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을 나갈 때마다 늘 부러운 것이 있다. 부부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사이좋게 걷는 모습이다. 365일을 걷고 또 걷건만 나는 거의 혼자 걷는다.
때로는 아는 이를 만날 때 “혼자 나오셨어요?”라는 소리를 듣고는 하는데 이는 내 몸이 부실하다고 보는 이들이 보호자인 남편을 찾는 소리이다.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그 많은 세월을 살면서도 억지로 남편을 끌고 해본 일이 별로 없었다. 산책 역시 마찬 가지인데 자신이 마음이 내킬 때에야 비로소 가뭄에 콩 나듯 동행해 줄뿐이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갖는다는 것이나 바라보는 방향이 같을 수 있으면 참으로 좋으련만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다른 모습임을 확인하며 산다.  

요즘 같은 가을날 산책은 참으로 호사스런 일이다. 꽃가루처럼 날리는 낙엽을 바라보는 비할 바 없는 감동을 같이 볼 수 있는 날, 나는 설거지나 청소를 그냥 놔둔 채로도 산으로 들로 훨훨 털고 나선다. 남편이 내게 늘 2%부족하다(?)고 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집안을 잘 정리 정돈 못하고 산다는 것,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난 가끔, 아니 자주 남편의 신경을 건드리곤 했는데 그때도 지금도 미안해하긴하지만 내말은 똑같다.
“그래 그것은 내가 잘 할 수 없는 부분이야. 그 대신 잘하는 부분도 있잖어”
어릴 때부터 난 집안정리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소를 끌고 나가서 소꼴을 먹이는 게 더 좋았다. 거머리를 뜯기면서도 “이랴, 이랴!” 소를 몰고 가며 스치는 벼 이삭의 촉감이 아직도  살아있는 듯하다.

또 하도 잘 넘어져서 무릎이 온전한 적이 없이 늘 상처투성이었는데 이것은 처녀시절까지 이어져왔다. 지금도 간혹 집안이 정리 안 된 채이지만 손님이 찾아올 일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난 손님 반가운 마음이 집안 부끄러운 것보다 늘 앞서는 편이다.
한 손은 대충 집안을 치워가며 한 손은 손님 손잡아 들이고는 한다.

간혹 스스로 발이 저려 “난 집안 예쁘게 정리할 줄 모른다” 말하면 손님들은 “그게 편해서 오고 또 온다”고 하니 정말은 그것이 아니라도 그렇게 믿고 싶다.  하여튼 나는 빈구석이 너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가리고 싶은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 자유로운 것만은 틀림없다.

웃으면 잇몸이 다 드러나고 얼굴이 온통 잔주름투성이가 되는 내 모습이 순진하게 보여 그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으니 내 편에서야 얼마나 다행인가!
정말이지, 사람들은 너무 완벽한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낀다고 한다.

기분도 나빠진다고 한다. 너무 완벽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결점이 쉽게 노출 될 수 있다고 믿고 마음의 문을 닫기가 쉽다고 하니 자기 결점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기보다는 그대로 열어놓고 살면 어떨까?

심리학자 에론슨이라는 사람은 너무 완벽한 사람보다 약간 빈틈없는 사람들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해내기도 했단다. 그러니 기죽을 일이 무엇이랴!
우리에게 누군가가 다가오는데 있어 편히 들어올 수 있는 빈틈이 필요하다.

유인봉  admin@gimpon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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