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유인봉 칼럼
“어머니의 걱정하던 그 목소리가 그립다”
   
▲ 유인봉 대표이사

음력 정월의 시간이 가고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2년, 음력 정월 초 이레날 생신이셨으니 잊어버릴까, 엿새날 밤 꿈에 아버지와 나란히 고향 집 대청마루에 이불을 펴고 계신 모습으로 나타나신 듯하다. 꿈속에 고향집에 당도해 가고 있는데, 고향집이 큰 산의 모습으로 비추이며 단풍이 든 듯이 곱고도 너무 아름다운 모습인지라 꿈속에서조차 황홀경을 느끼며 얼른 셔터를 눌러댄 생생한 꿈이다.

2022년 정초에 고향집에 대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치유의 꿈이었지 싶다. 꿈을 깬 이른 아침 해 뜨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지난 꿈속의 고향집 장면과 겹쳐지며 너무 아름다워 놀라웠다. 이제 오늘날 우리에게는 고향집이 하늘이 아닐까라는 느낌이 순간 들었다.

‘아! 이순간이 다시 또 올 수 있을까!’

지금은 많은 이들이 한 고향, 한 집에 오래 눌러 사는 시절이 아니다. 이제는 고향집으로 인식할 만한 곳과 시간이 현대인들에게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족은 어쩌다 한 곳에서 10년,  20년을 훨씬 넘겨가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집 터를 두 곳을 기억하고 있다. 모두 다 꺌끔한 아파트가 아니고, 세련된 주택이 아니라 비오는 날 전기가 나가기도 하고, 눈오는 날 빗자루가 우선인 기억들을 선명하게 가지고 있다.

일주일 전 설 연휴에는 모처럼만에 아들 딸이 와서 연작드라마를 네 식구가 같이 봤다. 아주 오랜만의 일이다. 가족이, 자라던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드라마 한편 보기지만 서로 집중하고 오롯이 보낸 시간이다.

“가족끼리 이렇게 보낼 수 있는 여유가 또 언제였지?”

드라마에 나오는 어머니도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다. 자식들에게 걱정어린 말과 잔소리를 때로는 걸걸하게 큰 소리로 내가며 그 삶의 끈기와 생활력은 마치 우리 어머니를 보는 듯 했다.  설이라지만 비대면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은 엄두를 못냈다.  엄청난 눈이  내려 발도 묶이고, 좋은 말로 설경에 갇혀서 한 지붕아래 있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가족’이 뭉클하게 보이는 드라마와 숨 쉬고 밥 먹고 지냈던 순간 순간, 이 같은 시간이 또 우리에게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 속 어머니상을 보며 “참 어머니는 대체가 불가능한 존재다”고 아들이 말했다.

어머니들은 때로 너무 용감하고 어떤 고생을 마다않는다. 그 기억이 나에게도 있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떤 형태로 남아있다. 그렇게 가족을 유지하고 질긴 끈과 생명력으로 버텨낸 우리 어머니들에게는, 아프고 힘들어도 가족은 무엇과 대체할 수 없는 살아가야할 이유가 되었다.

1인가족이 대세가 되는 세상에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기회가 있을지, 세상은 단언하기 어려운 가운데 있지만, 새 식구들을 만약 맞이하게 된다면 가족의 문화는 어떻게 또 더 달라질 것이고 형성되어 갈까? 그래도 여전히 꿈 같지만 손자 손녀들이 마당에서 뛰어노는 상상을 한다.

어릴 적에는 그렇게 집 마당에서 멀리 나가지도 못한 채 한 마을 공동체 안에서 지내며 살았고 설도 맞이하고 친척들도 만났다.

지금은 많이 다른 세상, 새로움과 달라지는 문화에 또 적응해 가는 중이지만, 그래도 아직도 어머니가 성성하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이 그립다.

어머니가 살아가셨던 세월을 이어서 살게 되면 될수록 앞으로도 그리울 것 같다. 자신을 걱정해 주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다. 옆에서 누군가 밥은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걱정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아도 서로 걱정해주고 염려해주며 살아야 한다.

모두가 남이고 경계하기만 하는 살벌한 곳에서 생명은 생명답게 피어날 수 없다. 언제나 내 편에 서주는 이들이 있어야 졸인 가슴을 펴고 숨을 쉬고 산다.

어머니는 언제나 내편이었고 걱정을 달고 사셨다. 아무리 먹여도 왜 그리 살도 못찌냐고. 어머니는 6남매 자식걱정을 달고 사셨다. 자식을 키우면서는 입찬 소리를 하면 안된다고 했다. 함부로 말하는 법을 어머니는 못배우셨고 입으로 내 뱉으면 큰 일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걱정하시던 어머니의 걱정이 내 자신의 모습이다. 자식은 물론이거니와 이웃들을 향한 걱정이 든다. 단정적인 소리나 큰 소리도 못 치겠고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진다. 어머니도 그 때 그러셨을 것 같다. 그런 염려와 덕분으로 무사한 기적을 날마다 경험하며 자랐던 것은 아닐까! 음력 정월이 되면 어머니가 성성하게 걱정하시던 목소리가 그렇게도 그립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인봉 대표이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