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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빛에 대하여
유인봉 대표이사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둠을 두려워하고는 한다.

돌아보면 시골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전기불이 반짝하고 들어오던 날의 감동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전기다. 전기가 들어왔다!”고 마당으로 뛰어나가며 소리를 질러대고 환호했다. 빛과 어둠에 대한 기억이다.

나의 어릴적 시골집은 그 시절의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화장실이 집 밖으로 조금 떨어져 있었다. 밤에 화장실을 가려면 검은 밤하늘과 어둠을 마주하고 걸음을 걸어야 했다.

어두운 밤에는 때로 화장실에 가려면 몇 살 터울나는 언니가 같이 가 줘야 했다. 그때 그렇게 한 형제는 바깥에 서 있고 볼일을 본 다음 찬찬히 집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시골밤은 유난하게도 검었던 생각이 난다. 그래도 언니와 손잡고 방안으로 들어오면서 밤의 어둠이 무섭다는 생각은 안했다.

때로는 밤하늘의 너무나 아름다운 달빛과 별빛이 있어서 어둠에 시선이 갇혀버리기에는 너무나 고왔던 밤의 어둠이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자라나면서 수많은 상상력이 생겨나왔다.

그때의 형제와 동기들이 지금도 다정하고 우애가 있게 고만고만하게 살고 있다. 감자라도 캐면 나눠먹고 농사지은 옥수수가 택배로 온다. 대단한 것은 아닐지라도 콩 한 쪽이라도 나눔이 익숙했던 다 어려웠던 시골에서 배운 형제자매간의 우애이리라.

가끔은 사람도 환경도 낮의 밝음과 어두움으로 느껴지기기도 한다. 그러나 낮이나 밤이나 우리는 적응해나가며 살아간다. 어두운 사람도 만나고 밝은 사람도 만나지만, 알고보면 사람에게 있는 두 기운이 때로 다르게 나올 뿐이다.

간혹 지인을 만나고 돌아올 때 얼굴 표정이 어둡다든지, 혹은 밝다든지, 간혹 마음에 남을 때가 있다. 그래도 묵묵하게 언젠가는 그 사람이 다시 밝아지기를 빌어주고 기대하면서 돌아온다. 

또 자신이 가장 어두운 길을 갈 때 손을 잡아준 누군가가 있어서 오늘의 밝음 속에 환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세상에 고마움이 산처럼 크다. 원망이란 없다.

식당 한 곳을 들어가도 밝고 정이 느껴지면 들어가서 먹는 밥조차도 기분 좋게 먹고 오게 된다. 가끔 해장국이 맛있어서 아침식사를 하러 가는 곳이 있다.

온 가족끼리 운영하는 곳이라 번잡하지 않고 소박한 정이 느껴진다. 쓸데 없는 군더더기 같은 반찬이란 아예 없다.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반찬의 전부이다. 그래도 뚝배기에 나오는 해장국을 나르는 이들이 한결 같이 갈때 마다 밝다. 서민들이 따뜻하게 해장국 한그릇 하는 곳, 저항감이 없이 밝고 순하디 순한 느낌이다. 그것이 좋아 한 번은 더 간다. 느낌은 온 몸으로 배우고 몸에 배어서 그 다음의 삶을 이어가는데 영향을 준다. 참 대단한 것이다.어릴 적에 웬만한 어려움을 경험한 것들이 오늘날 현실의 어려움을 능히 이겨나가게 받침이 되어준다.

그것은 어릴 적에 마주친 어떤 경험과 현실이 저장되어 무의식적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사람만 해도 어떤 이는 이유없이 저항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들어 가까이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것 또한 이전의 살아왔던 경험이 현재를 보게 하고 나름대로 기준이 되고 살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농부였던 부모가 그려준 하나의 그림이다. 오랫동안 저장되어 오늘 아침도 일찍이 깨워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발달한다고 해도 이러저러한 것들의 연속선상위에서 우리는 우리 부모와 그 위의 조상들과 하나로 연결되어 살고 있기도 하며 또 새로운 다른 인격체인 얼굴이기도 하다. 때로는 어머니의 어둠도 밝음도 닮은 점과 다른 점이 같이 쓰임을 받으며 인생을 열어가고 수놓아간다.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욱 더 밝음에 더 가까이 가려하고 조금 더 재미있으려 한다. 다소 혼돈과 어두움에 사로잡힌 혼란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알아차려가며 자신만의 각별한 신화를 밝게 만들어가는 광복의 나날을 소망한다.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못한 자신의 어두움을 열고 애써가는 자신에게 보다 더 밝게 대하고 관대할 일이다.

날마다 낮이 밝아오고 다시 어두운 밤이 찾아온다.

밤의 어둠안에서 볼 수 있는 별이 있다. 광명한 낮에 만날 수 있는 환경과 기회가 있다.

우리의 삶에 침입하는 어둠을 마주해야 할 때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떤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할 일이다.

자세히 바라보면 어둠의 가운데에서도 다시 빛이 보인다. 어둠가운데에서도 빛과 밝음을 기대하고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야야 할 순수와 영원성이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어두움의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밝음의 시간이 도래할 것이라는 강한 그리움과 확신 속에서 오늘을 견디고 바라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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