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본지 대표이사

누구나 적수를 만나면서 인생을 살아가게 되어있다.
작고 큰 적수와 만나고 좋던 싫던 겨루면서 굽이굽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어리석은 마음에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적이 없어지면 다 해방되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사람이 추락하는 순간부터 나 자신의 일도 함께 잘 안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이 잘 되어야 내가 잘 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그때였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놓은 그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양복차림이 아닌 티샤츠 차림의 그 모습을 보면서 참 사람의 모습도 담긴 모양에 따라 그렇게 품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적은 적수가 알아보게 되어있다.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다 내려놓은 마음으로 아쉬운 대로 길가의 벤치에 앉아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정말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사심도 없었는데 어찌저찌하여 서로 그리 적이라고 말할 정도의 사이가 된 것인지.

진심이 흘러나오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은 어제만 같다.
사실, 내일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모든 것에 있어 안 되는 것이 없게 되어있다.
아무튼 그 자리에서 그에게 진심어린 축복을 해주었다.

더 큰 세계에 가서 더 큰 일을 하라고 빌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가 잘되는 동안 나도 잘 될 거라고 믿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우리는 흔히 나의 적은 죽어 없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적은 우리를 키워주는 선생이다.

늘 내 앞의 맞서 있는 적이나 경쟁자는 내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사라지지 않음에 늘 가슴 한 켠이 불편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를 성장시켜 주고 오늘을 있게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크고 작은 적수들이며 경쟁자들이다.

그들은 우리의 내면을 깨우고 잠자던 게으름과 도전정신과 목표를 일깨워준다.
어금니를 꽉 깨물며 다시 마음의 칼날을 갈고 더 탄력적이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때를 얻으면 전력질주를 하도록 채찍이 되어준다.

그렇게 보면 나의 가장 큰 적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목표를 상실하는 것과 같이 많은 것을 잃어버림을 의미한다.

우리는 적과 싸우고 있는 순간 그와 관계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생각에 사로잡혀 어떻게 하면 승리로 이끌 것인가 하고 몰입하게 된다.

삶의 모든 의미는 그곳에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많은 부분은 적이 키워주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이 이편저편으로 나누어지고 선거를 통해 승부를 겨루는 시기에 우리는 너무 심한 편 가르기나 상대방에 대한 혹독한 태도가 등장하기도 한다.

'바다는 지혜를 가르쳐주고 산은 인내를 가르친다'고 한다.
적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

끝까지 도망가지 않고 경쟁하면서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물론 승자를 가리는 절차이겠지만 이러한 과정은 함께 하는 모든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든지 깨달음을 가져다 주리라고 본다.

아무도 겨룰 이가 없는 현실은 더 이상의 가열찬 전진의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하게 한다.
경쟁해야 할 적수가 있는 한 그것은 고통이기도 하지만 축복이기도 하다.

큰 적수와 싸우면 그만큼 큰 사람이 된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은 골리앗과 싸운 덕분에 후에 사울을 넘어 한나라의 왕이 되었다.

이왕 싸울 바에는 늘 고만고만한 적수가 아니라 큰 적수와 겨루어보아야 한다.
큰 적과 싸우면 크게 배운다. 큰 적을 이기고 나면 나머지는 자연 평정이 된다.

아픔도 큰 아픔을 겪고 난 사람은 잔 아픔에 대범하다.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의 적수와도 경쟁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적을 넘고 넘어 우리는 전진하고 성장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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