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이 칼로 물베기라는 기존의 통념은 이제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폭력은 단순한 물리적 폭력이 아니다. 폭력의 이면에는 상대방을 제압하고 통제하며 복종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김포여성의 전화에서 5월 가정평화의 달 행사로 길거리 사진전을 열자 지나가는 시민들은 눈살을 찌뿌리기도 하고 안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기꺼이 가정폭력 방지를 위한 서명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여성들이 맞고 사느냐고 되묻는 이들도 많았다.
많은 부부들이 결혼과정을 거치며 한 번도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료에 의하면 부부가 살면서 다투어 보았다는 이들이 96.9%에 이른다. 시간은 짧게는 30분(58.8%)에서 30분 이상(30.9%) 한 시간 이상(10.9%)에 이르고 있다. 부부싸움의 내용으로는 자녀나 자녀의 교육문제(40.9%), 시부모와 시댁문제(37.4%), 늦은 귀가(35.1%), 음주(28.7%), 돈문제(26.3%), 여가활용(23.4%)이나 남편의 일(10.5%)상대의 바람끼(1.8%), 기타(15.2%)로 나타나고 있으며 말로만 싸우는 경우는 73.6%이지만 심한 욕이나 물건 던지기 구타 등으로 싸움이 확대되기도 한다.
한 번 행해진 폭력은 반복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이라고 할지라도 감정적인 욕설은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마음을 비천하게 만들기때문에 물리적인 폭력보다 타격이 더 클 수도 있다.
결혼한지 십수년 이상된 부부가 함께 살 수 없다고 판단하기까지 폭력에 의한 갈등이 지속될 때 이는 두사람만의 문제로만 귀착되지 않는다.
자녀들의 성장과정 중에서 목도한 폭력은 자녀들에게 부지불식간에 학습되고 치유의 과정없이는 자녀들의 세대 속에서도 재현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현재의 부부간의 폭력은 10년 혹은 20년 후의 자녀들의 결혼생활의 밑그림이 될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성장하는 자녀들의 학습능력을 점수 하나 높여주는 일 또한 이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부간의 폭력을 통해 그릇된 부부의 상을 저장한 자녀들이 이세상을 살아가면서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부부가 폭력을 행사하면 자녀도 상처받아 자아존중감이 낮아지고 불행감 무력감 거부감 죄의식 분노를 느끼게 된다. 두통 복통, 천식, 야뇨증, 불면증, 말더듬도 나타난다. 우울증, 학교공포증, 혹은 거부증,비행행동, 학습장애를 보이거나 자살하기도 한다.
부부관계의 평형적인 균형과 평등한 삶은 가족구성원 모두의 행복과 너무나 밀착되어 나타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는 부부중심의 삶의 패턴만이 아니라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모두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되어야 한다.
간혹 부부간의 경칭 사용이 아닌 반말 사용이나 가사분담 역할 분담 등이 가정폭력의 일상적 기초가 되고 있음을 간과 해서는 안된다.
폭력 문제와 관련해서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권리는 몸의 권리와 존경권이다. 가족 모두의 몸과 성, 그리고 이와 관련된 욕구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 있다는 것, 그리고 타인의 몸을 함부로 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는 것을 가족 스스로 자각할 때 폭력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의 경우 절대로 스스로 그 폭력을 그만두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 스스로 몸의 권리와 스스로 자기 존중감을 가지고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아무리 가족이나 부부 중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잘못과 폭력은 전혀 별개의 문제임을 직시하여야 한다.두려움 속에서 고스란히 당하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를 뿐이다.
당당한 자세와 태도 속에서 혼자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친척, 친구, 이웃 혹은 여성 단체나 상담소, 쉼터, 경찰을 이용하는 데 늦어서는 안될 일이다.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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