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 들어가서 마취가 되는 순간까지 그 아이 이름을 외우며 눈물 속에서도 아이 생각을 하던 어미 마음이!  말기 암이라던 그때, 식구 중에서 가장 어리고 마음에 걸린 것이 아들이었다. 그 이후  이 아이가 엄마가 살아있던 아니던지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것으로 선택하고 굳건하게 살도록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고 싶었다.

인간이 경험만큼 용감해지는 것일까? 내가 어릴 때의 경험을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그 나이 일 때는 집을 떠나 ‘자취’라는 것을 하면서 밥을 해결하고 공부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아이를 보내는데 보다 용감해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아이의 짐을 싸면서 속마음이 흔들렸지만 아이와 약속을 했다. 우리 보다 더 성숙해지고 강해진 다음에 만나자고.

아들이 “엄마, 나는 사막에서도 살아남을 테니 걱정 마세요. 엄마는 내가 다녀올 동안 건강해져서 삼십년 아니 손자의 손자까지 봐야 해요”라고 말했다. 서로 웃으며 말을 했지만 사실 가슴 깊은 곳으로 무엇이 계속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호강을 하러가는 것이 아니고 고생이 뻔한 그곳으로 보내면서 울 수가 없었다. 우는 것도 낭만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면서.

간혹 그 좋은 유학을 보냈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 우리 아들이 간 곳은 월 10만원 정도로 기숙사 생활을 하고 학업이 가능한 인도에서도 오지인 나갈랜드라는 곳이다. 하루저녁에도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하고  휴지는 고사하고 같은 기숙사에는 나 어릴 적에 등잔 밑에서 잡아댔던 이가 나온다는 곳이다. 간혹 아는 이들이 나보고 독하다고 한다. 그런 곳으로 아들을 보냈다고.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어떤 환경에서도 아들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믿는 마음으로 아이가 그곳에서도 적응을 하면 어느 곳에선들 살아남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떠나보냈다. 그런데 아들이 그곳에서 대한민국을 ‘그렇게도 좋은 나라’라고 말한다.

우리가족이 얼마나 행복한 가족이었는지, 너무나 사랑하고 그리운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던 아이가 1960년대로 돌아간 듯이 물과 사람, 자연, 구름에 발견과 찬사, 그리고 그 귀중함을 말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자신이 만나왔던 사람들, 친구들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면서 한국에서 너무 편하게 시간을 낭비했다는 말도 하고 지금과 같이 열심히 산적이 있었는가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있단다.

철저하게 자신이 선택해야 하고 맨땅에 헤딩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는 아마도 이미 내 안에 품고 있던 작은 새가 아닌 듯 하다. 사실 자신에게서 가장 애착이 있었던 어떤 부분을 떠나보낸다는 것을 아들을 보내보면서 배웠다. 이 어디 쉬운 일인가!

아들을 보내고 나니 못 떠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김포면 어떻고 그 어디에 살아도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았다. 바람같이 살고 구름같이 흘러가도 좋을 것 같았다 어디든 가고자 하면 갔고 어떤 사람에게도 집착하지 않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마음에 가장 애잔한 아들을 떠나보내면서 한동안 실연당한 사람처럼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럴수록 더 많이 걸었다. 살아서 만날 확률이 있는 이별도 이런데 다음 생에서나 만나야 하는 사연을 가진 이들은 어떠하겠는가! 

아들과 약속한 생각을 하면 나 역시 살아남아야 한다고, 그러면서 걷고 또 웃었다. 웃음이 안 나와도 웃고 혼자 풀과 이야기하고 중얼거리면서 다리 종아리가 굵어져갔다. 남편보다 아들이 그렇게 나에게는 애착의 대상이었나 보다.

“놓아버림”을 가장 잘 가르쳐준 시간들을 넘고 넘어서 지금 아들이 잠시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아들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엄마인 나도 자꾸 자라고 있다.

유인봉  admin@gimpon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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