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꿈을 꾸었다.

올케 언니가 아기를 낳아서 다른 사람에게 주는 이상한 꿈이다.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절대 믿어지지 않는 것들을 꿈으로 경험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고 아침 내내 몸이 좋지 않았다.

아침이 지나 오후가 되면서 이혼도장을 찍은 젊고도 예쁜 여성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울고 같이 울었다. 이혼을 하고 지나가는 유모차를 보고도 주저앉아 울었다고 했다.

두고 나온 아기 생각이 나서, 그 여성은 가슴까지 빨개지며 울었다.

결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인생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교과서처럼 선명하지 않은 것이 인생이기도 하다. 교과서대로라면 인생지도는 그렇게 아프거나 잔혹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인생이란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 창조해가는 또 다른 별리의 세계이다. 부부 혹은 자녀들의 인생지도는 오직 한편의 책임이 될 수 없다. 서로 창조해 낸 어떤 세계다. 일방의 책임이란 본래 없는 것이다.

서로의 공방이나 행위 속에서 어떤 현실이 창조된다. 만남의 기쁨이나 헤어짐의 뼈아픔이나 우리가 다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목이다. 이별을 하든지 사별을 하든지 결국 우리는 이별 혹은 사별이라는 혹독한 ‘별리’ 공부를 한다.

사람은 살면서 각종 다양한 인연을 만난다. 그 처음이 있으면 마무리가 있듯이 인연도 흐르고 흐른다. 부모 자식의 인연으로, 그리고 부부의 인연으로, 그리고 그 밖의 주고받는 인연으로 인생은 같이 흐르고 흐른다.

개인의 인생도 그러하고 집단의 인생도 그러하다. 자신이 믿었던 신념대로 인생은 살고 싶고 살아가는 방향이 정해지는 것은 아닐까?

인생이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늘 고통을 경험하며 인생의 걸어간다. 인생은 고통너머의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통너머의 어떤 해바라기를 경험할 것이다.

인생은 바람처럼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큰 자유를 찾아 순례를 할 것이다.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평생 부정의한 어떤 대상을 찾아 정죄하며 늘 정의롭게 살고자 하며 아름다운 평화를 반납하고 살 것이다.

하지만 죽도록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도 지나고 나면 ‘미친 바람’이 될 수 있다. 목숨을 다 바칠 만큼 그토록 대단했던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스쳐가는 봄바람의 해맑은 향내음을 코끝으로 느끼는 즐거움이야말로 우리가 향유해야할 이 봄의 향기가 아닐까!

너무나 대단한 것들이라고 믿어지는 것들에 대한 달음박질 또한 정말 그러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가져볼만하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닌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죽도록 사랑한다고 했던 것들도 정말 죽는 순간에 똑같이 갈구할 그 무엇이 될런지 생각해볼 일이다.

죽도록 사랑했던 것들과의 이별의 순서 중에 속하지 않은 것들을 위해 밤새 고민할 필요는 없다.

날마다 날아가는 듯이 창공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웃을 일이다. 내가 손을 움켜잡지 않으면 손에 걸리는 것은 없다.

삿된 욕심 없이 가는 길은 하늘이 돕고 땅이 돕고 사람이 돕게 되어있다. 갈 길이면 다 순리대로 가고 안가야 될 일이면 돌아가도 막히게 되어있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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