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일전에 한 깊은 골짜기에 사는 80대 노인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얼마나 말이 외로웠는지 나는 몇 시간 안에 그이의 인생을 모조리 들어야 했다. 조용조용하지만 그 수많은 세월을 지나면서 한 갈피갈피 살아냈던 할아버지의 80년 세월을 오늘도 누군가는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밥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외롭다는 그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그 말이 가슴으로 찡하게 전해져왔다. 왜냐하면 젊은 나도 간혹 너무나 외롭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남편과 둘이 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가도 너무나 외로워서 그에게 말한다. “우리 너무 외롭다 그치?”그이도 말 대신에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면 인간은 모두가 외로움에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이는 몰라도 나는 외로움이 너무 싫어 사람속이 좋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은 날마다 잔칫집 같은 분위기, 결혼식하고 하루 이틀 사흘 같은 그런 분위기다. 정말로 사람 속에 있을 때 안정이 되고 살맛이 난다.

간혹 밥을 혼자 먹을 일이 있으면 한 솥 밥을 불 위에 앉혀놓고 이사람 저사람 같이 불러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반찬이 없어도 왜 그리 밥이 맛있는지, 혼자 먹으며 먹는 일로 도를 닦을 수 있다 해도 나는 여럿이 같이 밥을 먹을 때 살맛이 난다. 사실 우리는 물질적으로 부족할 때 빈곤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가장 큰 가난이 외로움이 아닐까?

마더 테레사는 “외로움과 보살핌이 없는 가운데 쓸모없이 내버려진 느낌이 가장 큰 빈곤이다”라고 했다. 정말로 외로움은 빈곤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외로움의 묘약은 사랑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가 사는 곳이 어디든지 사랑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 그것은 외로움을 넘어서는 치유이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고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은 정말로 살맛을 느끼게 한다. 꼭 사랑에 빠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남녀노소 누구면 어떠랴! 관심을 가지고 만날 수 있는 정기적으로 열린 관계들이 있어야 한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는 한  사람들은 결코 내 사람이 될 수 없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은 타고난 품성이 아니라 부단히 배우고 실천하고 갈고 닦아야 하는 기술이다. 평생 외롭지 않으려면 평생 관계를 갈고 닦아야 한다.
행복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관계이다. 외로우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관계 속에서 행복을 누린다. 그것이 살맛이다. 그런데 외롭지 않으려면 유연해야 한다.

사람들은 웅변적인 사람보다 부드럽고 유연한 사람을 좋아하고 유연한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 한다. 정말로 인생을 잘 사는데 있어 사람을 얻는 일을 빼고 되는 일은 없다. 홀로 위대한 일을 감당할 수도 없다.
머지않은 날 우리를 사로잡을 지도 모를 외로움이란 가난을 만나기 싫다면 오늘도 만나면 살맛나는 사람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살맛나는 사람관계의 성공은 ‘만나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에게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유인봉  admin@gimpon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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