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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돈보다 꽃이다
   
▲ 유인봉 대표이사

요즘은 며칠 째 야영화 향기에 기쁘다.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 문을 열면 야영화 향기가 반겨준다. 참 기분좋고 즐거운 향기이다. 사람을 많이 못 만나고 사니 외롭지만, 이른 봄 꽃 향기가 이봄의 반가운 손님이자 위로이다.

겨우내 실내에 들여놓고 간혹 물만 주었을 뿐인데, 어찌 봄이 온 줄 알고 잎이 새로 나고 꽃이 활짝 피어나고 향기가 공간 가득하게 은은하다. 식물의 변화, 생명의 기운과 신비는 가장 작은 공간에서 느껴도 부족하지 않고 충분하다.

겨우내 게으르다가도 잎이 다르다 싶으면 아차 싶어 얼른 한바가지 물을 떠다 부어 주었는데, 크는 것도 새 잎이 나는 것도 꽃이 피는 것도 제홀로 열심히 다 해냈다.

그 향기에 코를 흠흠 거리며, 사람이나 식물이나 자식이나 때로는 무심한 듯, 너무 간섭하지 않아야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확실하지 않은 세상에 더 큼직한 희망 따위는 뉴스에 없는 날에도 말없이 제 몫의 생명력을 다 해내는 식물을 보노라면, 바깥 세상 핑계를 대며 인생을 소모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루한 것인가하며 스스로 돌아본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이 이 어렵다는 시대적인 상황속에서도 여전히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60대 중반에 조용히 대학졸업장을 손에 받아들고 이내 대학원까지 진학해서 새학기를 맞이하는 이의 모습도 보고, 사업장을 서너 곳이나 확장하면서 박사학위중인 이에게 상황이나 바깥 핑계란 없었다. 마치 순례자처럼 어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는 이들은 긴 겨울을 건너 이 봄에 조용하게 꽃을 피워낸 꽃들과 다르지 않다.

봄이 되니 새롭게 돋아나는 것들이 아름답고 좋기만 하다. 어느 사이 연못에도 뾰족하게 돋아나는 풀들이 보이고, 시장에 가면 꽃망울 예쁜 동백나무도 눈에 들어오고, 다육이들도 귀엽다.

은행이자 낼 날이 오는 것이 두렵기는 누구나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의 삶의 무게이다. 집 없는 설움에 더 짖눌리는 고통도 답이 안보이는 것 같기만 하다. 하지만 사람이 본래 그런 것인지, 새봄의 기운에 신명이 난다.
어려울수록 작은 기쁨에 젖어 큰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어렵다고 생각이 들면 가장 어려웠을 때 어떻게 살았는지를 기억하면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나은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슬그머니 안심이 될지도 모른다.

살아냈던 날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받쳐주는 힘이다.세상사, 현금은 바닥이 나고 내일이 불투명하여 밤새 뒤척거리지만, 새봄의 기운이 들어오는 그 숨통은 아직 희망의 통로이다. 

살아있으면 살아진다. 
살아가면 지나간다.    

어제는 어제이고 오늘은 또 희망이다. 그렇게 뭔가 즐겁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또 있어야만 한다고 붙잡고 살아가야만 살 수가 있다.

시절이 어려워 꼭꼭 집안에만 박혀있듯이 살아갔던 날들이 길어지면서 너무나 원하지 않던 감정들이 튀어나오고 여유가 없어지고 말았지만, 날씨가 풀리면서 그래도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는 하는 것이 옳다.  

그래도 돈보다는 꽃이고 희망이다.
바라보는 곳이 다 꽃이고 희망으로 보이는 이는 행복하다. 천하를 소유해야만 다 부자가 아니고 누릴 수 있는 이가 천하를 다 가진 사람이다.

가져보자고 한 들 얼마나 움켜쥘 수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리 멀지 않다.
누리자고 하면 작은 잎새하나, 새소리 한 모금도 신기하다. 진 회색 왜가리가 큰 나래를 펼치며 바쁘지 않게 풀 숲으로 날아가는 그 모습조차 아름답고 품위가 느껴진다.

한결 부드러워진 흙길을 밟을 수 있는 여유는 꼭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고로 누구나 마음을 열고 잠시라도 생각해볼 일이다. 무엇에 사로잡혀서 못하고 있는 자신만 깨우면 되는 것 아닐까!
그것이 이봄에 더 확실한 자신을 만나는 길일지도 모른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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