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본지 대표이사)

아침의 시작이 상쾌한 봄이다.
매순간 순간을 살아간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날마다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손님과도 같이 찾아온다.
지난밤의 아픔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얼마나 견디기 어려울까?

지난겨울의 고통은 위대한 새봄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한 밤을 지내고 다시 창문 활짝 열고 새 날 속에 살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다.

사실 날마다 우리는 많은 사람과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 고독 속에서 어쩌면 보이지 않는 자신의 갈등과 번뇌는 자신의 것이고 오직 자신의 세계 속에 있는 것이다.

가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옆에 있지만 그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는 있어도 진정 그의 아픔을 대신해 줄 수 없음은 고통이기도 하고 안타까움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고 하여도 우리의 즐거움과 고통은 오직 우리의 것으로 살 수 밖에 없는 한정적인 인간이다.

우리의 위대함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스스로의 경험 속에서 정리해 낼 수 힘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날마다 생각의 창문을 활짝 열어 새 기운을 받아들일 일이다.
기쁨도 슬픔도 날마다의 경험 속에서 빛나게 발견할 일이다.

 '즐거움'이라는 말을 안다고 즐거운 것은 아니다. '슬픔'이라는 단어를 안다고 슬퍼지지도 않는다. 단지 그 경험으로 그 말을 배운 사람만이 즐거움과 슬픔의 시작과 끝을 안다.

우리의 경험 속에서 기쁨도 즐거움도 날마다 새로운 색을 입는다.
무지개 색처럼 그것은 때로 그렇게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들이다.

인생은 날마다의 위대한 경험 속에서 그렇게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켜나가면서 생각이 자라고 성숙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잠시 지인과 눈물로 서로 나눈 이야기 한 토막.
지난 겨울의 병상에서 새 봄을 바라보던 이가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코앞에 둔 이다. 1년 전의 봄만 해도 펄펄해 보이던 50대 후반이었다. 새봄을 기다리며 그는  날마다 병실 창가에 새가 와서 앉아주기를 바랐다고 했다.

"새가 창가에 날아와 주면 나는 걸어 나갈 수 있을 거야"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와도 같이 그에게 있어 새 한 마리의 출현은 그가 곧 아픔을 딛고 걸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런데 날마다 생각 속에 그리던 새를 그는 분명 보았다.

반짝이는 눈의 생기로 그는 즐겁게 발견한 새의 이야기를 병실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이봄에 자란 냉잇국 한 그릇을 끓여달라고 해서 그렇게 맛있게 먹었다.

그가 발견한 새와 봄과 냉이국은 이 세상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만난 경이롭고 위대한 새봄의 경험이었다.

우리가 생의 마지막까지 해야 할 일은 무엇에도 갇히지 않는 일이다.
생각 속에 갇혀버리면 현실에서도 갇혀버리고 '감옥을 하나 사는 일'이다.

잠시 산천의 공기가 어제와 오늘 어떻게 다른지를 만나면 금방 새로운 생명이 된다.
앉아서 생각 속에 갇혀있기보다는 그러니까 생명은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만나야 한다. 생각도 새로운 생각이 반가운 손님처럼 찾아올 수 있도록 새 자리를 자꾸 마련할 일이다.

앉아서 그러리라는 짐작보다는 현실 속에 부딪쳐보면 훨씬 살만한 일들과 새로운 생각을 만난다. 세상이 살기어렵다고 앉아서 절망하는 것은 두려움을 더 증폭시킨다.

대신에 부딪치면 생각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고 결과가 달라진다.
생각이 달라지면 공포와 분노 두려움이 증발해버리고 현재 경험이 만들어지고 축적되면서 고통이 줄어든다.

인생을 계속되는 한 행복과 고통은 사람들의 최고 관심사이지만 날마다 나에게 다가오는 유일한 천사를 만날 일이다.

달라진 바람 한 숨결, 그리고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의 발견이 오늘 내게 온 행복이라는 것을.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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