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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저마다 피고지는 계절이 다르다
   
▲ 유인봉 본지 대표이사

날마다 시간이 달라지면서 가을향기가 매우 새롭고도 신난다.
나뭇잎이 지는 향기도 곱지만 고운 빛 국화의 몽우리도 너무 이쁘고 아기 손 같다. 늦가을의 고운 국화의 빛에 반할 양이면 초봄에 향기를 뽐내는 매화는 또 어떠한가!

꽃은 저마다 피고지는 계절이 다르다. 왜 여름에 피지 않고 가을에 피는가라고 묻는 물음이 마땅하지 않듯이 사람도 저마다 피고 지는 계절이 다름을 받아들여야 하리라.

잘 알고 지내는 어른이 계시는데 평생의 20년을 묶여서 살아야 하는 세월이 있었다. 지금 그 분은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빡빡한 일정을 세워서 젊은 세월을 활짝 핀 꽃으로 살고 계시다. 그뿐이랴, 일찍 지는 꽃도 있지만 늦게까지 오래 피는 꽃도 있음이여! 7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아온 경력을 바탕으로 아직도 왕성하게 살고 있는 어른도 알고 있다.

누구나 봄꽃이고 싶어 할 이유는 없다. 누구나 여름꽃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누구는 봄에 피고 누구는 여름에 피고 누구는 가을, 혹은 겨울에 만개하는 꽃이면 좋다. 피고 지는 계절이 다르듯이 일등이라는 개념 또한 다시 생각해 볼일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이거늘 견줄 필요는 더욱 없다.

봄에 피었다고 일등 꽃이라고 자만할 필요도 없다. 단지 자신의 기운이 가득차서 피어나는 시기가 가장 좋은 것 아닐까! 시들었다가도 다시 한 모금 물을 머금고 다시 피어나는 꽃이면 어떠하리! 또 만개했다 다시 곱게 말린 꽃으로 피어나도 꽃은 꽃이다.

이 산천을 물들이는 온갖 종류의 꽃들이 다 나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라고 이야기하지 않듯이 사람도 자신의 자리에서 곱게 피어나 하늘 한번 쳐다보고 구름 흘러가는 소리와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와 더불어 피고 지면 족한 것이리라.

작지만 아름다운, 나만이 느끼는 의미 있는 순간들을 사랑하면서 살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겉으로는 보잘 것 없는 모습이라도 그 정신과 영혼이 아름다운 것이 진정 아름다운 것이다. 자신의 눈과 귀가 온몸으로 느끼지 않은 것들에서 오는 기쁨은 그리 클 수가 없다.

   
 
자신의 코끝을 스치는 기운을 우주의 넉넉한 모습으로 받아들여 하루를 경영함이 즐거운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이다. 천만금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잠시 웃음 한 바탕 앞도 뒤도 눈치 안보고 호탕하게 웃을 수 없는 행복은 행복이 아니다.

오히려 남들이 이해 못 하는 즐거움을 많이 가지고 누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러한 즐거움의 기억과 행복이 자산이 되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피어날 때와 자신이 져야 할 때는 오직 자신만의 기운이 알고 있다. 그러니 자신의 에너지를 잘 가늠하면서 피고 지는 것이야 말로 지극히 아름다운 삶이리라!

간혹 남이 먼저 높은 자리에 간다고 열등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고, 자신이 먼저 도달했다고 지나치게 기뻐할 일도 아니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도달한 삶이라고 하여도 바쁨과 여유 없음 속에서 진정 작고 아름다운 꽃향기 한 번 못 맡고 365일이 지나간다면 서글픈 일이다. 행여 그 가슴에서 나올 수 있는 계획이나 용서가 어찌 그리 클 것인가! 자연 앞에 서지 않고 콘크리트 사이에서 부는 바람만 바라본 사람의 자비가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다 얻은 것 같은 후에 느끼는 허무함들이야말로 견딜 수 없는 고독함이리라! 살다보면 잘나가던 인생도 하루 아침에 곤두박질쳐버리고 도데체 이해안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 이해 안가는 사람과 일이 생기면 이해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지, 자신을 꽃으로 생각하면 그와 내가 다르게 필 수 있는 꽃이라는 것을 그대로 받아 들이게 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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