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에는 정말 말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말에 우쭐해서 변호사를 이다음의 꿈으로 적어놓은 적도 있었다.

20대를 지나면서부터 사회의식에 눈을 뜨면서는 할 말도 많고 들을 말도 많고 세상은 온통 배움으로 가득찬 듯해서 너무나 신나게 살았던 듯 싶다.
그리고 30대에는 그러한 올바른 의식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나누지 않으면 죄가 되는 듯해서 열심히 말하고 쓰면서 살았던 것 같다. 특히 여성들에 대한 애정은 더 없이 그랬다.

그래서 소모임을 만들고 또 이야기와 아이디어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열정 아닌 열정들이 있었다. 자식처럼 키워 온 모임들 속에서 기꺼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40대가 넘어서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무서워진다.
‘나’라는 사람으로 맺어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도 무섭고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도 잘 모르는 사람인 것을 발견한다.
내가 수없이 한 말들과 일들에 오류가 얼마나 많았을까 되돌아보면 오금이 저릴 때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 못 이루고 거실을 서성거릴 때도 있다. 밤이 깊어도 잠이 달아날 만큼 고민하는 시간들, 마음이 정말 지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이만하면 통하는 사람 아닌가 싶어도 뒤돌아 서면 조금만 틀려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심장에 대못을 박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무섭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 그래서 인간 누구나가 권력이 있던 아니던 고적하기 그지없는 섬일지도 모른다.
상대방은 정말 어떤 의미에서 말한 것이겠지만 적어도 오랫동안 그 말에 상처받고 허우적댄다.

마음에 하나도 걸리지 않고 사는 사람도 없고 어떤 면에서는 넓은 마음이 어느 지점에서는 아주 작아지는 것이 사람이 아닐까?
상대방이 말한 소리를 다 응수해서 답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도 가슴에 가득 그 소리만 담고 돌아설 때 소리 없이 끓어오르는 감정이 손끝에서 바르르 떨리는 것도 경험한다.

그러면서 정말 말이 무섭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전에는 어떤 사람이 말했다.
본인이 알던 한 사람이 나를 가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식사를 할 일이 있어서 함께 밥나눔을 한 적도 있다.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가졌던 것, 그래서 이모저모로 믿었고 적잖은 돈도 빌려주었다가 실수가 되어서 사람도 잃고 돈도 잃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을 위로하면서 좋든지 싫든지 책임을 느꼈다. 평상시에 잘 안다고 말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믿게 된다.

평소에 사람을 만나면 좋은 면만을 먼저 보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던 것이 다른 사람에게 오판을 하도록 했는지도 모른다는 미안함이 앞선다. 의도야 좋았다해도 어느 사람을 좋다고 말한다는 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 무섭다.

그리고 이제는 점점 말을 하기가 두렵기도 하고 확실히 말수가 줄어든다.
불교의 스님들이 침묵수행을 하듯이 될 수 있는 대로 말을 안 하고프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마음도 믿을 것이 못되고 좋다고 치켜 세워주는 것도 반가워 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점점 말을 아끼게 되는 것이리라.

마음의 여유가 점점 없어지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 가시로 걸리는 일도 많은 것이고 이것은 곧 커뮤니케이션이 막히는 결과가 온다.
상처를 주었다는 사람은 없고 상처를 받았다는 사람은 많다.
그리고 내 상처만 남산만해 보이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전해져서 듣는 말의 함정에도 빠지고 싶지 않다.

얼굴을 맞대고 듣는 이야기와 한 다리 건너서 듣는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말의 함정에 빠지고 싶지 않으면서도 사람살이를 하는 중에는 간혹 귀가 얇아진다.

그리고 전해진 말의 노예가 되어 그 사람의 전부를 부정하게도 되기 쉽다.
아무려나 호흡이 있는 동안 모든 말과 일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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