많은 사람들은 울음을 약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는 사람과 우는 시간은 살 수 있는 숨통과 같다.

울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날마다 울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강하다.
아프다고 말하면 같이 울어주고 약이 되는 수많은 관계에 접속되며 살아가야 한다.

손을 뻗으면 같이 울고 같이 웃어줄 수많은 좋은 가슴들이 우리에게 있다.
입을 벌려 말하지 않고 가슴에만 있어서가 문제이다.

적어도 자기감정에 충실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인생 다시 살기"가 시작된다.
눈물은 경직됨을 풀고 무장해제를 시킨다. 더불어 자신 이외로부터 오는 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수많은 사회적 억압기제 속에서 자신의 내적표현을 극도로 억제하면서 사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들의 원초적 감정은 누르면 누를수록 더 강하게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
억눌렸던 감정들을 목 놓아 울고 토해내는 일들이야말로 우리들의 심리를 건강하게 치유하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들의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인간 최초의 언어인 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
자신을 탁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엉 엉 울 수 있는 것 같은 원초적 몸짓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세상에 태어난 자신의 모습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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