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들친구들이 놀러오면 물어보는 말이 있다.
“너희들 우리 아들과 친하지? 괜찮다고 느꼈던 것 다섯가지만 말해 줄래?”
처음에는 아이들이 웃긴다는 듯이 대하다가 한가지씩 말을 해준다.

어쩌면 막연하게 느꼈던 것들일지라도 상대방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이고 또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6학년이라 어느 정도 말이 통하고 상대방에 대한 관찰력 또한 있게 마련이다.
아이들은 아마 해준 말을 잊지 않을 것이고 말을 해 준 아이도 그렇게 믿고 더 친해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재미로 물어본 말을 아내인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느 날 남편에게 불쑥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엉뚱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내 손가락을 펴들고 눈 앞에 들이댔다.
“글쎄...” 라고 말을 흐리던 남편이 하나씩 말을 했다. 다섯 손가락이 다 접히고 다시 다른 손을 폈다. 또 그 손이 접히고 다시 펴고 20가지 씩의 칭찬을 해 주고 받았다.

어쩌면 평상시에는 고집스럽게 보이던 것들도 어떤 면에서는 칭찬도 될 수 있었다.
다소 수다스럽게 보았던 내 모습도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말로 이어져서 나왔다.
그리고 나니 기분이 서로 좋아졌고 그동안 찌부듯했던 마음의 상태들도 정리가 되었다.
우리가 살면서 서로 장점을 발견하기보다는 단점이 더 빨리 눈에 띄기가 쉽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더욱 그러하다.
아이들이나 남편 혹은 아내에게서 몇가지 이상의 좋은 점을 발견해서 감동받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말이라는 것이 신기해서 그렇다고 말하고 나면 그렇게 믿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전까지 느꼈던 부정적인 느낌들의 변화를 갖게 한다.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확대해본다면 우리는 훨씬 더 좋은 사람들과 이세상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우리들은 뭉뚱그려서 말하기에 익숙해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과 같은 말투로 “그저 그렇다”는 표현이 많다.

하지만 때로는 세밀하고 세심한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게 한다.
그것은 믿음의 씨앗이 되어 상대방에게 희망의 잎사귀가 나오게 만들기도 한다.

핸드폰이 일상화 되어 있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편지라는 것을 잊고 산다.

다시 연필을 들고 편지를 써서 우체국에 가는 일이 우리에게는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들도 아이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법을 빨리 배울 수 있다면 좋다.

문명이 준 편리함은 될 수 있으면 사용할 일이다. 간결하지만 꼭 할 수 있는 말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면 내 이웃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식당을 경영하면서 딸 아들과 부족한 시간들을 간단한 메시지 주고 받기로 대신하고 있다.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을 경험하는 일을 통해 가끔 그이의 딸은 바쁜 엄마의 일손을 도우면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다.

어느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세계를 이해하고 긍정한다는 것은 과정이 없으면 안된다.
한 집안에 살고 있다고 해도 교통이 원만하지 않으면 겉사람만 만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남편이든 아이들이든 또는 자신을 둘러싼 어떤 관계라고 해도 숨막히는 일이 아닐까?

선물이라는 것이 물질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도 본다면 울적한 사람에게 당신이 얼마나 내게 중요한 사람인지, 관심있게 한 마디를 보낼 수 있으면 좋으리라. 그것은 어느 경전의 아름다운 말보다도 현실적으로 위대한 힘을 줄 수 있다.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말한마디, 또 나를 싫어하고 있지는 않을까 두려웠던 사람들의 긍정적인 멘트 하나가 상대방의 기분을 하늘에 올려놓고 살맛나게 할 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그렇게 몸과 마음이 전율할 만한 행복이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작은 일상의 기쁨쪼가리들이 모여 이 세상에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한다면 오직 한 사람으로 이세상에 나와 살면서 덜 외롭지 않을까?

입을 벌려 말할 수 있다는 감사함으로 하루종일 만나는 이들에게 다섯가지 이상의 좋은 점을 찾아보고 말해보자.
그것은 결코 아부가 아니다.


유 인 봉 김포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유인봉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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