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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칼럼을 안 써요?”
유인봉 대표이사

뭐라고할까!

아파트에 신문을 나누어주다가 마주친 이가 “왜 칼럼을 안쓰느냐?”고 갑자기 물어보았다.  물론 모르는 이였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얼굴을 알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18년 전에도 같은 이야기를 산길을 걷다가 들었었다. 산길을 지나치면서 누군가 물었다.

“왜 칼럼 안써요?”

“저 아세요?”

“왜 몰라요. 이발소에서 신문 나오면 늘 읽었는데, 살아있으면 써야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퍼뜩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으면 써야 한다고?”

물론 전혀 이름도 성도 모르는 60대 이상의 어른이셨다. 그때 암을 경험하면서 2년여 동안 칼럼을 안 썼다. 아니 쓸 수가 없었나보다.

더 건강하게 잘 사는 이들에게 몸 하나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암 환자인 내가 할 말이란 것은 없는 듯 했다.

한참 모자랐다는 생각에 쓰기를 멈추고 날마다 숲길만을 걸었다. 걷고 또 걷고 비워내고 씻어내며 이 세상에서 살아있는 산 사람으로 반쯤, 저세상 반쯤은 가 있는 사람 같은 시간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훨씬 지혜도 많고 더 잘 살고, 더 건강한 것 같아서 있어도 없어도 풀잎 같은 내 고백일랑 거두고 살았다.

산길에서의 우연한 그 일이 있고 나서 다시 쓰기 시작했다. 가르치려하거나 정보제공 등의 이야기하기는 분수에 맞지 않았다. 오직 걷고 느끼고 슬프면 슬픈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나누는 이야기 한 조각씩을 고백했고 다시 누군가 필요한 사람은 읽고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글을 가지고 마음과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참, 옷을 벗은 듯 부끄럽고 묘한 일이다. 솔직하게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는 자신의 글을 얼마동안은 나눌 수 있어도 지속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다해 세상과 함께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남으면 남는 대로 고백하고 쓰고자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억지로 쓰는 일이나 꾸미는 것은 감동은커녕 스스로의 힘을 메마르게 한다.

오직 완벽함이 않은 자신의 부족함과 슬픔, 때로는 갈망, 기도와 같은 것들의 통로가 글이다.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마치 본향을 그리는 것 같은 속마음의 고백이다.

어쩌면 잠시라도 씁쓸한 삶을 다시 딛고 일어나 살게 하는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을 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이 글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삶에는 언제나 빛과 어둠이 있고, 누구에게나 "사무치는 것"들이 있다. 

금방 죽을 것 같다가도 금방 다시 웃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이기도 하다.

기쁨과 슬픔의 감정은 손바닥과 손등처럼 하나이다.

누구나 삶의 불확실성에 불안하다. 쾌활한 밝은 날이 아닌 비오는 날을 살아야 하는 일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운전을 하며 갈 때 실컷 자신만의 통곡을 만나기도 하고, 울다가 웃기도 한다. 왜 아닌가! 때로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고 하지 않던가!

기쁨만이 아닌 슬픔 속에서 참잠한 마음으로 걷다가 비가 오는 숲속의 검푸른 나무가 주는 조용한 위로와 영감을 만날 수 있다. 참  슬픈데 잠시 후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입은 다시 웃고 마음이 다시 기쁠 수가 있다.

같은 조건의 어려움 속에서 아침까지 힘들었는데, 오후에는 맑게 개인 하늘같은 마음이기도 하고, 뉘엿뉘엿 해가지고 저녁 무렵이 되면 어서 고향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사무침을 느끼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향을 향한 갈망일지도 모른다.

"너무 우울한 이마"를 몇 차례 쓸어 넘기다보면 어느 사이 아슬아슬하게 그 우울함의 경계를 넘어 다시 살 마음을 얻기도 한다.

상실한 것들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고, 벌써 이미 얻은 것도 있다.

비온 뒤 무지개너머에 어딘가에 본향이 있을 것 같은 갈망은 사람들이 갖는 영원한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때론 기뻐서라기보다 슬플 때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되고 기꺼이 서로를 돌보는 고귀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사람마다 분량은 다르지만 슬프고 힘들다. 그래서 누군가를 대할 때, 늘 그도 자신만의 리그에서 용감한 별을 달고 전쟁을 이겨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렇게나 대할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은 경건함의 대상이다.

살아있으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깨어지고 슬퍼도 사랑도 기쁨도 흐르게 하고 다시 또 웃고 사는 거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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