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또는 아첨은 국어사전에 보면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알랑거리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은 모두의 바람인 듯싶은데 알랑거리는 것이 첨가되면 아부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부한다’고 말할 때 자신이 하면 덕담이고 칭찬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남이 하면 아부라고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함으로써 좌중 모두에게 좋은 것이 무엇이 해가 되고 무엇이 문제가 되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은 소위 ‘아부’라는 것이 개인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조직이나 사회전체에 해악이 된다고 믿고 있다.

아부나 아첨의 분위기는 어느 조직 속에 묻혀있는 개인들은 그 수준이 지나치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어느 특정 직업군에 속해 있는 분들과 만나면 유난히 덕담의 수준이 교과서에 나오는 최상급 언사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있어서 당황스럽고 갑자기 언어가 비효율적이고 몸뚱어리에 붙어있는 장식품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조심스레 살펴보면 그 직업군의 그렇고 그런 자리에 있는 분들은 일상적인 덕담의 수준이 같다.

나는 요즘 새로운 분들을 만날 때마다 그분의 덕담 수준을 가늠해 본다. 특히 외부의 국외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언사가 너무 지나쳐서 내가 느끼기엔 윗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듯도 보인다. 정상적인 부분을 과장해서 칭찬하거나 높이면 결례일 수가 있는데 거침없이 최상급 수식어로, 최상의 경칭어로 대하고 윗사람은 당연하다는 듯 그것을 즐기는 것을 보면 분명 아부의 언사나 행동은 사람들의 정상적인 사고 수준을 마비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양산하는 비실용적인 행태인 것이다. 

아부를 하는 개인은 그것을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을 감추게 됨으로써 스스로의 발전 잠재력을 파괴시키게 된다. 이미 그 사람은 아부나 아첨에 기대는 자신의 기술을 스스로의 무기이거나 능력이라고 믿기에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하고 손쉬운 그 기술에 기대게 된다. 아부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 부하직원이나 동료집단에게는 다른 모습의 행태로 보이기 때문에 환영받지 못한다. 아부나 아첨은 자신의 자존감을 버리고 변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하직원이나 동료에게 대한 태도가 변화무쌍하다.

아부나 아첨을 받는 사람에게도 해를 끼친다. 아부를 받는 사람이 감정적으로 그것을 즐기다보면 사람을 판단하는 분별력을 잃기 쉽고 아부하지 않는 사람을 불쾌하게 여기게 된다. 아부를 당하는 것이 습관화되면 스스로의 우월감에 젖는 것도 습관화되어 심할 경우 인격적으로 장애를 보일 수도 있다. 다만 그가 그 지위에 있기에 아무도 그의 인격장애를 말하지 않을 뿐이다.

아부나 아첨은 사회나 조직내부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아부는 대개 어떤 대화를 시작할 때 시작부분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행동으로 나타날 때도 행동이 시작되는 처음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형식이 어떤 내용을 담는 것은 누가 봐도 수긍할 만한 적정성이 있어야 한다. 조직전체에 아부나 아첨이 만연되어 있으면 조직 전체의 능률성이 떨어지고 내용면에서 부실하게 만든다. 부하직원들도 아부로 성공한 상사를 따르려고 노력하게 되고 아부가 조직문화로 자리 잡게 되며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떠나 조직의 각종 형식에도 그런 겉치레가 나타나기도 한다.

아부를 하거나 아부를 받아서 외형적으로 상처를 받지 않고, 말로 하거나 행동으로 아부를 한 두 번 한다고 해서 뭐 돈이 들거나 수고가 되지 않으니 별문제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람의 정신적 가치나 능동적인 역동성의 가치를 부인하는 것이다.

·시정발전위 교육체육분과 위원장
·전 경기도학원연합회장

최철호  opulent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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