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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리에도 꽃바람이 오는 걸까!
   
▲ 유인봉 대표이사

며칠 전에 내린 눈은 정말 오래 흔적을 두지 않고 바로 녹아버렸다. 
봄눈 녹듯이란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듯.

또 폭설이 예상되더니 폭설보다 바람이 모든 것을 날릴 듯 대단한 기운이다.
봄을 재촉하며 몰고 오는 바람은 아닐까?  

이른 기대를 해보며 방에 불을 지펴본다.
어릴 적에는 문풍지소리가 웽웽하는 바람의 차가움으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을 보았다. 
윗목에 놓아둔 걸레가 꽝꽝 얼어붙던 그 겨울에는 아무리 무거운 이불을 덮어도 코가 얼었던 기억이 난다. 

봄이 오는 길목에 불던 바람은 살 속으로 파고들지만 이내 그렇게 바람이 불고나면 그 바람을 타고 봄이 왔다.
시절은 어쨌든 간다. 

봄의 시작이 20여일이 앞으로 다가오나보다. 
2월 초이면 겨울을 마감하는 입춘이 들어선다.
늘 입춘이 될 때면“겨울을 지나고 이제 살았다”는 긴 호흡을 토해냈던 기억이 난다.

하루 하루를 세면서 그렇게 마음의 봄을 기다린다. 
누군가는 감흥도 없을 시간을 나는 늘 애써 기다리며 산다. 자연스럽게 그날이 다가오면 또 그 날이 그날이 될 지도 모르지만 기다림이 좋다.

겨울의 긴 시간, 모두가 의기소침의 시간을 살고 있는 가운데 애간장이 타게 살았고 지금도 애간장이 계속 탄다. 
사실이다. 어려운 이들이 더 어려워지는 양극화의 시절 앞에 우울하지 않는 이가 드물다. 땅 한 자락 팔았지만 그래도 택도 없더라는 이도 만난다. 

팔아볼 땅조차도 없는 이들의 그  타는 깊은 속을 누가 알랴!
마구 바람이 부는 창밖을 보며 더 이상 매서운 겨울바람이 아닐 거라고. 그리고 다른 생명의 날들이 이어져서 올 거라는 간절한 바램과 기대의 시선을 창문을 흔드는 바람에게 보낸다.

“이 난리에도 꽃바람이 오는 걸까?”
애간장을 녹이던 날들의 연속선상에서 서로 악만 남은 이들이 각자의 어두운 그림자를 만나기도 하고, 여유없는 두려움의 감옥을 살며 몹시도 흔들려왔던 세상사다. 

‘없는 이들’과‘있는 이들’의 거리는 너무나 더 간격이 벌어지고 당황스럽게 커진다.
아무리 일상을 여행하는 법이 소개된다고 해도 우리는 이미 코로나로 지치고, 가난한 외로움의 맛도 알아버렸다.

 하루도 편하지 않게 살아가는 절박함에 더 익숙해져간다. 감각이 멈추어지고 표정이 없어져 간다. 마스크가 언제부터인지 그 사람의 개성과 표정, 웃음을 감추어버렸다. 그러니 바람을 아직 느낄 수 있다는 감각이 신기하기도 하다. 춥긴 해도 봄이오는 날씨일 거라는 기대는 또 다른 애절함과 간절함이다.

길고 커다란 고통으로부터 배운 것은“한 끼의 밥”의 소중한 맛 경험이다.
결코 연출된 것이 아닌 삶의 진실함과 간절함으로 스스로 하루의 근본을 세우고 마음을 가다듬어가는 일도 그렇다. 
거짓 없는 삶의 순서를 찾는 시간속으로 걸어가며, 경건으로 하늘빛을 새기고 사람보다 더 어른인 나무의 나이듦을 마음으로 읽어볼 시간도 주어졌다.

‘순간 순간을 잊지 말자’는 마음으로 건네는 인사를 나무에게도 하고 간혹은 두텁게 얼어버린 작은 호수의 얼음조각의 선명한 문양에도 인사의 말을 건넨다. 
나무 타는 냄새와 바람을 타고 구름처럼 흩어지는 연기에 ‘마음의 연’을 달아놓기도 한다.

혹독한 시간을 견디게 하는 것들은 “그래도 모두 함께”라는 믿음이다.
생활에 치이고 짓눌려 있을수록 더 꽃바람을 기다린다. 이 난리스러운 시절에 봄을 실어나르는 꽃바람이 더 간절히기대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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