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본지 대표이사

일전에 얼굴이 잘 안 보이는 사람의 안부를 물었다.
아무도 그의 근황을 잘 모르겠단다.

처음에는 그렇게 누구에게나 살갑게 대하고 경력이 화려해서 다른 사람이 꽤나 주눅이 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의 이상을 말하고 아는 것도 많은 지 늘 좌중을 압도하는 말을 많이 했다.

지나간 그의 여러 태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한 탓인지 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영 개운하지 않아했다.

일행 중에 한 사람이 뼈 있는 말을 했다.
"그러게 말이야. 들어가는 것과 나가는 것이 같아야 한다구"

가끔 우리는 혜성처럼 나타난 누군가에게 기죽어한다.
그리고 아무런 책임감 없이 가버린 사람들이 흘리고 간일들의 책임을 지느라 생고생도 많이 한다.

누군가는 저질러 놓고 누군가는 청소하고 수습해야만 하는 일들.
책임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수고하며 노력할 때의 아픔을 알면 그렇게 무책임할 수는 없으리라!

간혹 모든 존재는 부족하고 흔들리며 외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더욱 들어가고 나감에 있어 같으려고 노력해야 할 일이다.

날마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도  매우 자주 전화를 걸어왔던 사람도 있었다.
그는 대도시에서 김포로 출근하면서 이런 말 저런 고민을 수시로 했고 아침부터 부산하게 내 전화로 받아주어야 했다.

때로는 귀에 거슬려도 참고 좋은 것이 좋은 일이다라며 거의 다 받아주었다.
나보다 한참은 인생을 더 산 사람이기도 했고 그가 참 힘들고 어려움도 많았던 시절을 살고 있어서 간혹 힘들어도 귀를 열고 들어주는 일이 공덕을 쌓아주는 일이려니 했다.

그런데 김포에서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고 전화도 뚝 끊어졌다.
날이면 날마다 걸려오던 소식이 그대로 멀어지니 그리워서가 아니라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날마다 하던 세수를 건넌 듯이.
그렇게 사람도 흘러가나보다 했다.

그런데 전화로 30분 쯤 후 보자고 약속을 해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기도 했다.
"그래요? 하긴 우리가 언제는 알던 사이였나요? 모르던 사람으로 돌아갑시다"

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어떤 이들이 사람 만나기가 싫다는 말이 생각난다.

간혹 사람들은 간을 빼줄듯이 친절한 미소를 띠고 다가왔다가 가노란 말도 없이 밀물처럼 밀려간다.
누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호들갑을 떨다가도 그렇게 허무하게 멀어진다.

사실, 어떤 때는 그런 것에 상처받을까봐 되도록 흔들리지 않으려 하지만 이내 여러 번 와서 부딪치면 살그머니 마음을 열게 된다.

그 다음에는 그가 남기고 간 수많은 말들, 지켜지지 않거나 허무한 말속에 잠시 갇혀서 쓸쓸해한다. 다행하게도 금전적인 손해가 아니면 천만다행이다.
가만히 누워 천정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만약 그가 하자는 대로 했으면 어쩔 뻔 했나!'
사람으로 이 세상에 와서 기쁘게 만나다 갈 수 있으면 최대의 축복이다.

그 길을 가는 동안 참 유혹도 많다.
제대로 눈을 뜨고 있지 않으면 어디로 휩쓸려갈지 모르는 지뢰밭과도 같다.

앞과 뒤가 같을 수 있는 일, 그리고 들어감이 명확하면 나감도 확실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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