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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오래된 확신’을 버리다

입춘은 언제나 바라고 바라던 어떤 희망같은 것이었다. 무거움을 벗어버리고 새로움으로 시작할 수 있는 그 어떤 기쁨을 갈망할 때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은 언제부터인가 너무 멋진 새기운의 상징이었다.

지금까지 삶의 기준이 되던 ‘오래된 확신’도 버리고 다시 열여섯처럼 시작할 수 있다는 상상은 생각만 해도 늘 좋다.

단단한 생각과 각오로 밀어붙이며 결과를 만들어 내던 일들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세월이 갈수록 나만의 확신을 상대에게 강하게 이야기를 한다거나 행동을 하는 일에 다시 한번 물음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부질없음을 느끼며 슬그머니 내려놓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의 삶과 경험적 확신이라는 것에 기대기보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것에 주의가 가고 더 조심스러워진다. 

입춘대길, 길하고 좋은 절기를 맞았다 생각하며 더 새롭게 열정적으로 배우며 살아갈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돌아보면 누구를 만나거나 길거리 어디나 새로운 배움거리이다. 길을 가다가 발견한 가게 이름도 너무 싱싱해서 좋고 입가에 웃음이 돌기도 한다. 

삶가운데 쌓아온 경험과 지혜, 그리고 일정정도 살아온 사람이 갖는 일명 직관이 있다고 해도  한쪽으로만 치우친 자기확신의 포로가 되어 힘들지 않아도 좋다. 괴롭게 이끌고 있었던 시간을 내려놓는 중인 사람들에게서 보는 평화의 에너지를 사랑한다.

세상에 꼭 그러라는 법은 없다.  대단하게 화가 날 일이나 큰일이라도 생각과 해석을 바꾸면 웃음이 되는 일도 있다.

듣기도 싫고 쓰기를 대단히 좋아하지 않는 말이 있다. “말도 안돼”.  그 말을 들을 때  꽉 막히는 느낌이다. 무엇이든지 말이 안 되는 것은 없다. 내가 받아들이든지, 거부하든지이다.

기가 막히던 일들도 많았던 기억들이 있고 걷다가도 그 조각 단편들이 무심코 떠오르기도 한다. 그때는 격정적이던 일들이었지만 다 지나갔고 앞으로도 흘려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감사한다. 있었던 사실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의 파동을 주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한다.

때로는 그렇게 애썼던 일들이나 아무런 잘못도 없는 것 같은데 날 벼락이 치던 인간사의 기억들. 힘들지만 흘러가게 할 일이다.

시간이 갈수록 통제할 수 있던 환경이라고 믿었던 것들도 이제는 오히려 즉시즉시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는 쪽으로 돌아서게 된다.

이제는 지상에서 대접하는 밥 한 끼를 가장 소중하게 여길 뿐이다.

조용하게 따뜻한 물에 밥그릇을 닦아내는 짧은 시간의 단상들을 사랑한다. 다 닦아내고 나면 마음이 개운해진다. 수행의 시간과 상으로 받아들인다.

인생살이에 더 이상 부산할 필요가 없다.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싣고 걷는다.  

웬만큼 속상한 일들과 또 잊으려고 노력해도  오래 잔상이 남으면 남는데로 바라보아야 한다.

인내는 나날이 또 배우는 스승이다.

꼭 설명할 말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 세상이면 더 좋겠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한국어로 통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경험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에는 싸움을 한 필요가 없다. 놓아버리는 것이 답이다.  

눈만 뜨면 놀라운 세상살이이다. 꼭 이렇다고 규정하고 해석하고 확신하기에 참으로 어려움을 느낀다.

때로는 ‘오래된 경험과 확신’을 내려놓은 일이 좀더 가볍고 새롭게 사는 일은 아닐까!  

지치는 일과 생각 느낌을 내려놓고 세월이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닐까!

긴 머리채가 허리까지 내려오도록 외모에 무심했었다. 그러던 머리칼을 단숨에 바짝 잘랐다. 순간이면 되는 일이었다.  

오래도록 그대로이던 불편함을 시원하게 잘라냈다.

23년 전부터 암을 경험하고 생존해서 자라고 있는 머리칼은 내게는 생명의 징표였다. 길고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살았다. 끈질긴 생명줄로 여겼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2024년을 시작하며 머리칼을 정리했다.가뿐하게.

 이제 겨울이 가고 입춘대길 건양다경의 기운으로 모든 일을 수월한 방향으로 가려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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