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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달빛이 물어오는 것들"

 

하늘을 보러 나가면 잠시 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
겨울 밤 하늘 한가운데서 주인공이 따로 없다. 하루를 살면서 밤하늘을 몇번이나 쳐다보며 사는 걸까? 무엇인가를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하루의 시작과 완성이자 성취이다.

고단한 하루, 전쟁 같은 고뇌의 문을 닫고 다시 새로움을 여는 시간은 어쩌면 밤 11시의 밤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일수도 있다.
고단함을 넘어 만나는 하늘은 사람의 말로 주는 격려나 위로를 넘어선다.

1월의 겨울, 밤하늘은 몹시도 차고 높다. 
추운날씨일수록 하늘은 선명하기만 하다. 겨울 밤하늘이 밤 10시가 넘어서면 더 맑고 선명해진다. 변화무쌍한 검은 하늘의 그 황홀한 아름다움에 빠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노라면 추운 것에 마음을 빼앗길 수가 없다. 하늘은 현실을 극복하게 하는 이상향이자, 잠시나마 밤하늘과 우주의 아름다움을 홀로 느끼기에 송구한 마음조차 든다. 그 황홀한 변화가 혼자 만나기에는 너무나 과분한 위로라는  생각에 닿는다. 

선명하고 흐르는 구름의 변화는 찬란한 그림을 낳는다.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이다. 하늘만이 완전하게 보여주는 그 무엇이 있다.

야근을 뒤로 하고 만나는 밝은 달빛과 별빛을 보는 신비로움.
흘러가는 구름은 말을 달리는 것보다 더 빠르게 뭉쳤다 헤어졌다하며 단 한 순간도 정체되어 있거나 같은 모습으로 멈춤이 없다. 

겨울 하늘이 보여주는 힘찬 기운은 한순간의 고집도, 나만의 아집도, 경험으로부터 오늘 편견도 멈추지 말고 흘려 보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은 흐른다.
산은 언제나 그곳에 있고, 구름과 천지의 빛과 어둠이 자아내는 힘찬 밤의 하모니로 전혀 다른 그림이 된다. 
땅과 하늘과 바람은 언제나처럼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다. 신비함 속에서 수많은 메시지를 낳는다.
우리는 사람 그 언저리에서 언제나 위로를 구하다가 이내 실망한다. 

오히려 말없는 하늘과 땅과 바람과 별과 구름에서 비로소 영원성을 만나게 되는 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이 하나로 맞닿아 있고 다툼과 허영도 있을 수 없는 자연의 세미한 음성!
삶은 어디에 있고, 죽음은 어디에 있는가를 하늘과 바람과 달빛이 물어오는 것 속에서 흐르고 흐를 일이다. 
눈으로 본 것만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보고 듣고 가슴으로 끌어안는 깊이 있는 시간을 사랑할 일이다. 단 몇 초 몇 분만으로 눈빛이 하늘에 가 닿고 달라질 수 있는 기운을 얻을 일이다.

오롯이 홀로 걷는 인생길에서 만나면 좋고, 헤어짐도 필연이요, 아무것에나 그 누구에게도 연연한  시간을 내려놓는것.
고독한 실재의 순간은 진실을 보게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하는 인간들이 벌이는 살육의 천지가 믿어지지 않는 세상.
달빛 아래서 다시 한번 작은 존재를 알아차린다.
다시 생명을 완전하게 하는 시간, 단독자의 시선으로 다시 감사제를 드리는 회복의 순간이야말로 살아있는 진정성이다.

너무 힘들다 마라!
다 지나간다. 묶임에서 풀림으로 영원으로 가자!
높은 하늘의 달과 별과 바람과 구름은 언제나 말 없이 옳다. 삶이 흘러가는 형체가 없는 그 무엇이라고 말없이 일러준다.
헛된 것들에 속지 않는 넓이를 생명의 원천으로 삼을 일이다.

애착하던 것들을 먼지처럼 내려놓을 시간은 오직  고요한 하늘아래일 수 있다. 
자신을 또하나의 낯선 존재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밝아진다. 지금까지 충분했고 앞으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주어진 시간의 길이와 넓이와 깊이를 충분하게 누리고 갈 일이다.

멈추지 말고, 주고, 나누고, 위로하고, 사랑할 일이다. 그 찬란한 순간을 놓치고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묶여서 보내는 시간들은 하늘의 손실이다. 

경계없이 가득한 하늘의 빛 아래서 다시 한 번 길을 묻는다. 자유한 하늘의 바다에서 별의 반짝임으로 바람같이 자유롭게 훨훨 날수 있는 거냐고.

이 땅에 왔다 간 수많은 생명들이 바친 공로로, 순간을 이어서 영원으로 날아가는 순간까지 오직 눈으로도 감사하고 귀로도 감동하고 입으로도 순간순간 덕을 쌓고 가게 되기를 두손 모아 기도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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