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본지 대표이사

아침이면 마음에 지난밤까지 지내고 난 노폐물이 남는가보다.
그래서 날마다 나만의 마음을 씻고 열면서 아침을 시작한다.

큰 병을 앓고 난 이후 난 촉수가 예민한 종족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믿고 산다.
 암이라는 경험이 부득불 내게 온 이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도 꼭 필요했었나보다.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내게는 크게 걸리기도 하고 꽃잎의 작은 상처에도 맨 먼저 반응하는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씻어내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 날마다 스스로의 마음도 세수를 해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밥은 한 끼니를 건너도 마음은 꼭 세수하는 것, 생명의 법을 배우고 있다.

내게 있어 그것은 하루하루를 실족하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엄청난 그 무엇이다.
때로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것들도 있는 법이지만 어떤 생명에게 있어 필수인 것들이 있다.

인생, 그것은 때때로 반복의 반복을 거듭하는 세수 같은 것 아닐까!
일종의 반복됨을 수없이 하고 살면서도 전혀 세수가 지겹지 않고 개운한 것은 신기하다.

어릴 때 잠이 덜 깨면 나가서 세수를 하고 오라고 어머니가 시키셨다.
지금보다 추운 겨울에 냉수에 세수를 하고 나면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었다.

우리의 정신도 때로는 들기도 하고 때로는 흔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정신이 차려지도록 일종의 조치를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세수다.
하루하루 세수를 하고나서 맑은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완전한 목욕만을 생각하다가 '하루 세수'를 놓치고 마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중에' 잘할 일은 없다. 바로 '지금' 잘하고 있어야 차츰 차츰 익숙해지며 나중에도 탄력을 받아 잘 할 수 있다.

늘 큰 산에 오르고자 하면 날마다 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작은 산을 자주 만나다 보면 산이 주는 힘을 만난다. 그것이 이어져 큰 산으로 가는 즐거움의 길도 열리고 끝까지 가고 오를 수 있는 힘도 축적된다.

인생도 한 바탕 큰 사건만을 만들어 내려고 벼르는 일보다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작은 감동의 물방울들의 모임으로 가야하는 것 아닐까! 

그러므로 자주자주 자신을 돌아보며 닦고 감동을 찾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깨끗이 마음을 세수하고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의 사랑스러움을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

정성껏 마음의 세수를 하고 나면 자신감과 생기가 돈다.
그렇게 생기를 통해 세상과 접속하고 사람과 접속해나가는 것이다.

환한 해처럼, 혹은 밝은 달처럼 서로를 비추어주면서 다독이면서 위로하며 가는 길이 인생길이어야 하리라!

사람을 만나고 나서도 마치 나무토막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나친 느낌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자꾸 마음세수를 하고 스스로 생기를 돋우어내는 방법을 찾아 즐겨야 한다. 힘은 내면으로부터 나온다.

외부에서 오는 힘만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내부의 에너지를 불러서 활성화시키는 일이 되지 않고 누구누구의 덕으로만 살 수 있다는 것은 남의 바지만 입고 걸어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 참 걸어 다녔지만 허전함과 헛됨으로 가득하게 할 인생의 여유분이 우리에게는 없다.
마음의 세수 없이 산다는 것은 청정함을 잃고 우리에게 필수인 비타민이나 무기질 이상의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일과 같지 않을까!

인생을 기계를 다루듯 수치로만 살면 될 것 같지만 그것은 일정정도일 때까지만 그것의 지배를 받는다. 인생은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더 많이 가득한 세계이다.

마음의 세수를 통해 만난 수없이 많은 보배들은 기계적인 생각으로만은 닿을 수 없는 북두칠성과 같지 않을까.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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