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만큼 산 사람은 인생을 안다.

어렵사리 쌓은 마음의 평화나 공덕을 그렇게 쉽게 무너뜨리는 것들이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잘 살아보려고 하면 할수록 왜 그렇게 인생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일까? 자신이 보아도 자신이 꽤 괜찮아 보이는 사람 같았는데 별 것 아닌 일에 그렇게 휘둘려서 마음이 흐트러지고 평화가 깨지는 것을 볼 때의 허망함이라니!

‘노력에 노력을 해도 사람이 참 별 것이 못되는 구나’라는 한계 말이다.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과 우르르 내면의 유리벽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대단히 역사적인 명분 때문이 아니라는 것, 참으로 마음을 바로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루를 정말 옹골지게 잘 살았다는 느낌을 갖고 사는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차’ 하는 순간 작은 어떤 흐뜨러짐이나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일이 하루, 혹은 한 사람을 화나게 하기도 하고 심지어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하루의 아침이 무너지면 하루가 그냥 불행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마음을 금방 다잡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내공이 쌓여야 가능한 일일까!

작은 말실수 하나나 표정조차 일파만파의 파동을 만들어낸다. 너와 나의 작은 다툼이 나와 너를 둘러싼 조직과 관계자들에게 원하지 않는 아픔을 줄 때의 피곤함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을 알겠다.

하루 하루 가까운 이들의 아픔이 수위를 넘어서는 것, 그리고 또 듣는 위치에서 보면 모두가 내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말이다.

갑돌이와 갑순이 문제인 것 같은데 그 파동은 그 이후나 사람까지 막 퍼진다.

사람들 사이에 처음에는 시시한 작은 금이 갔거나 그 차이는 후에 되돌아보면 꼭 후회할 일을 만들거나 간극의 차이를 크게 만들어 놓고야 만다.

그러므로 작은 찌꺼기일지라도 걸러야 할 것은 잘 걸러서 생각이나 행동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일임을 더욱 더 느낀다.

그리고 다시 느끼는 것 한가지, 더 골라서 전할 말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확인 버튼을 눌러서 오해가 없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사람들은 백지상태에서 나의 말만을 듣고 있지 않다는 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수많은 정보와 편견, 마음상태와 파동 속에 있기 때문에 나의 말이 거의 원형대로 복원되는 것과 같이 전달되지는 않는다.

자기식대로 듣고 자신의 각도로 해석하고 전혀 다른 말과 여파로 남는 것이 허다하다. 점점 단선의 시대가 아니고 복선의 시대에 살면서 소통이 주는 시원함이 아닌 통하지 않는 괴로움 속에 산다.

같은 모국어로 말을 하면서도, 같은 이야기가 가슴 가득하면서도 겉으로 전달되는 것은 상채기와 아픔이어야 하다니. 요즘 들어 나와 비슷한 사람들 가운데 서로 비통하게 아픔을 주고받는데 옆에 있는 나도 참 아프다. 교양 있는 사람, 교양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 사람 그럴 줄 몰랐다”는 소리 참 많이 듣고 있다. 사람도 한 번 정지선을 넘기가 어렵지, 두 번 세 번 잘못되는 것과 잘못되게 보는 것은 더욱 쉽다.

누구나 어쩌면 처음 만난 고객처럼 신선함으로 바라보며 예의적 관계를 그대로 지속하고 적당한 유지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늘 하게 만드는 일들은 만난다. 기대가 사람을 슬프게 한다. 아무런 기대가 없으면 모든 것이 기쁨이다.

모든 순간을 긴장하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 맘 같다고 착각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나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것이나 인물일지라도.

내가 잘 아는 여성은 남편을 핸드폰에 이렇게 입력했다고 말했다.

‘남의 편’. 남의 편에게 절대 어림없는 행동은 안한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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