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본지 대표이사

사이좋은 사람들은 가끔 떨어지기를 싫어한다.
어디서나 함께 하고 싶어 하고 심지어는 죽음조차도 같이 가자고 할 만큼 사이를 느끼지 못한다.
한 번은 남편이 빙글빙글 웃으며 물었다.

"당신 나하고 같이 갈거야? 같이 갈래?"
"어디를 말이야?"
"죽을 때 말이야. 같이 안 죽을 거야?"
 농담인줄 알면서도 얼른 농담으로라도 답이 나오지를 않았다.

우리는 올 때도 갈 때도 다른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 올 때도 혼자 왔고 가는 길도 홀로 가는 길이다.

세상을 살면서 그것은 너무도 중요한 기준이다. 아무에게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기준이기도 하고 인생을 경건하게 살도록 하는 안내문이다.

사는 순간순간, 그리고 고비마다 이 생각을 한다면 우리는 결코 순수한 영혼의 지혜로 이끌리는 삶을 살지 않을 수 없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산을 보고 왜 가까이 서 있지 않느냐고 하는 것 같이 우린 너무나 많은 요구를 상대방과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조용히 산처럼 물처럼 살다 가야함은 머리가 아니라 자신의 살처럼 느껴야 할 일이다.

잘 아는 분이 찾아왔다.
워낙 몸무게도 없는 어른이신지라 들어와도 인기척조차 잘 안 느껴진다.

사무실에서 강낭콩을 두어 밥을 했다. 그 분은 아주 소식가로서 한 점을 찍을 만큼만 식사를 한다. 점심을 먹으며 그가 말한다.

"인생은 하나의 작은 물방울이야. 그저 강물에 흘러가다가 어느 사이 강물과 하나가 되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는 그저 그런 거"

적어도 82년을 치열하게 살아낸 분의 이야기이다.
조용히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와의 식사에 옆 상가의 한 사람을 더 초대했다.
그는 남편과 이혼을 고민 중이다.
우리는 조용히 밥을 먹으며 나름대로의 생각을 같이 먹고 있었다.
 
어제도 큰 행사를 다녀왔다.
1년 전만 해도 환히 웃으며 반겨주던 힘 있던 얼굴이 지금은 공동묘지에 누워있다고 생각하니 참 인생이 기가 막힌 거로구나 하는 생각.

그렇게 최선을 다하며 목숨도 버릴 만큼 애썼던 "아쉬운 사람"이 간 자리는 보이지도 않던 사람들이 가득 채워져 있고 가 버린 그는 그림자도 없다.

연연할 일이 하나도 없는 세상사.
"나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욕심도 자신만의 것이다

"그 사람 참 성공했다더라"던 사람들이 그 모든 것 내려놓고 맨 몸으로 어디론가 간다는 것을 숱하게 보고 살면서도 우리는 또 천년만년 살 것 같이 산다.

이제는 원형질의 삶을 살아야 한다.
원형질의 삶은  내려놓고 바라보는 일이다.

더많이 가져야 더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영혼이 결핍된 부자로 살기보다는 천년이 지나가도 진실로 남는 가치로 살 일이다.

버릴 껍데기는 과감하게 벗어버리고 하늘이 열어주고 허락하는 삶을 발견해야 한다.

부부조차, 그렇게 사랑하는 자식조차 올 때와 갈 때가 다른데 그 밖의 사람들이 떠난 들 어떠하고 남아 있다한 들 영원할 수가 있겠나!

좀 떨어져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생각이 달라지면 웃음도 슬픔도 달라진다.
애착도 달라진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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