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만큼 애증이 많은 관계가 있을까?
가족관계는 어려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 속에서 무수하게 경험한 것들이 저장되고 앙금이 되어 가라앉았다가 어떤 일 속에서 수면위로 떠오른다.

최근 여성의 전화에서 상담한 경우에서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녀들과 연로한 부모들간에 재산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갈등과 노년의 부모를 모시기 싫어하는 가족간의 갈등을 본다. 이 지역에서도 부모를 모시는 것은 이미 어려운 가정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오랜만에 착한 마음으로 회포나 풀자고 모인 가족모임들도 이러저러한 이야기들 속에서 과거, 너와 나의 맺혀진 이야기들이 올무가 되어 아픈 마음으로 헤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확실히 풀기 어려운 숙제가 가족관계인 것만은 틀림없는데 과연 해답은 없는 것일까?

내가 아는 가족가운데는 부모로부터 재산을 많이 물려받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로부터 형제간의 우애를 유난히 강조 받으며 자란 형제들이 있다. 얼마간의 유산은 남자 형제들이 집칸을 마련하는데 보탰을 정도이고 딸들도 그럭저럭 친정 집의 재산에 그리 마음을 쓰지 않은 정도였다. 이들은 지금도 형제들의 일이라면 대소사를 막론하고 자주 만난다.

이들은 지금도 만나면 과거 형제들이 자라면서 겪었던 갈등들과 현재 자녀들을 기르며 겪는 갈등들을 이야기하면서 서로가 상담자가 되어 주고있다. 함께 두엄을 치고 들일을 했던 경험들은 세월을 사이에 둘만큼 떨어져 살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 조각들이 일치하는 것이 많다. 이를 바탕으로 웬만한 일들은 소화가 된다.

다른 한 가정은 부모가 열심히 일 해서 자녀들을 따로 따로 유학시킨 경우이다.
저마다 한사람씩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녀도 있다.

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형제들은 제각기 다른 경험 속에서 자랐고 현재 무엇인지 의사소통을 원만하게 해내지 못하고 있다. 공통분모가 너무나 희미하다. 물론 부모의 재산분배에 관한 불만도 있지만 서로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 답게 입 밖으로 꺼내놓고 말하지는 않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서로의 이야기들은 겉으로 돌고 만날 때마다 현상적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가 된 형제들이 그렇다보니 그들의 아이들인 사촌들도 자주 만나서 이불 속에서 소곤대는 아름다운 추억만들기가 머쓱해지고 있다.

결국 사회적인 위치를 어떻게 배우고 흡수했는가와 가족관계의 성공은 다른 듯하다.
또 어떠한 성공적인 삶을 산다고 해도 가족관계들이 원만하지 못하면 한쪽에서는 늘 무너지는 허전함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가족이란 늘 또 하나인 자신의 얼굴이다. 가족이란 공감대가 일치하는 어떤 경험들과 더불어 지속적인 대화와 우애를 쌓아나가 건강하게 만들어내지 않으면 남이 되는 것 아닐까? 서로가 어려울 때 함께 할 가족관계란 너무나 소중하다.

아무리 이웃사촌이 좋다고 하고 친구가 좋다고 해도 어려움을 당했을 때 아직까지 피를 나눈 형제들보다 더 가까운 관계란 없다. 아무리 가족이란 애증이라고 할 사람들이 많아도 애증이 또한 사랑의 한 측면이요, 끈이다.
그럼에도 점차 희미해져 가는 가족관계들은 기정사실이다.

이제 과거보다는 더 단촐한 형제이거나 홀로 자라는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그 아이들을 너만 잘된다면 좋다는 식의 교육방식과 나눔을 모르는 성장과정만을 학습하게한다면 가족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만 등장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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