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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기짝을 치겠다유인봉 칼럼

사랑한다고 입으로 말을 해도, 가슴으로 느껴지고 전달돼야 한다. 비록 엉덩이에 매를 맞으면서도 ‘이것이 사랑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은 행복 그 자체다.

개인적으로 살면서 결핍이 된 한 부분이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이 그렇게 늘 서운했다. 세 살 적에 돌아가신 할머니나 할아버지에 대한 어떠한 조각도 내게는 연결되어 있지 않다.

성함마저 어렴풋한 그 분들의 피를 이어받아 오늘날 50살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함께 나눈 추억이 없다는 것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꼭 조부 조모에 대한 사랑과 흔적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 아이들 역시도 다섯 살, 혹은 아주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런 우리 아들과 딸은 요즘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생님과 대를 이어 슬기로운 교제를 나누고 있다.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고 사람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다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그분과의 교제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다음의 지혜로 연결되어지는 행복을 공유하고 있다.

엊그제는 그분이 오셔서 우리 아들의 넓적한 엉덩이를 쳤다. ‘입으로 말한 것을 지키지 않으면 신뢰를 잃는다’고 생각한 그분은 아들이 스스로 말한 한문공부를 게을리 한 점, 생체시계를 무시하고 늘 밤늦게까지 있다가 아침에 기상이 늦은 점, 오가피나무를 옮겨 심겠다고 하고 아직 미적거리고 있는 점을 들어 매를 드셨다. 

아침 일찍 집으로 오시는 그분의 일정을 알고 나는 나의 일정을 보러 스스로 피해나갔고 아들은 스스로 준비한 매초리에 의해 볼기짝을 맞는 경험을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둘 다 행복해 하며 매를 때리고 맞았다는 점이다. 아들도 그런 할아버지가 계셔서 너무 행복했다고 후에 말했다.

선생님의 깊은 깨달으심과 인생 팔순의 지혜, 신뢰를 알기에 너무도 감개무량한 매였단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깨달아 아는 지혜를 가졌다고 하여도 모두가 그처럼 현명하게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대를 이어가야 한다. 한사람의 진보가 그런 의미에서는 인류의 진보여야 한다. 한사람의 경험은 그 사람의 개인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의 것이요, 귀중한 자산으로 축적되고 환원되어져야 한다. 

한사람이 평생에 걸쳐서 깨달은 지혜나 삶의 진수가 오직 무덤으로 향할 수만은 없다. 골수를 깨고 진정한 아름다움의 결정체로 전수되고 이어져서 꽃이 피어야만 한다.

우리는 모두 우리들 옆에 진주 같은 이들이 걸어다니고 있음을 간과하고 지나친 후에야 깨닫고는 한다.

그리고 무지하게도 그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마는 안타까움이 있다. 사회적으로도 그 무던한 가치들이 가치 있음으로 읽히기도 전에 부질없어지고 부서져 버리고 만다.

일전에 어떤 분이 독일에 갔단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한국은 너무 훌륭한 가치들이 있는데 너무 빨리 과거의 것들을 부수고 없애는 것이 안타깝다고 이야기 하더라고 했다.

   
 
 
 
우리의 가족과 공동체에 필요한 정신적인 풍부한 것들과 아울러, 보이는 문화유산까지 그 가치들이 너무 쉽게 처리되는 것을 정말로 우리 모두 아쉬워하자.

돌아보면 지혜로운 삶의 경험과 소중한 유산들이 넘치는 것도 발견하자. 앞으로만 뛰어나가 건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짓고, 부수고가 아니라 보존하고 한 백년 이상을 이어갈 소중한 가치를 찾아내는 눈과 귀를 얻고 하늘이 내려준 보배로운 것들을 같이 향유하고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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