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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고 하는 것의 부질없음유인봉 칼럼

우리는 "안다"고 해서 고집을 부리고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안다"라고 단정을 짓는 순간 왜곡이 시작되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진정한 관계는 많이 아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안다"고 하는 것은 때로 너무나 부질없는 것일 수도 있다. "

안다고" 하는 것도 불완전한 자기기준이며 잣대이다. 대부분 우리는 무엇인가 아는 듯해서 교만이 생긴다. 관계파괴는 물론 갈등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안다"라고 하는 것이 독이 되는 것을 본다.

사실 내가 있다는 것조차도 믿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일 수가 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잠시잠시 스치는 인연들을 알면 얼마나 알 것이며 세상의 모든 지식이나 지혜를 알면 또 얼마나 알 것인가!

알고 보면 모르는 것 투성이다. 정말 알려고 하면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해야 한다. 남이 다 아는 것들, 잠시 있으면 쓸어질 안개와 같은 것들을 붙잡고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것은 아닐까!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면 아직 알지 못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그럴 수가 있나하면서 단정해 버린다. 상대방의 진실은 어디가고 나의 "안다"라는 것의 잣대를 가지고 말한다.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속을 다 알면 아무도 돌을 던질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는 허다하다. 진짜 뜨거운 맛을 알지도 못하고 깊은 맛을 알지 못하면서 다 산 것처럼 할 일도 없다. 보이는 세상의 작은 찻잔 속에서 들끓고 속상해 할 일은 더더욱 없다.

세상을 다 알고 그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는 말한다. "그저 자식 낳고 애쓰다 죽고 또 자식 낳고 애쓰다 죽는 것이 인생이다"
겉으로 일면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 잃어버리면서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들이 우리가 아직 모르는 인생 아닐까!

엊그제 '앞으로 정말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 이와 조용히 말했다. 나도 암이라는 확진을 받고 바다를 보러 갔었다고. 그리고 그 바다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면 그렇게 편할 것 같고 그렇게 바다가 나를 잡아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고 말이다.

소리없이 가슴으로 울고 통곡하고 돌아서게 한 것은 바로 내 속으로 낳은 두 아이들의 얼굴이었다고.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그 순간조차 내 것이 아니고 아이들의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그 아이들의 교과서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노라고.

정말 암에 대한 정보가 나를 생존하게 하거나 앎이라는 것이 나를 살려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렇게 믿지 않는다. 때로는 무슨 통계나 정보에 의지하기보다는 나의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아무런 의식조차 안하는 평화로움으로부터 힘이 생겼다.

아무것도 아는 척 하거나 생각조차 소유하지 않으려는 데서 모든 생명의 힘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경험했다. 지금도 내게 있어 행복의 회오리는 현실적 통계나 지식으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현실은 늘 물위를 떠다니는 얼음조각위에 서 있는 것처럼 불완전하다.

   
 
 
 
하지만 우리는 돌아보면 어차피 아무것도 없었던 몸이다.
많이 가지려 하고 알려하는 것이 우리를 결코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
세상에 '안다' 는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결코 '문서로 결재를 득한 후에' 행복해 질 수는 없다.
 
엊그제 아는 이와 통화를 하는데 웬지 목소리가 달라져있었다. 뭔가 틀어진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풀어가면서 "안다"라는 것의 한계를 경험했다. 너무 많이 알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 예견이 앞서고 우리 사이의 어이없는 분리를 만들어냈다.
 
가만히 돌아보니 우리는 서로 "안다"고 생각하고 산 날들이 많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잘 알던 사람도 다시 돌아보면 잘 모르는 면이 너무 많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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