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智慧)를 얻기 위한 제 일보(一步)는 자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사물이나 사실에 대한 고정관념(固定觀念), 혹은 아집(我執)을 버리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거듭남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새가 알을 깨고 새 생명으로 부화(孵化)하는 것이나, 누에가 번데기에서 몸을 바꾸는 것과 흡사(恰似)하다. 사람이 고정관념이나 아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의 껍질을 깨지 못하고 있는 새나 다름없고 고치를 벗어나지 못한 누에 번데기나 다름 없다. 그 상태를 고집(固執)하는 한 그것들은 살아 있는 목숨이 아니라 죽어있는 목숨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정관념이나 아집은 어디서 비롯하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각 사람이나 단체가 가지고 있는 편견(偏見)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편견이라는 것은 공정(公正)함을 잃어버린 자기 시각에서 만물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어리석음의 발로이고, 그것을 버려야 지혜로워질 수 있으리라.

편견에 대하여 말하자면 영국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그의 저서 <학문의 대혁신> 제2부 신기관(新機關 : 노붐 (오르가눔 Novum Oranum: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서인 <오르가논>을 논박한 글)에서 인간의 지성이 도리(道理)에 접근하고자 할 때 방해가 되는 편견으로서 네 가지의 이도라(idora:우상(偶像) 혹은 환상(幻像))을 들고 있다. 여기서 우상이라 함은 현실로 보여지는 그림이나 사물, 사실을 진리라고 믿게 하는 오류(誤謬)의 원인으로서 선입관념(先入觀念)이나 편견(偏見)을 말한다.

첫째 우상은 종족(種族)의(義) 우상(idols of the tribe)이다.
인류라는 종족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가지고 있는 보편적(普遍的) 선입관을 말한다. 이것은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가 말한 ‘인간은 만물의 척도(尺度)’라는 식의 인간 위주의 발상에서 오는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자연의 힘에 지배(支配)되어 살면서도 오히려 만물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류의 오만(傲慢)함을 꾸짖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어떻게 인간을 잣대로 하여 우주 만물을 잴 수 있을 것인가.

둘째 우상은 동굴(洞窟)의 우상(idols of the cave)이다.
개인적 편견으로서 자연의 빛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비유(比喩)한 것이다. 한 사람이 동굴에서 태어나 동굴에서 자라고 밖으로 한번도 나가지 못했다고 가정(假定)하자. 그 사람은 동굴 밖에서 비치는 그림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그 사람에게 보이는 세상은 그림자 일색일 것이며 그것만이 우주의 전체라고 판단할 것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우물 안의 개구리’를 말함이다. 각 사람이 현상(現象)적으로 보고 있는 세상에 대하여 별도의 실상이 따로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외면(外面)하면서, 자기가 보고 듣는 것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넓은 우주를 보지 못하는 상태로 개인의 성향(性向), 역할(役割), 편벽(偏僻)된 교육에서 오는 잘못을 말함이다.

셋째 우상은 시장(市場)의 우상(idols of the market-place)이다.
언어의 부적당한 사용에서 오는 편견으로서 시장에서 있지도 않은 풍설(風說)이 나도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요즈음으로 말하자면 증권시장에서 난무(亂舞)하는 갖가지 루머를 믿고 투자하였을 때 손해(損害) 보는 것처럼 ‘인간 상호의 교역이나 교제(交際)’에서 생기는 편견을 말하는 것이다.

넷째 우상은 극장(劇場)의 우상(idols of the theatre)이다.
논증(論證)의 잘못된 규칙이나 철학의 그릇된 학설과 체계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으로서 마치 무대 위에서 상영(上映)되는 가곡의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오류에 해당한다. 이는 전통적인 권위나 잘못된 논증, 학설에 미혹(迷惑)되는 경우를 말하며, 2000년을 넘도록 지켜진 고대인의 시각에서 본 각 종교의 교리(敎理)가 지금까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고 믿는 것도 같은 맥락(脈絡)에서 파악(把握)한다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 때 비로소 세상의 이치(理致)를 깨우칠 수 있으며, 하늘과 땅이 나와 하나임을 알게 되고, 내 속에 살아 짐을 비로소 알게 되어 편견과 아집에서 오는 세상 모든 괴로움이 없어져 즐거움이 가득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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